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인지 넋두리인지를 하고자 합니다. 1995년부터 1998년까지 3년 동안 제가 한전 뉴욕사무소에서 기술담당부장으로 근무하던 시기에 미국에서 제작하는 기자재의 기술지원을 위하여 기계담당, 전기담당 부장이 파견되어 나와서 저를 도와 함께 일하였습니다. 그런데 함께 일했던 한기 부장님 세 분이 다 일찍 돌아가셨으니 이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저 혼자 남았습니다. (설명: 한전기술(주: 한기, KOPEC)는 한전의 원자력발전소 건설기술을 담당하고 지원하기 위하여 1970년대에 한국원자력엔지니어링(주: KNE)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어 지금까지 한국전력과 한수원(원자력)의 기술과 설계를 담당, 지원해 오고 있는 회사입니다.)

 

 

그 세 분 부장님 가운데 가장 먼저 최H 부장님은 저와 함께 뉴욕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중 1997년엔가 아직 40대 나이에 젊은 아내와 어린 자녀 둘을 남겨놓고 위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 다음 저와 참 친하게 지냈던 조W 부장님은 뉴욕사무소 근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여 영광원자력 건설현장에서도 잠시 저와 함께 일했는데 그 두어 해 뒤 아직 50대 초반 한창나이에 늙으신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아들을 남겨놓고 혈액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조H 부장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최 H 부장님의 후임으로 뉴욕사무소에 부임하였던 조H 부장님은 퇴직후 귀국하지 않고 지금까지 미국에서 살아오셨는데 당뇨병과 공황장애, 그리고 파킨슨병 등 등 지병으로 고생하다가 저 지난 주에 병원에서 돌아가신 것입니다. 아직 71세밖에 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저는 조H 부장님이 투병중이던 때에 가끔씩 방문하여 왔는데 지난 7월 8일 오후, 제가 아내와 함께 마지막으로 병원에 갔을 때 제가 도착하기 불과 십 분 전에 운명하셨다고 하였습니다. 조H 부장님이 25년 넘게 다녔던 교회에서 치러진 천국환송예배와 장지(葬地)에서 치러진 하관예배에는 많은 교우들이 참석하여 조 집사님을 기리며 천국에서 다시 만날 소망으로 찬송가를 부르며 이별을 하였습니다. 그래도 조 부장님은 세 자녀를 훌륭하게 길러내었고(아들은 목사요 아프리카 선교사, 큰딸은 전도사) 손주도 다섯이나 보고 71세에 돌아가셨으니 앞서 돌아가신 두 분에 비하면 훨씬 복되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왜 하나님께서 저와 함께 일했던 한기 부장님들 세 분을 모두 그렇게 일찍 데려가셨는지부터 의문스럽고 원망스럽고 슬펐습니다. 저의 기억 속에는 함께 일할 때와 함께 골프를 치던 때의 그 세 분의 모습과 음성이 또렷하고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 세 분 부장님들이 모두 이른 나이에 뜻하지 않은 병으로 이 땅에서의 삶을 마감하였지만 그렇다고 저는 저만 그런 고통을 면제받았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저도 뜻하지 않았던 퇴직을 당하고 미국으로 와 뒤늦은 신학공부와 목회자의 길, 가난과 궁핍의 가시밭길을 걸어왔고 저와 우리 가족의 고난의 길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저도 머지않아 이 세상을 떠날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가 고난의 고통과 슬픔의 인생길을 걷고 있습니다. 성경 시편 90편 말씀대로 이 세상에서의 우리의 삶은 수고와 슬픔 속에 살처럼 빠르게 날아가고 있습니다. 좀 일찍 죽었다고 불행이 아니고 좀 더 살았다고 복이 아닙니다. 모든 인생들이 줄을 이어 수고의 산과 슬픔의 골짜기를 넘으며 신속히 날아가고 있습니다.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줄줄이 세상을 뜨고 있으며 우리 모두 그 줄에 서서 마지막을 향하여 떼밀려 나아갑니다. 내가 그 줄의 어디쯤에 서 있는지, 내 앞에 선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되는지, 언제 내 차례가 되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아무도 그 줄에서 빠질 수도 없고 비켜설 수도 없고 멈춰 설 수도 없습니다. 확실히 아는 것은 언젠가 내 차례가 오고 나도 떠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감사한 것은 제가 한전 뉴욕사무소에서 그 세 분 부장님들을 믿음 안에서 만났고 또 하나님의 품안에서 다시 영원히 만날 것입니다. 그 세 분은 제가 한전 뉴욕사무소에서 윗분의 핍박을 받으면서 신우회를 이끌 때 신우회 모임에 동참하여 저를 도와주고 함께 예배드리고 함께 성경공부를 하였습니다. 업무에 있어서도 힘들 때나 어려울 때나 마음을 함께 하여 일하였었습니다. 그리고 그 세 분은 이제 저보다 앞서 주님 품에 안겨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 사랑하는 가족을 뒤에 남겨두고 간 그 분들을 “죽음이나 고통이나 슬픔이 없는” 그 곳에서 주님께서 모든 눈물을 닦아주시며 위로하실 것을 믿습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저도 그 곳에 갈 것입니다. 그리고 즐거웠던 그 때처럼, 함께 일하고 함께 골프를 치던 그 때처럼 천국에서 다시 함께 할 것입니다, 영원히.

 

 

그렇습니다. 이 세상의 삶이 전부라면, 죽음이 끝이라면, 우리가 소멸될 존재라면 우리가 하나님께 예배드리고 찬양할 이유가 없습니다. 믿음도 신앙도 헛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죽은 자의 하나님이 아니시며 산 자의 하나님이십니다. 죽을 자들에게서 예배를 받으실 하나님도 아닙니다. 우리를 영원히 살게 하실 전능하신 하나님, 우리를 살리시려 아들을 내어 주신 사랑의 하나님이십니다. 우리에게 영원히 살 소망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하루하루, 한걸음 한걸음 하나님을 향하여 찬송하며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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