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들길 같은 사람 나는 구부러진 들길이 좋다 구부러진 들길을 가노라면 나비의 밥그릇같이 넓죽한 해바라기도 만나고 하늘거리며 손짓하는 가녀린 코스모스의 미소도 만난다
      저녁이면 뽀얀 연기가 올라오는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정겹고 노을 지는 하늘 동구 밖 샘터를 따라 키드득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이 흘러 좋다. 구부러진 하천 작은 바위틈 아래는 알록달록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고 있다 길가엔 은은한 향을 품은 들꽃이 철 따라 피고지고 그곳은 밤이면 별빛이 더 초롱거린다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는다
      나는 구부러진 들길 같은 사람이 좋다 가는 길에 江도 만나고 산도 만나며 태풍도 만나고 눈보라도 만나고 울퉁불퉁 돌부리에 채여 넘어지고 자빠지며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에게는 소박한 들꽃처럼 순수한 향이 있어 좋다..
      잘 다듬어진 아스팔트 길 위로 쉽게만 살아온 사람은 한 치의 모자람도 없고 반듯하게 보이지만 도시의 딱딱한 아스팔트 냄새가 나서 싫다 먼지투성이 감자 고구마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나는 좋다 '보톡스' 주사로 매끈매끈한 이마보다는 구불구불 굵게 주름진 이마로 가족을, 이웃을 품고 가는 사람, 남에게 해를 입힐줄 모르고, 오히려, 다른 사람이 밟고 지나갈 수 있도록 당신의 등이라도 기꺼이 내어줄 줄 아는 사람 구불구불 매끄럽지 못하고 투박한 언어 속에 인간 냄새가 흙내음처럼 물씬 배어 정겨운 이... 그런 사람이 나는 좋다 그리스도는 들길 같은 삶을 살다 가셨는데 그분의 제자란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화려한 궁전을 사모하는지 왜 형제 자매와 어우러져 소담한 꽃이라도 피우려 하지 않고 시샘과 비방을 일삼는 것인지... 다른 이를 위해 등을 내어주는 넉넉한 마음, 정녕 들길처럼 소박한 사람이 될 수는 없는 걸까?

       









      좋은 글 한 편을 토대로 '패러디' 한 것임
      글/최송연의 목양연가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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