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떨기나무 불꽃

이응한 목사 2015. 10. 3. 07:05

가시떨기나무 불꽃

 

더러 교회들이 수련회 가서 관 속에 들어가는 이벤트를 한다고 하더군요. 관 속에 들어가 누우면 관 두껑이 닫히고 못을 꽝꽝 박는 망치질 소리가 울리고... 그렇게 한 동안 깜깜한 관 속에 누워 죽음과 절망, 인생의 허무함, 생명과 구원의 은혜를 실감나게(?) 느낀다고 그러더군요. 그렇지만 혹 폐쇄공포증이나 심장질환이 있으신 분은 조심해야겠다 싶네요. 창세기는 “애굽에서 입관하였더라.”로 끝나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을 부르신 하나님, 100세에 이삭을 주시고, 다시 야곱에게 열 두 아들을 주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애굽으로 인도하여 관 속에 집어넣으시고 대못을 꽝꽝 박으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려 430년 동안 놔두셨습니다. 하나님이 그들을 잊어버리신 것도 아닌데 그렇게 430년 동안 고통과 슬픔 속에 말입니다.

모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바로공주의 아들, 왕자의 신분으로 40년, 그러나 본의 아니게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쳐 나와 미디안 광야에서 이드로의 딸 십보라와 결혼하여 게르솜을 낳고 40년 동안 “내가 타국에서 객이 되었구나.” 탄식하며 양을 치는 아무 희망도 없는 신세였습니다. 그런 모세를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산 호렙의 가시떨기나무 가운데로 찾아오셨습니다. 모세는 불이 붙었으나 타지 않는 신기한 광경을 보려고 다가섭니다. 그 때 하나님께서 모세를 부르셨습니다.

왜 하필이면 좋은 나무 놔두고 가시떨기나무 가운데로 오신 것일까요? 가시떨기나무는 소망도 없고 소용도 없이 메마른 광야에 버려진 볼품도 쓸모도 없고 불쏘시개로나 쓰이는 저주 받은 나무입니다. 그것은 모세가 그런 가시떨기나무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가시떨기나무 같은 모세....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을 그리며 살인자로 쫓기는 몸, 속절없이 늙어가는 몸을 이끌고 죽을 때까지 양이나 쳐야하는 신세..... 그 마음은 40년 세월 속에 절망과 울분, 체념과 원망으로 돋아나고 자라난 무수한 가시들로 가득하지 않았을까요?

하나님을 떠난 인간은 다 불모지에 버려진 가시나무들입니다. 날마다 아픔과 슬픔의 가시, 미움과 원망의 가시, 체념과 절망의 가시를 돋우고 메마른 광야에서 발악하듯 살아가는 가시떨기나무들.... 조그만 이파리 하나마다 그 이파리 하나도 새에게 먹히우지 않겠다고 가시를 세우고, 그 가시로 서로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삶. 그러면서도 애절한 한 편의 시와 같은 인생, 평생 노래 한 번 부르지 않다가 마지막 순간 가장 길고 뾰족한 가시에 자신의 가슴을 찔리우고 일생에서 가장 슬프게, 가장 아름답게 운다는 가시나무새 같은, 그러나 아무리 슬피 울고 아무리 목 놓아 운다 해도 아무도 들어주는 이, 아무도 보아주는 이 없이 사라지는 허무한 인생들, 슬픈 존재들 말입니다.

하나님은 그런 가시떨기나무 가운데로 오셨습니다. 불로 오셨습니다. 심판의 불로 오셨다면 가시떨기나무들은 불살라져 없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가시나무는 불타 없어지지 아니하고 하나님의 사랑과 영광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하나님은 하나님의 불이 붙은 가시떨기나무들로 광야를, 온 세상을 불타게 하려고 오셨는지 모릅니다.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불을 땅에 던지러 왔노니 이 불이 이미 붙었으면 내가 무엇을 원하리요.(눅 12:49)”  

“이리로 가까이 하지 말라. 너의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나는 네 조상의 하나님이니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니라.” 아브라함에게 하신 언약을 결코 잊지 아니하시고 우리의 아픔과 슬픔을 돌아보시는 하나님 앞에 모세는 순종함으로 신을 벗어야 합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성령의 불로 가시떨기나무 같은 우리들, 관 속에 드러누워 430년 동안 썩은 것 같던 우리를 영광스러운 법궤,  세상을 태우는 복음의 불덩어리 되게 하실 것입니다.

'이응한 목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할례가 무엇인가?  (0) 2015.10.23
조각목 법궤  (0) 2015.10.04
계명을 빼앗기면  (0) 2015.06.04
한 몸을 이룰지어다.  (0) 2015.05.28
그대 가슴의 사진틀에는.......  (0) 2015.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