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발 들어 올리기' 끝에

야곱이 발행하여 동방사람의 땅에 이르렀습니다. ‘필 발, 갈 행’, ‘발행(發行)’이라고 쓰니 이해가 좀 어렵습니다. 우리말로 신문이나 잡지를 ‘발행’하는 것도 똑같은 ‘발행’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영어성경(NIV)을 보니 'Then Jacob continued on his journey.' '그리고 야곱은 그의 여정을 계속하였다‘고 쓰고 있습니다. 성경 원어 히브리어를 찾아보니 ’브이샤 야콥 라갈라인 브일레크‘, ’야곱이 발 들어올리기를 계속했다.‘고 되어 있네요. ’발 들어올리기를 계속했다.‘, 길을 가는 모습을 발을 계속 들어 올렸다고 표현하니 재미있습니다. 어쨌든 야곱은 부모를 떠나 무려 700 km를 '발 들어올리기'를 계속하여 동방사람들의 땅에 도착하였습니다.

"There he saw a well in the field." 거기에서 그는 들에 있는 우물을 보았습니다. 그 우물곁에는 양 세 떼가 누워서 목자들이 우물을 덮은 돌을 치우고 물을 먹여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물은 히브리어로 ‘브엘’입니다. 돌은 ‘에센’입니다. 우물은 생명수를 담고 있습니다. 돌이 치워지면 양들은 생수를 마실 것입니다. 우리는 앞서 아브라함의 늙은 종이 이삭의 아내 될 여자를 얻으려고 하란 땅에 왔을 때 리브가를 우물가에서 만난 것을 압니다. 우리는 또 출애굽기를 통하여 반석이 갈라지고 생수가 터져 나오는 것도 읽습니다. 성경을 기록한 사람이 이런 광경을 의도적으로 이렇게 묘사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 반석과 그 반석의 깨어짐, 그리고 깨어지고 갈라진 반석을 통하여 흘러나온 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압니다. 야곱이 염소고기와 털로 아버지를 속이고 축복을 받으며 집을 떠나 아내를 얻으러 가는 길에 돌(에센)베개를 베고 자다가 꿈에 사닥다리와 그 위에서 약속하시는 하나님을 뵙고 이제 하란 땅에 이르렀는데 이번에는 돌로 덮은 우물곁에서 양떼와 목자들이 기다리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고 이렇게 성경에 기록된 이 모든 이야기들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야곱은 거기에서 자기의 외사촌이며 아내가 될 라헬을 만납니다. 야곱은 처음 만나는 라헬이지만 입을 맞추고 소리 높여 울며 자신이 라헬의 고모가 되는 리브가의 아들임을 밝힙니다. 라헬은 아버지 라반에게 달려가 고하고 라반이 달려와 야곱을 영접하여 안고 입 맞추고 집으로 데리고 갑니다. 그리고 야곱은 자기의 모든 이야기를 하고 라반은 “너는 참으로 나의 골육이로다.” 하고 야곱은 그렇게 외삼촌 집에서 살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부터 외삼촌 라반이 야곱에게 노동을 요구하고 야곱은 라헬을 아내로 얻기 위하여 칠년 무료봉사를 제안하면서 야곱이 네 아내와 열 두 아들을 얻게 되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게 됩니다. 우리는 또한 먼 훗날 주님께서 사마리아 우물가에서 여인을 만나셨을 때의 이야기를 알고 있습니다.

2천리 가까운 머나먼 길을 ‘발 들어올리기’를 계속하여 걸어온 야곱이 마침내 돌 덮힌 우물가에서 라헬을 만나 그에게 입 맞추고 소리 높여 우는 모습에서 우리는 길고 험한 여정 끝에 마침내 목숨을 바쳐 사랑할 연인을 만난 감동적인 모습을 봅니다. 우물가에서의 만남, 그것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수이신 예수님과의 만남, 신랑과 신부의 만남을 뜻하는 것일 것입니다. 기나긴 광야길 끝에서 안식과 생명과 영원한 약속의 땅에 다다른 성도의 모습을 봅니다. 주님께서 하늘보좌를 버리시고 이 낮은 험한 땅에 그런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오신 것을 연상할 수 있습니다. 라헬과 라반이 야곱을 반겨 맞아 집으로 영접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주님을 맞아들이는 영접의 기쁨을 연상할 수 있습니다. 야곱은 외삼촌 라반을 위하여 20년 세월을 일하면서 열 두 아들을 낳게 되지만 우리 주님은 그 귀한 몸을 십자가에 찢으시고 피흘려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셨습니다. 기나긴 '발 들어 올리기'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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