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는 언제나 아름다워            


소나기라도 한 줄기 쏟아져 내려준다면 좋겠다.
오늘은 아침부터 착 가라앉은 하늘 때문인지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인지...,
새들의 노랫소리마저 둔탁하게 들린다.

이른 아침,
집 앞에 딸린 손바닥만한 작은 공원은
월요일인데도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댄다.

개를 끌고 나와 볼일을 보게 하는 사람들,
몸이 불편한지 다리를 질질 끌며 걸어가는 할아버지,
마치 아기가 걷기 연습하듯 뒤뚱뒤뚱 넘어질 듯,
지팡이를 의지하고 걸어가시는 뚱뚱한 할머니,
날씨 탓일까, 한결같이 모두가 시무룩한 표정이다.

며칠째 숨 가쁘게 뛰어다니느라 운동을 하지 못한 탓에
몸도 마음도 찌뿌등하니 착 가라앉는 것 같다.

운동을 해야지~~….
기분 전환도 할 겸, 노란색 티셔츠에 짧은 반바지,
새로 산 하얀 운동화를 졸라 신고 밖으로 나왔다.

하루에 적어도 30분은 걸어야 한다는데…
피곤한 마음을 다독거리며 걸어보려 하지만,
워낙에 손바닥만한 작은 공원이라
다람쥐 쳇바퀴 돌듯 뱅글거리자니 재미가 없다.

모처럼 나온 산책,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느긋이 즐겨 보려 하지만,
주위 분위기 탓인지, 날씨 탓인지, 내 마음 탓인지,
별로 상쾌한 기분이 들지 않고 자꾸만 가라앉으려 한다.

이런저런 떠오르는 어지러운 상념들을 떨쳐 내고
기도로 주께 마음을 모두려 애쓰며 빠르게 걸어 본다.

공원 한쪽에 두어 개 듬성듬성 놓여 있는 나무 벤치 옆을
막 지나치는 순간, 그곳에 팔순도 넘어 보이는
동양계 할머니 한 분이 운동을 마치셨는지 앉아 계셨다.

고개만 까닥 인사를 하고 그냥 지나치려는 나를 향해,
“굿모닝!” 큰소리로 인사하며 함박같은 미소로 반기신다.

주름이 짜르르한 얼굴…할머님의 환한 미소….
어둡고 둔탁하게만 느껴지던 나의 작은 뜨락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지는 느낌이다.

“굿모닝!”
마지못해 웃으며 답을 하던 나는 슬며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연세가 높으시고 몸도 불편하신 할머니께서
여지껏 저렇게 환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잃지 않고 사시는
그 비결이 무엇일까?
무엇이 저 할머님을 저토록 행복하게 해 주고 있는 걸까?

그러고 보니,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하셔서
운동하는 것은 생각조차 못하신 듯,
처음부터 그곳에 그렇게 내내 벤치에 혼자 앉아 계시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하고
환한 미소를 보내어 주기도 하고...

어쩌면, 여지껏 살아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할머니의 가슴속에 행복이 넘쳐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할머니의 밝은 미소와 반가운 인사를 받은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굳어 있던 얼굴 표정들이 스르르 풀리고,
한 발, 두 발 떼어놓는 발걸음마저 가볍고 경쾌해 지는 것 같았다.

그래, 그렇다.
내가 건강하게 살아 있고 내 두 발로 걸을 수 있다는 것,
이것 하나만으로도 감사하며 행복해야 하는 것인데....


후다닥 정신이 들며, 어디선가 내 몸 안에 숨어 있던
엔돌핀이 퐁퐁 샘물 솟아나듯 솟아 나더니

내 작은 등줄기를 타고 시원하게 흘러내린다.


음~~미소는 언제나 아름다워~~~~
사랑하는 님들, 모두 모두 행복한 하루 되세요. ^^* 

          




출처: 최송연의 목양연가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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