“헬조선? 니들이 지옥을 알아?”

일상/건강 2015. 12. 4. 00:17
DallasSohn.jpg 지난 달 초인가, 이화여대 인문학부에 다니는 김다혜라는 학생이 자유경제원 홈페이지에 글을 하나 올렸다. 제목이 “‘헬조선’? 니들이 지옥을 알아?”라는 글이었다. 이틀 만에 4만 건이 넘는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한 이 글은 “북한 주민, 시리아 난민들이 진정한 지옥이다. 그걸 경험해 보지 못한 너희가 한국에 대고 헬조선이라고 잠꼬대나 투정을 부리지 마라”는 내용의 글이었다. 한 신문에 의하면, 이 글은 여러 인터넷 사이트도 전재되었고, 찬사와 비난이 엇갈렸다고 한다. 그리고 ‘꾼’들의 필자에 대한 ‘신상 털기’가 기승을 부렸다고 했다.

ㅡ“저 글 쓰신 분 부모님, 최소한 사회지도층 인사일 것임” “글 수준을 떠나서 빚내서 학교 다니는 학생보다는 중산층 이상의 여유로움이 엿보이는 글이네요...” 등등.

그 신문의 기자는 네티즌들이 쓴 이 댓글을 몇 개 소개하며 쓴웃음을 지었다고 썼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글을 쓴 여학생은 사회지도층 인사의 딸도, 중산층 이상의 여유로운 삶을 사는 철부지 여대생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글을 쓴 여학생은 올해 34세의 탈북자이었다.

그 연유로 기자가 지난 10월 7일 그 필자와 인터뷰를 했는데, 그 내용을 보니 ‘기막힌’ 일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김씨의 고향은 강원도 원산. 2010년 여름에 중국으로 탈북, 미얀마-라오스-태국을 거쳐 1년 후 한국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차제에 그 인터뷰 기사를 요약해본다.

―탈북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부모님은? / 저는 2년제 전문학교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후, 함흥시에 있는 상업관리소(주민들에게 생필품을 공급해 주는 국가기관)에서 9년간 근무했어요. 아버지는 노동당원에 공무원이었어요. 어머니는 가정주부였고….

―원산이면 그래도 북한에서는 대 도시인데, 소위 ‘고난의 행군’ 때 그런 곳에서도 아사자가 나왔나요? / 그렇죠. 1992년경부터 식량사정이 나빠졌고, 94년 김일성이 죽은 후 배급제가 거의 무너졌어요. 95년부터는 아사자가 나오기 시작했고…오히려 시골에서는 산에 가서 나물이라도 뜯어 먹을 수 있지요. 대도시가 더 어려워요. 인심은 더 박하고… 우리 집은 그래도 아버지가 당원이고 현직 공무원이어서 배급이 조금 나왔어요. 같은 반 친구들 가운데 절반은 밥을 굶고 길가에서 아무 풀이나 뜯어 먹다가 독초를 잘못 먹고 죽는 친구도 많았어요.

―주변에서도 굶어 죽은 사람이 나왔나요? / 너무 많았죠. 아침에 일어나면 ‘누구네 집에서 아무개가 죽었다’는 얘기가 매일같이 들려왔어요. 더구나 95-96년도에는 전염병이 돌아서 사람들이 엄청 많이 죽었어요. 자고 깨면 골목에서 사람들 우는 소리가 들리는데, 기력이 없어 그런지 죄송하지만, 마치 짐승 우는 소리 같았어요. (중략)

―남한이나 또는 유엔 등에서 보내오는 구호물자들이 인민들에게 제대로 분배되지 않나요? / 상업관리소에서 일하면서 유니세프(UNICEF) 등 유엔 기구에서 보내오는 물자들은 많이 보았어요. 대한민국에서 보내는 물자들은 그걸 담은 부대나 포장을 다 바꾸기 때문에 우리는 몰라요. 10개가 들어온다면 1개는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나머지 9개는 간부들이 가져가요. (중략)

―탈북 이후 언제가 제일 어려웠나. 그리고 여기에서 좋다고 생각하는 점은? / 북한에서 중국의 국경을 넘는 게 제일 어려웠어요. 저희가 여기서 고생하는 건 고생도 아니죠. 저희는 지옥에서 살아봤잖아요. 그러다보니 저는 대한민국이 너무 좋고 천국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죠.(중략)...그리고 뭐든지 제가 하는 만큼 얻는 게 가장 좋아요. 북한에서는 상벌은 없고 뇌물만이 판을 쳐요. 여기 와서 열심히 해 5개월 동안에 회계1·2급, 세무2급 자격증도 땄어요. 추석 때 다른 탈북 동생들과 식사를 하면서 모두들 그랬어요. ‘여기서는 착하게 살면 착한 만큼, 나쁘게 살면 나쁜 만큼 결과가 자신에게 돌아 온다’고 했어요.

‘헬조선?’ 말은 맞다. 조선은 북한을 지칭하니까...허나, 생각을 모아보면, ‘핼조선‘을 외치는 청년들은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여러 가지 할 일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나는 이글을 읽으며 우리 젊은이들이 진짜 지옥을 못 본 탓인지, 정주영 회장의 ‘이봐, 해봤어?’의 ‘해’자도 해보지 않은 채, 현실이 좀 힘들다고 내 나라에 대놓고 왜 그런 말을 내뱉는지...솔직히 아직도 배가 부르다는 느낌이었다.*

Texas Dallas에 살고 계시는 손남우님 불로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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