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샌드라데이 오코너는 미국 사법사상 최초의 여성 연방대법관이 되었다. 24년 동안 보수와 진보로 팽팽하게 갈린 대법원에서 '중도의 여왕'이라고 칭송받을 정도로 균형추 역할을 하고, 유방암 투병 중에도 법정을 지키는 등 강인한 면모를 지녔던 오코너.

그러나 오코너는 2005년 갑자기 은퇴를 선언했다. 종신직인 대법관의 임무와 영예를 내려놓은 이유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남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로스쿨에서 만난 남편은 유능한 변호사로 활동하다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기억을 점점 잃으면서 부인조차 알아보지 못하게 된 남편은 요양원에서 만난 환자와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산책하거나 키스를 하는 장면을 오코너는 자주 목격했지만 남편을 미워하거나 새 애인을 질투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코너는 행복해하는 남편을 기쁘게 바라봤다.

“아버지는 마치 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년 같아요. 어머니는 아버지가 정서적 안정을 찾게 됐다며 좋아하세요.” 오코너 부부의 아들은 방송 인터뷰에서 줄곧 자살 이야기만 했던 아버지가 사랑에 빠진 뒤 행복해한다고 말했다.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다른 여성을 사랑해도 당신만 행복하다면 나는 기쁩니다.” 남편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오코너의 사랑에 대해 심리학자 매리 파이퍼는 이렇게 말했다. “젊어서의 사랑은 자신의 행복을 원하는 것이고, 황혼의 사랑은 상대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것이다.”

글ㆍ월간 「좋은생각」편집팀 / 2008년 10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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