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차여행에서 만난 사랑의 진실 *


                                                                    우심 안국훈

마음 허전해질 때는 여행을 떠난다
한적한 산골이나 조용한 바닷가를 찾기에
종종 기차를 이용한다


지난 봄날 그날따라 피곤하여 의자에

기대어 잠 좀 자려는데
뒷좌석에 앉아있던 중년부부가 쉼 없이 수다를 떤다
은행나무 연초록빛이 너무 아름답다느니
흘러가는 강물 물빛이 오늘은 더욱 푸르다느니
저 연인들은 사귄지 오래 된 것 같다느니
어느 상점 간판이 재미있다느니
지나가는 아이들 옷차림까지 시시콜콜 이야기 한다


졸려 뒤척이다가 깔깔 웃는 소리에

그만 잠을 깨니 부아가 났다
기어이 참지 못하고 뒤를 바라본 순간
내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눈 먼 남편을 위해
그 남편의 눈이 되어 아내가
그리도 살갑게 이야기해주고 있던 것이었다
맞대응 하는 남편의 평온한 얼굴에서 행복이 넘치고 있었다



사랑은 꽃물처럼 번지고
행복은 햇살처럼 가까이 있는 거로구나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