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끌려 나온 자

 

 성경을 매우 불경스럽고 더러운 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인간의 더러운 죄와 저지른 범죄행위를 곧이곧대로 가감 없이 기록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높은 도덕과 인간수양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보는 세상종교의 눈으로 볼 때 성경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책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성경은 두 딸이 아버지에게 술을 먹이고 동침하여 아이를 낳아 모압과 암몬의 조상이 되는 기가 막히는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롯은 과감히 떨치고 나왔어야 했습니다. 전력을 다 하여 산으로 도망하였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는 머뭇거렸고 천사의 손에 이끌려 겨우 소돔성을 빠져 나왔고, 산으로 도망하는 대신 천사에게 애걸하여 중간의 작은 성 소알에 들어갔습니다. 덕분에 소알성이 멸망을 면했는지 모르지만 롯이 본 소알성은 소돔과 다를 바 없는 죄악 가득한 성이었던가 봅니다. 롯은 그곳에 임할 심판이 두려워 다시 그곳을 나와 산으로 올라가 두 딸과 함께 굴속에 거하였습니다.

 성경은 그들이 그 굴속에서 얼마나 살았는지는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이 아예 그곳을 은거지로 삼아 주저앉아 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일 그 굴속에서 잠시 머물렀다가 다른 곳으로 옮겨 갔더라면, 그들이 아브라함을 다시 찾아 돌아갔더라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고 하나님의 지시하심을 따라 갔더라면 이런 해괴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들은 그 굴에 틀어박혔던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두 딸은 절망하였을 것입니다. 정혼한 남편들은 멸망한 소돔성에서 죽었고 그들에게는 후사를 낳을 희망이 없다고 여긴 것일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아버지에게 술을 마시워 취하게 하고 아버지로 인하여 아이를 낳게 되고 그 아이들이 모압과 암몬의 조상이 됩니다. 술만 아니었더라도 노아가 술 취하여 벌거벗었고 그로 인하여 한 아들을 저주하게 된 것처럼 롯이 취하여 이미 소금기둥으로 변한 아내인지 딸인지 분간 못 하여 딸들과 동침하여 모압과 암몬의 조상이 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모압과 암몬은 두고두고 이스라엘을 괴롭히는 족속이 됩니다. 후일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하였을 때 모압왕 십볼의 아들 발락은 이스라엘을 저주하게 하려고 발람을 매수합니다. 암몬은 이스라엘을 침공합니다. 또한 이 두 족속의 우상들, 곧 모압 사람의 가증한 그모스와 암몬 사람의 가증한 밀곰은 솔로몬 왕의 왕비와 후궁들에 의하여 예루살렘에 산당으로 모셔져 유대땅을 더럽히고 이스라엘 백성을 타락하게 하고 하나님의 진노를 격발하게 됩니다.

 롯은 스스로가 아니라 아브라함의 기도에 의하여, 천사의 손에 의하여 억지로 이끌어냄을 받은 “억지로 성도”의 모형인지도 모릅니다. 롯이 억지로 이끌려 나왔더라도, 그 때부터라도 진심으로 하나님을 따르고 몸과 마음을 다하여 하나님을 붙좇았더라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주님을 따르려면 몸과 마음을 다하여 따라야 합니다. 세상에 미련을 두고 하나님과 세상을 함께 양다리로 섬길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을 따라 나섰으면 뒤돌아보지 말고 소알성으로 타협하지도 말고 굴속에 주저앉지도 말아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을 따라나서는 때부터 군사요 군병이요 동역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왜 이런 해괴한 일을 막지 않으시고 허락하셨을까요? 노아가 술 마시고, 아브라함이 애굽여자 하갈에게서 이스마엘을 낳고, 롯의 두 딸이 모압과 암몬을 낳고.... 생각해보면 하나님은 하와의 선악과도 막지 않으셨습니다. 참 이상한 일이라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은 자유의지로 죄를 택했습니다. 하나님은 막지 않으셨습니다. 막는다고, 금한다고, 누른다고 될 일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막고 억눌러서 죄인이 안 될 수 있었다면, 금하여 의인이 될 수 있었다면 하나님은 그렇게 하셨을 것입니다. 인간은 그 본성이 죄인이었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들을 내어주시지 아니하시면 도무지 해결방법이 없는 것이 인간이었던 것입니다. 억지로 이끌려나온 자, 롯은 그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죄인을 용서하셨다는 말씀은 죄인을 의인으로 만들어놓고 용서하셨다는 말씀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죄인들을 이미 사랑하셨고 그 죄인들을 용서하시고 구원하셨습니다. 억지로 이끌어내셨습니다. 우리가 바로 억지로 이끌려 나온 롯들입니다. 죄악의 성으로부터 떠나지 못 하고 머뭇거리다 억지로 이끌려 나와 소알성에 기어들고 굴 속에 머물고 여전히 죄의 열매를 맺기까지 하고 있는 롯들입니다. 그런 나, 그런 죄인을 사랑하사 그 아들의 피로 대속하시고 이끌어내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그런 나를 동역자 삼아 이끌어 가시며 그리스도의 신부, 주님의 형제, 하나님의 자녀로 삼으신 기이한 은혜를 인하여 송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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