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바치는 나의 고백
최송연
눈꽃이 하얗게 핀 어느 겨울 밤,
소녀, 19살 꽃다운 나이에
황홀하도록 멋진 당신을 만났습니다.
당신이 곁에 계신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
차가운 마룻바닥도
차갑다 느끼지 못하고,
거기 그렇게
다소곳 무릎 꿇고 앉았노라니...
불타듯 쏟아붓는 당신의 그 사랑,
작은 가슴으로 받기엔 너무 뜨거워
소녀는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사르르 떨리는 두 손으로
당신이 내미시는 사랑의 손을
꼭 잡은 채
당신과 함께라면
그곳이 어디든 따라가고…
당신이 죽으라시면
나 기꺼이 죽겠노라
고운 입술로 맹세도 하고...
온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소녀는 너무도 행복하여
그렇게 울고 또 울었습니다.
당신 품에서 온 밤을 지새운 후의
그 아침은…
어찌 그리도 찬란하게
빛나 보이든지요…
하늘의 새들은 모두
소녀를 위해 즐거이 노래 부르며…
새벽 이슬은 일제히 일어나
소녀를 향해 손짓하며 반짝였고,
만상이 어찌 그리도 사랑스럽든지...
두 다리는 새하얀 구름 위를
둥둥 떠 다니는 듯…
소녀는 마냥 그렇게 행복했습니다.
이제 그 소녀의 나이
반 백 년을 훌쩍 넘기고
지난 세월 뒤돌아 보니,
당신께 드렸던 첫 번 맹세와는 달리
너무도 많이, 정말 너무도 많이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해 드렸던 것 같습니다
때로는,
배 고프다 칭얼대었고,
당신이 나와 같이 가자던 이 길이
너무 험하여 도저히
더는 따라갈 수없노라
주저앉아 떼쓰며 울기도 했고…
당신이 내게 맡기신 양떼들은
어쩌면 이리도 억세냐고 투정하고
불평하고...
나는,
항상 그렇게 당신을 괴롭히며
못되게 굴었습니다.
그럼에도,
나를 향한 당신의 그 사랑,
나를 향한 당신의 그 배려,
나를 향한 당신의 그 인내,
나를 향한 당신의 그 소망은
언제나 한결같이
거기 그렇게 내 곁에서
나와 함께 해 주셨습니다.
나 이제 다시 고백합니다
내가 다시 태어난다 하여도
당신과 함께하는 이 길을 택하겠노라고...
이제는 불평 대신
감사 찬송 부르면서
당신의 못 자국 난 사랑의 손 꼭 붙들고
십자가의 모진 이 길을 걸어가겠노라고…
사랑합니다, 나의 예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