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빛을 받고 배도할 가능성
박영돈 목사 2014. 11. 8. 04:38성령의 빛을 받고 배도할 가능성
한 페친이 히브리서 6:4-6절에 대해 문의했는데 그 성경구절에 대한 대표적인 청교도 신학자 존 오웬의 견해를 소개합니다. 모두가 다 그의 주장에 동의할 수는 없겠지만 참고는 될 것입니다.
오웬은 배도를 다룬 책에서 끝내 구원에 이르지 못할 사람들도 히6:4-6절의 말씀처럼, “빛을 받고, 하늘의 은사를 맛보고, 성령에 참여하고, 하나님의 선한 말씀과 내세의 능력을 맛보고” 교회생활을 잘 할 수도 있다고 하였다(John Owen, On the Nature and Causes of Apostasy, and the Punishment of Apostacy, the Works of John Owen, v.7(Edinburgh: the Banner of Truth Trust), 18-31).
히6:4-6절 말씀은 매우 난해하며 논란의 여지가 많은 구절이다. 이 말씀을 구원의 은혜를 받은 이들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타락할 수 있다는 알미니안적인 교리를 지원하는 성경적인 근거로 삼기도 한다. 반면에 이 본문을 한 번 믿은 사람은 영원히 버림받지 않는다는 교리에 꿰어 맞추어 해석하기도 한다. 곧 이 말씀은 실제로 일어날 수 없는 가상적인 위험을 경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이런 견해들은 특정 교리적 입장을 본문에 투사해서 해석한 것이다.
이 본문을 진정으로 거듭난 이들도 버림받을 수 있다는 주장의 증거 구절로 삼는 것은 성경 전체의 진리와 상충되는 해석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역으로 이 말씀을 정통 구원론의 틀에 무리하게 뜯어 맞추려는 시도는 이 본문의 진정한 의미를 왜곡시켜 단순히 가상적인 위험만을 언급한 것으로 보는 우를 범하고 만다.
오웬의 견해는 이런 오류들을 지혜롭게 피해간다. 오웬은 구원에 이르지 못할 사람도 성령의 은사에 참여할 수 있다고 봄으로 성령에 참여하고도 타락할 자가 있다는 히브리서의 말씀을 액면 그대로 이해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게 하였다.
그는 이 문제를 이중적인 선택의 관점에서 풀려고 하였다. 오웬에 의하면 교회에는 궁극적인 구원을 위해 선택된 이들이 있는 반면 일시적인 교회 사역을 위해 선택된 이들이 있다. 결국 버림받을 사람은 구원을 위한 선택(the election for salvation)이 아니라 사역을 위한 선택(the election for function)만을 받은 것이다. 곧 그들은 심령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궁극적인 구원에 이르게 하는 은혜 없이 사역을 위한 은사만을 받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은혜체험은 그들을 진정으로 회심하게하고 구원에 이르게 하지 못한다.
우리는 어떤 이가 한 때 성령의 감동을 받고 사역에 은사가 나타나면 그는 당연히 중생하고 구원받은 사람이라고 쉽게 생각해왔다. 그러나 오웬을 비롯한 청교도 신학자들, 그리고 조나단 에드워즈는 그런 은혜체험이 반드시 회심을 동반하지 않으며 구원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곧 그런 은혜를 체험하고 한 동안 교회를 위해 열심히 일하다가도 타락하여 영원히 버림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Ibid, v. 7, 24).
-박영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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