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는 표절이나 모방이 아니다.

설교는 이미 계시된 성경말씀을 전하는 것이기에 표절과 모방은 불가피하다는 식의 논리는 참으로 궁색한 변론이다. 물론 설교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작이 아니라 말씀을 잘 듣고 전달하는 것이다. 설교의 원재료는 성경말씀이며 설교는 그 말씀의 충실한 해석에 기초해야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설교는 성경을 그대로 되뇌거나 주해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굳이 설교자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성경말씀도 그 시대의 사람들이 처해있던 특별한 정황 속에 주어진 말씀이었듯이 지금도 성령님은 이미 기록된 말씀을 통해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새로운 상황과 영적인 상태와 필요에 적중하는 살아있는 말씀을 들려주신다. 설교자의 임무는 자신의 공동체와 교인들에게 매 주 새롭게 들려주시는 주님의 말씀을 잘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설교자는 자신 안에 말씀이 풍성히 거하게 하며 그 말씀을 자신의 회중의 상태와 문제와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적용하는 성령의 지혜의 이끌림을 받아야 한다.

이런 면에서 설교자는 노련한 외과의사와 치유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좋은 처방책이라고 해서 모든 환자에게 다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내용의 설교가 한 교회에서는 은혜가 되었을지라도 다른 교회에서는 별 유익이 없을 수 있다. 어떤 이에게는 약이 되지만 다른 이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책망과 견책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에게 위로가 가득한 메시지는 그 사람을 더 깊은 거짓 안위에 빠지게 하여 파멸을 재촉하게 할 것이다.

만약 똑같은 성경본문을 가지고 모든 강단에서 설교할지라도 성령이 주시는 메시지는 천편일률적으로 고루함을 드러내기보다 모두가 색다른 다채로움의 조화가 만발하게 될 것이다. 물론 같은 본문에 대한 해석은 동일하거나 비슷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말씀을 시대적인 정황과 자신의 교회의 영적인 필요에 맞게 잘 요리된 영적인 양식으로 만드는 데는 각자가 다를 수 있다. 이렇게 성령과 진리의 말씀은 다양성 가운데 통일된 하모니를 이루게 하신다.

목사마다 서로 다른 인격과 기질과 특성을 가지고 있고 각 교회마다 서로 다른 문제와 필요를 안고 있기에 인격이신 성령님은 목사의 독특한 인격을 통해서 교인들의 특별한 상황에 잘 맞는 말씀을 공급하신다. 하나님의 말씀에는 이같이 모든 시대의 모든 사람들의 필요를 채우고도 남는 무궁무진한 진리의 광맥이 흐르고 있다. 오직 영적으로 어둡고 피폐한 사람만이 이 진리의 보화를 포착하지 못하고 성경과 다른 이의 설교를 밋밋하게 읊조릴 뿐이다. 이렇게 성령과 말씀에 사로잡혀 때를 따라 풍성한 양식을 교인들에게 공급하는 선하고 충성된 목자들이 등장하는 것이 한국교회가 살 길이다.

가져온 곳 : 
카페 >개혁주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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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grac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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