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굽으로 돌아가자."

 

(민수기 14장 1-5절)

온 회중이 소리를 높여 부르짖으며 밤새도록 백성이 곡하였더라

이스라엘 자손이 다 모세와 아론을 원망하며 온 회중이 그들에게 이르되 우리가 애굽 땅에서 죽었거나 이 광야에서 죽었더면 좋았을 것을

어찌하여 여호와가 우리를 그 땅으로 인도하여 칼에 망하게 하려 하는고 우리 처자가 사로잡히리니 애굽으로 돌아가는 것이 낫지 아니하랴

이에 서로 말하되 우리가 한 장관을 세우고 애굽으로 돌아가자 하매

모세와 아론이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 앞에서 엎드린지라

 

 

 

 

성경에 기록된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애굽을 나와 홍해를 건너고 광야를 지나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가나안을 앞둔 가데스바네아에 도착한 이스라엘 백성들,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가나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정탐꾼들을 보내 가나안땅을 정탐합니다. 40일 동안 가나안을 탐지하고 거대한 포도송이까지 둘러메고 돌아온 정탐꾼들은 가나안 땅을 혹평하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의 장대한 족속들을 이기지 못 할 것이라고 보고합니다. 정탐꾼들의 보고에 놀란 백성들은 모세와 아론을 원망합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우리를 죽게 하려고 이곳으로 인도하시는가, 밤새도록 소리치며 곡을 합니다. 한 지도자를 세워 애굽으로 돌아가자고 합니다. 오직 여호수아와 갈렙만이 ‘여호와 하나님이 우리에게 계시니 저들은 우리의 먹잇감이라, 두려워 말고 올라가서 그 땅을 취하자.’ 하였으나 그들은 듣지 않습니다. 이 패역한 백성들에 진노하신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40년 동안 광야를 헤매다 20세 이상의 모든 남자들이 다 죽은 다음 비로소 여호수아와 갈렙에게만 광야에서 태어난 후세들을 이끌어 가나안을 정복하게 하십니다.

 

 

두려움에 떨며 ‘애굽으로 돌아가자!’고 밤새도록 곡을 하던 이스라엘 백성들....., 그 백성들을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저 자신을, 우리 가족을 생각해 봅니다. 하나님을 따라나선 길은 평탄하고 풍요로운 길이 아니었습니다. 배고프고 목마르고 거칠고 험하고 외로운 광야길이었습니다. 시애틀에서 개척교회를 하면서 저는 병원통역 일을 하였고 아내는 아기 돌보는 일을 하였습니다. 뉴저지로 옮긴 다음에는 양로원에서 노인환자들을 지키며 밤을 새우는 일도 하였습니다. 이제 나이 들어 목회를 접은 지금은 딜리버리 일을 하면서 힘겹게 버티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제대로 공부하지 못 하고 진로를 잡지 못 하고 고생하였고 혼기를 놓쳤습니다. 내 인생이, 우리의 삶이 왜 이렇게 되었나 싶은 생각이 때때로 드는 것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애굽으로 돌아가자!”.......

그들은 원망하며 애굽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였습니다. 여호수아와 갈렙인들 가나안의 거인들이 두렵지 않았겠습니까? 여호수아와 갈렙인들 40년 동안 광야를 떠돌며 애굽을 떠나 온 것이 후회스럽고 애굽의 평온한 삶이 생각나지 않았겠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고기와 부추와 마늘을 먹던 애굽생활이 생각나고, 그냥 그곳에서 그렇게 살았더라면 이 고생은 하지 않을 것을, 아이들도 고생에 잡히지 않았을 것을, 하는 후회의 마음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따라나선 길은 되돌릴 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 길이었습니다. 아무리 험하고 두렵고 힘들어도 계속 가야 하는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광야길에서 불기둥 구름기둥이 되어주시고 만나를 내려주신 하나님의 기이한 도우심과 공급하심을 만일 애굽땅에 그냥 살았더라면 체험할 수 있었겠습니까? 애굽의 따뜻한 고깃국 가마솥 곁에서 평온한 삶을 살았더라면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므로 후회할 수가 없습니다. “애굽으로 돌아가자.” 말할 수도 없습니다. 돌아서는 것은 곧 죽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직 앞만 바라고 걸을 뿐입니다. 이제 곧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가나안을 밟겠지요, 하나님이 함께 계시니까요.

 

그래요. 저 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예수를 믿는 것은 돌아설 수 없는 길입니다.

저희보다 더욱 험하고 더욱 고생스러운 길을 기쁨으로 걷고 또 죽음을 당하기까지 한 사람들이 어디 한 둘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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