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얇은 사람들 /정인수 목사 



우리말에 ‘귀가 얇다’라는 재미있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그 말에 귀가 팔랑이고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말한다. 목회를 하면서 교회를 허무는 작은 여우 중에 하나는 교우들이 귀가 얇아 쓸데없는 말, 부정적인 말을 어디서 주어 듣고 그로 인해 쉽게 시험을 받는 사람들이다.

인체의 신비 중 가장 큰 신비는 귀의 존재이다. 귀의 가장 주된 기능은 소리를 듣기 위함이다. 어떤 곳에서 소리가 나면 그 소리는 공기를 타고 귀에 닿게 된다. 귀를 자세히 보면 소리를 모으기 쉬운 모양으로 창조되었다. 하나님의 오묘한 신비가 아닐 수 없다. 소리가 일단 귀에 접수되면 그 귀의 고막 진동을 통해서 청신경을 타고 뇌의 청각 중추에 전달된다. 거기서 소리의 판단이 내려진다.

귀는 두 개로 창조되었다. 이 귀가 둘인 것은 소리가 난 방향을 알려 주기 때문이다. 즉 두 개의 귀로 되었기에 스테레오로 들리는 것이다. 귀가 하나 밖에 없다면 소리의 방향을 알 수 없다. 귀는 눈과는 대조적으로 늘 24시간 들리게 되어 있다. 눈은 무서운 형상이나 원치 않는 장면은 감을 수 있지만 귀는 계속 틀어 놓을 수밖에 없다. 귀는 늘 열어져 있기 때문에 이런 소리 저런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소리들이 난무한다. 그래서 열린 귀로 이런 소리 저런 이야기를 다 접수하곤 한다.

목회를 하면서 교회만큼 많은 이야기가 흐르는 곳이 없다고 본다. 수많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교회에서 만큼 들을 수 있는 곳이 없다. 문제는 그 흐르는 이야기 중 적지 않은 것들은 들을 필요조차 없는 것들이 많다.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오류의 이야기, 혹은 중상모략의 이야기, 쓸데없는 비방의 이야기 등 거짓 정보가 흘러 다닌다. 요즘에 인터넷에도 보면 흑색선전, 가십, 그리고 거짓말이 우후죽순 격으로 난무하고 있다. 아울러 음란 메일, 마구잡이 공격, 그리고 엉터리 정보들이 검증 과정 없이 인터넷에 쓰레기처럼 돌아다니고 있다. 종종 나에 관한 가십도 몇 사람을 걸쳐 들을 때가 있다.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어 ‘핏’ 웃으며 무시하기도 한다. 문제는 사람들은 어이가 없게 그러한 잘못된 정보에 귀가 솔깃하거나 쉽게 마음을 준다. 인간의 타락한 죄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귀가 얇다’라는 이 속담은 진짜 귀가 얇은 형상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남의 이야기에 솔깃하여 자신의 줏대가 쉽게 흔들리는 그런 사람을 가리킨다. 목회를 하면서 제일 안타까운 교인들 중 하나는 이런 류의 교인들이다. 귀가 얇아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쉽게 줏대가 흔들린다. 어느 날 보면 교인이 삐져 있다. 시험을 심하게 받고 있다. 넌즈시 그 이유를 알아보면 남의 헛된 이야기를 듣고 나에 대해 일방적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교인들은 그러한 허위 정보에 대한 진위 여부조차도 알아보지도 않고 그저 심각한 오해를 계속 하고 있다. 그런 교인들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변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언제부터 인가 그런 오해의 문제를 기도로 해결하는 것이 낫다는 지혜를 갖게 되었다. '교인은 오해할 권리가 있다. 그렇지만 목회자는 변명할 책임도 없다. 오직 하나님은 아신다'라는 목회 자세를 갖게 되었다.

문제는 허위와 거짓 정보를 흘리고 다니는 사람도 문제이지만 그러한 이야기에 쉽게 흔들리는 그 사람들의 인격과 판단력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교회란 관계의 공동체이다. 무수한 관계들이 교차되고 세워져 나간다. 그 관계는 하나님의 사랑 가운데 세워진 순수하고 깨끗해야 한다. 그리고 서로의 인격적인 존경과 신뢰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

귀가 얇은 사람들은 인생에 있어서 결코 승리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분별력과 예지가 현저히 떨어진다. 자신의 철학도 부재된 상태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문제는 관계의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만다. 귀가 얇아 모든 들리는 이야기를 판단으로 사람을 대할 때 그것은 바로 인간관계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다.

신앙의 줏대, 인간관계의 줏대를 새롭게 세워 보자. 귀가 두꺼워진 사람이 되어 보자. 신앙의 사람들은 관계에 있어서도 늘 변함없고 늘 성실하다.


출처:USA 아멘넷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