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yful 백 여덟번째 묵상 겔러리    
    
     
    
     
     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읽을 때마다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했던 길이 생각난다.
    
    나는 어려서부터 무용을 좋아했다.
    성탄절이면 교회에서 무용을 했고 사람들의 칭찬에 고무되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일 학년 어느 날. 
    아버지는 퇴근하시고 마당에서 무엇인가 또드락거리며 만드시고
    어머니는 부엌에서 저녁 밥을 준비하고 있을 때
    나는 제 흥에 겨워 기다란 마루를 오가며 정신없이 춤을 추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대문앞에 어른,아이 여나믄 사람들이 서서 웃지도 않고 내 춤을 보고있었다.
    얼마나 놀라고 부끄럽던지 방으로 뛰어들었는데 가슴이 콩닥거렸던 기억이 있다.
    
    주일학교 선생님이, 선진국의 아이들은 너희들 나이쯤 되면 앞으로 무엇이 될것인가
    목표를 정하고 공부한다고 하시면서 너희들의 꿈은 무엇이냐고 물으셨다.
    나는 그때 서슴치 않고 무용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의 무용가의 꿈은 그냥 꿈으로 끝났다.
    여덟이나 되는 동생들이 있는데 내 꿈을 실현하기엔 현실이 너무 어려웠다.
    언젠가 부모님이 두런두런 하시는 말씀을 언듯 들으니
    "저 재주있는 것을 못가르쳐서....." 마음 아파하시는 말씀을 듣고는
    그래도... 혹시나 막연한 기대를 가졌던 무용가의 꿈을 완전히 포기하고 말았다.
    
    동생들의 학교운동회에 가면 전에 내가 도 대회에 나가서 했던 무용곡
    로져스 작곡 '파도를 넘어서'가 운동장에 울려퍼졌다.
    나는 운동장 끝에 있는 플라타나스 밑에서 그 음악을 들으며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 후로 살아오면서 해야 될 산적한 일이나.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는 일이 있을 때마다
    드넓은 무대에서 내가 고난도의 춤을 추며 가슴이 탁 트이는 꿈을 꾸곤 한다.
    이런 것을 프로이드는 뭐라고 해석할지 모르지만 
    내 나름으로는 벗어나고 싶고, 피하고 싶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행복하고 좋았던 기억의 무대에서 희열을 맛보는.... 
    내 잠재의식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아닌가 싶다.
    
    지난 5월부터 해운대 장산복지관에서 '우리춤 체조'와 '댄스 스포츠'를 배웠다. 
    댄스 스포츠 시간에 자이브 댄스와 탱고를 배웠는데 나하고는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이번 가을 학기 수강 신청할 때에는 우리춤 체조와 고전 무용을 신청했다.
    65세 이상 노인들이라지만 대부분 아줌마같이 젊어보이는 분들이 많다.
    등산도 어렵고, 심한 운동을 할수 없어 운동삼아 배우는 무용이다. 
    그 좋아하던 무용을 이 나이에 배운다는 것이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
    무용을 배우면서 내가 마치 '물 만난 고기'같다는 생각을 하며 혼자 웃는다.
    그런데 자타가 공인하는 '무용 잘하는 애'였던 내가
    엊그제 배운 것도 잊어버리는 자신을 보고 놀라고 비애를 느낀다.
    '어떻게 이럴 수가!'
    일흔 세살이나 된 할머니이니 놀랄 일도 아니지만.....
    
     '그래! 이것도 감사하지.
      지난 3월에 뒤로 꽈당! 넘어졌지만 뇌진탕도 아니고. 
      골반도 안다치고, 허리만 다쳤으니 감사하고
      허리를 다쳐 밸트를 감고 무용을 배워도 하고 싶었던 일을 하니 얼마나 감사해?
      나보다 더 젊은 사람도 중풍으로 지팡이를 짚고 걸음 연습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무용가가 되고 싶었지만 하나님께서는 나를 더 요긴한데 사용하신거야.
      무용가의 길을 갔다면 은근히 끼가 있는 내가 어떤 삶을 살았을지?
      내게 무엇이 좋은지 나보다 더 잘아시는 하나님께서 나를 최선의 길로 인도하신거야.'
    
    다른 길로 갔더라면... 이라는 회의는 있을 수 없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우연이 아니고 필연이며
    창조주 하나님의 섭리속에 사람의 생애가 전개되고 역사가 진행되고 있으 니까.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여호와시니라.' 잠언16:9.
    
    
    
출처: 최송연의 목양연가 "사모님들의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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