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확실한 투자

 

금융 재난의 한복판에서 어떻게 기도할 것인가


글: 필립 얀시  Phillip Yancy


December 27, 2008 강선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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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들은 2008년을 금융 쓰나미의 해로 기록할 것이다. 이 쓰나미는 가옥 압류와 파산, 실업이라는 상처를 깊게 파 놓았다. 이에 대한 조치로 각국 정부는 자본주의의 기본 원칙을 폐기하는 경쟁이라도 하는 듯 막대한 돈을 은행과 투자 회사, 대형 보험사에 쏟아 부어 신용을 회복하고 자본 흐름을 복구하려고 애쓰고 있다.

전 세계 주식 시장의 시가 총액이 7조 달러나 감소하며, 가장 변동이 심했던 주간에 <타임지>(Time) 편집자의 전화를 받았다. “기도에 관한 책을 쓰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같은 위기의 시기에는 어떻게 기도해야 하지요?”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는 그 기도를 세 단계로 정리하게 됐다.

첫 번째 단계는 단순하다. 직감적으로 외치는 것이다. “도와주세요!” 해고나 건강 악화에 직면한 사람들에게, 노후 생활 자금으로 저축한 돈이 날아가 버린 사람들에게, 기도는 두려움과 불안을 표현하는 길이 된다. 잘 편집해서 기도를 드리면 세련되고 성숙한 기도로 들리겠지만, 나는 기도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배웠다. 우리 귀에는 유치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하나님은 우리가 있는 모습 그대로 나아오길 바라신다. 참새 한 마리가 땅에 떨어지는 것까지 아시는 하나님은 금융 위기의 두려움이 연약한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실 리가 없다.

기도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우리가 그 두려움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는 가장 좋은 자리이다. 위기에 처해서 드리는 기도의 본보기 하면 나는 예수님이 겟세마네에서 보내신 그 밤이 떠오른다. 세 번이나 땅에 엎드려 기도하셨는데, 몸에 흐르는 땀이 핏방울처럼 되었고,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그런 고뇌의 한복판에서, 예수님의 기도는 “이 잔을 내게서 옮기옵소서”에서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로 바뀌었다. 뒤를 이은 재판 장면에서, 예수님은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한 모습을 보여주셨다. 예수님은 기도로 염려와 불안을 떨치셨고, 아버지에 대한 신뢰를 다시 확신했으며, 다가오고 있는 공포에 굳게 맞설 수 있었다.

말씀을 드릴 뿐만 아니라 들으려는 마음의 자세로 기도한다면, 기도의 두 번째 단계로 들어갈 수 있다. 바로 묵상과 성찰의 단계다. 좋다, 살아가려고 저축한 돈은 사라져버렸다. 재앙과도 같은 이 일에서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금융 재난 관련 뉴스를 들으면서, 나는 주일학교에서 부르던 노래를 다시 불러보았다.  

반석 위에 짓는 지혜로운 자
비가 오고 홍수가 나도 반석 위 집 튼튼하네.
모래 위에 짓는 어리석은 자
비가 오고 홍수가 나면 모래 위 집 무너지네.

위기는 나의 삶이 어떤 토대 위에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금융 안전성이나 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정부의 능력에 궁극적인 신뢰를 두었다면, 나는 틀림없이 지하실이 물에 잠기고 벽이 무너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시카고에 사는 친구 빌 레슬리(Bill Leslie)는 성경은 돈에 대해 세 가지 중요한 질문을 한다고 말하곤 했다. (1) 돈을 어떻게 벌었는가? (합법적이고 정당하게?  아니면 착취해서?) (2) 돈으로 무엇을 하는가? (사치를 즐기는 데?  아니면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데?) (3) 돈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예수님이 하셨던 가장 신랄한 비유들과 말씀들 중에는 이 마지막 질문을 정곡으로 찌른 것들이 많이 있다.  

분석가들은 금융 붕괴의 원인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먼저 유행에 뒤떨어진 구식 용어들―탐욕, 절제, 정직과 신뢰―의 먼지를 떨어내는 일부터 시작했다. 경영진이 사원과 주주를 희생시킨 돈으로 호주머니를 불릴 때, 은행이 원금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는 대출을 할 때, 돈을 빌린 사람들이 신용 계약을 저버릴 때, 시스템은 붕괴한다. 제대로 기능하는 경제는 가늘어 보이지만 단단한 신뢰의 망 때문에 유지된다. (의심스럽다면, 무얼 하려면 뇌물을 줘야 하고 물건을 사고서는 거스름돈을 꼼꼼히 세어봐야 하는 나라를 찾아가 보라.)

전 세계 부가 7조 달러나 줄어든 바로 그 주간에, 짐바브웨의 인플레이션 비율은 2억 3100만 퍼센트를 기록했다. 월요일에 100만 짐바브웨 달러를 저축했다면, 화요일에 고작 1.58달러만 찾게 된 꼴이다.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이 같은 사실은 위기의 때에 드리는 기도의 세 번째이자 가장 어려운 단계로 나를 이끈다. 나 자신의 문제에서 눈을 돌려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긍휼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바라는 기도가 바로 그것이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고 기도하라고 가르치신다. 그리고 우리는 천국에는 노숙자도, 궁핍한 자도, 굶주리는 자도 없다는 것을 안다. 주식 시장이 밑도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을 때, 나는 사립대학, 선교 기관, 그밖에 여러 비영리 단체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은 기부자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기관들이다.

2009년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집을 짓는 일에, 아프리카에서 에이즈와 싸우는 일에, 퇴폐적이고 과시적인 문화에 맞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선포하는 일에 더 많이 기부하겠다고 그리스도인들이 다짐한다면, 참으로 대단한 그리스도의 증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가 이렇게 한다면 세상의 논리와 상식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반석 위에 집을 지어야 한다는 예수님의 이 간단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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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한국판 (2009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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