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애수(哀粹)
        먼 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감잎 물들이는 가을볕이나 노랑 망울 터뜨리는 봄날을 얼마나 볼 수 있을까 수숫대 분질러 놓는 바람 소리나 쌀 안치듯 찰싹대는 강물의 저녁 인사를 얼마나 들을 수 있을까 미워하던 사람도 용서하고 싶은 그립던 것마저 담담해진 산사의 풍경처럼 먼 산을 바라보며 몇 번이나 노을에 물들 수 있을까 산 빛 물들어 그림자 지면 더 바랄 것 없어 가여워진 초로의 들길 따라 쥐었던 것 다 놓고 눕고 싶어라 내다 보지 않아도 글썽거리는 먼 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無名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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