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시장에 파키스탄 출신 버스운전사의 아들인 노동당 후보 사디크 칸(46·사진)의 당선이 확정됐다. 최초의 ‘무슬림 런던시장’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수도의 수장으로서도 처음이다. 

영국은 지난 5일 런던·리버풀·브리스톨 시장 등과 스코틀랜드·웨일즈·북아일랜드 의회 의원, 잉글랜드 지역의원 등을 선출하는 지방선거를 치렀으며, 6일 오전 8시부터 개표를 시작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칸 후보가 오후 5시 기준(현지시간·개표율 90% 이상) 1순위 득표 기준 44%를 얻어 경쟁자인 잭 골드스미스 보수당 후보(1순위 득표율 35%)를 9%포인트 차로 따돌렸다며 그의 승리를 선언했다. 런던 시장 선거는 1순위 득표를 헤아려 50% 이상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2명의 득표자에 한해 2순위 득표까지 합쳐 당선자를 가린다. 이같은 방식으로 헤아려도 칸 후보는 당선이 확실하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했다. 

전임자 켄 리빙스턴(2000~2008년 재직, 노동당)에 이어 두 번째 민선 런던시장이었던 보리스 존슨(2008~2016년 재직, 보수당)은 칸 후보 당선이 확실시되자 “지난 8년간 시장으로 재직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런던에 감사한다”며 시장 직을 내려놓겠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칸 후보 측은 가디언에 그의 당선이 “제레미 코빈 노동당 대표의 승리로 해석되지 않기를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코빈 대표의 ‘강성’ 이미지가 칸 후보에게 덧씌워질까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칸 후보와 골드스미스 후보의 대결은 영국판 ‘금수저 대 흙수저’였다. 보수당 골드스미스 후보는 유태인으로 재벌 가문 출신이다. 12억파운드(약 2조원)에 달하는 재산을 물려받았다. 

반면 노동당 칸 후보는 그가 뱃속에 있을 때 영국으로 건너온 파키스탄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8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버스운전사, 어머니는 재봉사로 늘 일을 했기 때문에 그도 청소년기부터 신문을 배달하거나 여름철엔 건축현장에서 일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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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가 되려다 교사의 권유로 노스런던대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쪽으로 진로를 바꿨다. 이어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1994년부터 2006년까지 런던 지역의원을 지냈다. 2008년 고든 브라운 전 총리는 그를 지방정부 및 커뮤니티 담당 부처의 장관으로 임명했다. 교통부 장관으로도 일했다.

이후 노동당이 집권하지 못해 하원의원으로서 예비내각의 ‘그림자 장관(집권하면 내각에 임명되는 내정자)’ 자격으로 여러 부처를 담당했으며, 지난해 런던 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하기 위해 그림자 장관 자리에서 물러났다.

여론조사에서 무슬림 경쟁자에게 밀린 골드스미스 후보는 “칸 후보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라며 그가 인권 변호사 시절 극단주의자를 옹호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런던시 투표 시스템은 후보자가 3명 이상일 경우, 유권자들이 1순위 지지자 외에 2순위 지지자도 적어 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순위에서 50% 이상 득표자가 있으면 그가 승리하지만, 아무도 50%를 넘지 못하면 상위 2명의 후보에 대한 2순위 득표 수를 헤아려 1순위와 더해서 승부를 낸다. 상위 2명에 들지 못한 나머지 후보에 대한 2순위 득표는 세지 않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런던 시장 및 런던 지역구 선거 개표상황>

https://www.londonelects.org.uk/im-voter/election-results/live-count-progress-2016?contest=23

 

출처: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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