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통수보다 뒷통수가 더 밉더라

 

 

결혼전에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웠기에

가장 우려했든 것이 결혼후 사람이 지겨워지고 싫어지면

이혼할 수도 없고 어떻할까 고민을 했다

왜냐면

어느 날 문득 웃음짓는 앞집의 까까머리 남학생이

살짝 가슴을 설레이게 하며 가슴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들어온것 보다 더 쉽게 빠져나가기도 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열병처럼 펄펄 뛰다가도그 열병은

바람처럼 사라지기도 하지 않았든가?

그러니 남편이 싫증나지 말라는 법이 없을터

그 때는 빼도박도 못하고 우짤낀가

그런데 결혼이란 미운정과 고운정으로

날실과 씨실을 짜듯이 그렇게 엮여 나갔다

때로는 그리도 살가운 당신이

때로는 남보다 못한 미운 사람이 되기고 하고

그건 또 바람처럼 지나가고 어느 새 그의 손을 잡고 걸어간다

사람이 미우면

앞을 봐도 미웁고 뒤를 봐도 밉다

밥먹는 것도 밉고 웃는 것도 밉다

사람이 미우면 사람의 신체 부위중에 어느 곳이 가장 미울까?

나는 뒷통수라고 생각한다

미울 때는 왜그리 뒷통수가 미울까?

사람이 좋을 때는

이리봐도 좋고 저리 봐도 좋다

그 미웠든 뒷통수까지 좋아보이니

사람이란 동물은 신기한 동물이다

동물의 세계에도 서열싸움이 있고

사랑싸움도 있다

동물들도 앞통수만 보아도 좋고

뒷통수만 보아도 미울까?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나이가 들수록 그 차이가 점점 없어진다는 것이다

어쩌면 감정의 한쪽이 죽어가면서 무덤덤해지는 건지도 모른다

누가 딱히 싫지도 않고

누가 딱히 좋지도 않다

조금 잘나보여도 고만고만하고

못나 보여도 고만고만하다

남편이 혈압을 올리면 서운하고 속상하기는 해도

뒷통수가 미운게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미장원에서 머리를 깍는데

나를 데리러 나온 남편이 들어왔다

아저씨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시는가봐요?

아닌데 세 살 차이밖에 안되는데..

그리고 거울속에 비취는 남편을 바라보았다

거기에 온 얼굴에 주름 가득한 노인네가 보인다

우리는 늘상 마주하는 얼굴이고

얼굴과 얼굴로 말하는게 아니라

마음과 마음으로 대화를 하며 살아가니

그가 그리도 주름진 노인이란걸 놓치고 살아가는 거다

여전히 부부는 토닥토닥

다름이 아니라 틀렸다고 다투면서

때로는 앞통수가 이뻐보이다가

때로는 뒷통수가 미워보이다가

그리 손을 잡고 늙어갈끼다

그리고 하나이 먼저 떠나면

소쩍새처럼 그리도 슬피 울며 살아갈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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