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편이 조금만 눈에 거슬리면 자초지종을 묻지도 않고 화부터 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러나 잘못을 저지르는 데는 반드시 그만한 이유가 있다. 원인을 파악하지 않고 비난부터 하면 조정하기 힘든 갈등에 빠질 수 있다. 상사인 당신은 지각이나 조퇴를 하지 않는 직원이 갑자기 예고 없이 결근했다고 해서 "성실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형편없는 친구로군" 하고 비난부터 하면 안 된다. 그 사람에게 연락조차 할 수 없었던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당신 꼴이 우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교사인 당신은 모범생인 제자가 처음으로 준비물을 빠뜨리고 오면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녀?" 라고 비난부터 하면 안 된다. 알고 보니 그날 그 제자의 부모가 이혼했기 때문이라면 두고두고 그 아이 볼 낯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편인 당신은 직장 다니는 아내가 어떤 남자와 거리에서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목격하면 "정숙하지 못하게 그게 무슨 짓이야?" 라고 화부터 내면 안 된다. 그 남자가 오랜만에 만난 아내의 친척 오빠거나 거래처의 중요한 사람일 수도 있는 것이다. 부모인 당신은 자녀가 "학교에 가기 싫어요" 라고 말하는데, "그럼 도대체 뭐 할래?" 라며 화부터 내면 안 된다. 당신의 자녀가 왕따를 당해 절말 속을 헤매다가 인생을 망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잘못을 발견하는 즉시 화부터 내면 수많은 적을 만들게 된다. -이정숙[유쾌한 대화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