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녹이는 ‘마운틴듀’ 사람이 마셔도 괜찮나

마운틴듀 치아 침식률은 콜라의 6배

2012년 0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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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음료 ‘마운틴듀’가 쥐를 녹인다고?”

지난 주 라이브사이언스, NBC, CBC 등 미국의 언론매체에 ‘탄산음료 마운틴듀가 쥐를 녹인다’는 거짓말 같은 제목의 기사를 실려 화제가 됐다. 콜라, 사이다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는 마운틴듀에 쥐도 녹일 만큼 위험한 물질(?)이 들어 있다니 좀처럼 믿기 어렵지만 사실로 인정해야 할 듯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주장을 펼친 곳이 다름 아닌 마운틴듀의 제조업체 펩시코(PepsiCo)이기 때문이다.

제조업체로써 사형선고나 다를 바 없는 고백을 스스로 털어 놓은 이유는 펩시코에 걸린 한 소송 때문이다. 2009년 미국 일리노이주에 사는 로널드 볼 씨는 자판기에서 구입한 마운틴듀에서 죽은 쥐가 나와 피해를 입었다며 제조업체인 펩시코에게 손해배상금 5만 달러(한화 약 5700만 원)를 요구하는 소송을 걸었다.

볼 씨가 음료수를 구입한 시점은 2008년 11월 10일. 그는 회사 자판기에서 마운틴듀를 구입해 한 입 마셨는데, 역겨움을 느껴 바로 뱉어냈다. 남은 음료를 컵에 따라 살펴봤더니 뜻밖에도 작은 쥐 한 마리가 나왔다. 크게 놀란 볼 씨는 캔에 적힌 전화번호로 즉시 연락을 했고 펩시코 측은 손해사정인을 보내와 테스트를 해보겠다며 쥐와 남은 음료수를 가져갔다.

하지만 17개월 뒤인 2010년 4월 8일, 해당 쥐를 면밀하게 분석한 펩시코는 자사 제품에서 쥐의 사체가 나왔다는 주장이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달 이상 자사 제품에 들어가 있던 쥐치고는 너무 멀쩡해 보인다는 것. 펩시코는 “한 달 이상 마운틴듀에 담근 쥐는 꼬리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뼈와 살 구조가 모두 사라진 젤리 같은 형태만 남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쥐의 해부와 실험을 맡았던 수의사 로렌스 맥길은 지난해 10월 8일 일리노이주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 “마운틴듀에 4~7일 정도 담근 쥐라면 뼈에서 칼슘이 모두 빠져나오고 내장 구조는 파열되며, 30일이 지나면 꼬리 일부분만 남기고 모든 구조가 사라진다”고 적었다. 반면 볼 씨가 보내온 쥐에는 뼈와 내장 기관, 연골까지 남아 있었다.

또 “문제의 음료수가 개봉된 것은 제작되고 74일 뒤인데, 그 안에 들었다고 주장하는 쥐는 태어난 지 4주를 넘지 않은 어린 상태였다”며 “음료수 제작과정에서 쥐가 들어갔을 가능성은 적다”고 진술서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외신들은 “제조 과정 중에 쥐가 들어갈 수 없음을 입증했을지는 몰라도 마운틴듀가 쥐도 녹인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재판이 진행중인 일리노이 주 매디슨 카운티 법원은 펩시코 측에 이달 11일까지 구체적인 답변을 요청한 상태다.

●마운틴듀 치아 침식력은 콜라의 6배

음료수가 쥐를 녹일 수 있다니 사람이 마셔도 괜찮은걸까.

마운틴듀의 산성도는 pH3.4에 이른다. 마운틴듀가 이 같이 강산성을 보이는 이유는 산미료 기능으로 넣은 시트르산 때문이다.

시트르산은 레몬이나 라임 등 귤속 과일에 많이 들어 있는 천연 물질로 음식에 신맛을 내기 위해 사용된다. 적당한 신맛은 식품에 청량감을 주고 미각에 상쾌한 자극을 주며 침의 분비를 촉진해 식욕을 돋운다.

그런데 이 시트르산은 칼슘과 매우 잘 결합하기 때문에 치아의 에나멜 층을 침식시키는 기능이 있다. 같은 산이라도 콜라에 사용되는 인산이나 사과산에 비해 침식률이 높다.

같은 탄산음료인 콜라의 산성도 역시 pH2.5에 이른다. 최은정 이화여대 과학교육학과 겸임교수는 “이런 강산 음료는 살균력이 있어 변기청소나 피 얼룩을 제거할 때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2004년 미국 메릴랜드대 치대 안소니 본 프라운호퍼 명예교수는 사람의 어금니를 마운틴듀와 콜라에 각각 2주간 담그는 실험을 했다. 2주 뒤 마운틴듀에 담갔던 어금니는 에나멜층이 처음보다 약 6%가량 사라졌지만 콜라는 1%가 약간 넘게 녹았다. 놀랍게도 다이어트 마운틴듀에서는 에나멜층이 8%나 사라졌다.

이 같은 성질 때문에 치의학 전문가들은 음료수를 마실 때는 가능한 한 음료수가 입 안에 오래 머무르게 하지 말고 단숨에 벌컥 들이마셔야 한다고 충고한다. 또 다 마신 뒤에는 바로 양치질을 하지 말고 입 안을 물로 행군 뒤 하는 게 좋다.

물론 탄산음료는 마시는 순간 빠르게 소화기관을 타고 흘러 내려가 분해되기 때문에 건강한 소화기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탄산음료로 인해 내장기관이 부식될 위험은 없다. 하지만 산성 음식을 많이 먹으면 어린이는 성장발육에 지장이 생기고, 나이가 들면 뼈엉성증(골다공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김윤미 기자 ym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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