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장가를 가더니…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 2016. 11. 30. 05:42
아들이 장가를 가더니…
자식을 낳으면
누구나 다 그렇게 기를테지만,
어릴 때 유난히 몸이 약한 아들,
불면 날아갈까, 옥이야금이야...
나는 먹지 못해도
좋은 것만 골라서 먹여 기르려 애썼고,
미국 남자들은 설겆이도 곧잘 한다는데
설겆이 한 번 시켜 본 적 없는 내 아들,
집에서는 왕자가 따로 없었는데...
대학을 타주로 보냈고, 자취 방엘
한 번 찾아갔더니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며칠을 치워주고 화장실도 닦아주고
무엇을 먹고 사는가? 염려가 되어
아들이 잘 먹는 밑반찬을 잔뜩 만들어 두고 왔었다.
졸업과 동시에 장가를 가겠다며
과는 다르지만 같은 대학에 다니는 여학생,
같은 교회서 봉사하다 만났다는
얌전하게 생긴 아가씨를 데리고 왔기에
장가를 보냈고 몇 년이 지난 후,
아이 둘을 낳아서 길러보더니
부모에 대한 마음을 배운 것인가?
이번 추수감사절에는 자기가 모든 음식을
준비하겠단다.
엥?
네가 뭘 제대로 할 줄 안다고?
내심 믿기지 않았지만…
기대 반 의심 반…
이틀을 연달아 시장을 봐 오는데
가만히 보니까 며느리는 아이들과 놀고 있고
아들 혼자서 들락거리면서 장을 봐온다.
추수감사절 날이 되었다.
눈치를 보니까 새벽부터
아들은 터키를 굽는다며 부엌에서
왔다갔다하고 며느리는 감자도 까주고
조수처럼 조금 거들어주기만 하는 눈치다.
저녁이 다 준비되었다면서
식구들을 식탁으로 불러 모으기에 가보니
생각보다 근사한 밥상이 차려져 있다.
터키도 노릇노릇 냄새도 없이 잘도 구워놓았다.
능숙하기가 한 번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다.
세상에나!
내 아들이 언제부터 저렇게 부엌에서?
음식이 맛난 만큼 내 마음이 좀 그렇다.
마냥 기뻐해야만 하는데 이 마음이 무엇일까?
확실히 세대차이인가 보다.
누가 부엌에서 일하면 어떤가?
저희들이 행복하게 잘 살면 되는 것이지.
내가 내 마음을 달래어 본다.ㅎㅎ
아들이 채려준 땡스기빙 디너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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