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지난 11일 전북 전주 완주군의 한 야산에서 피의자 김모씨(53·여·왼쪽)가 시신 유기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 제공

진돗개를 숭배하는 사이비 종교집단에서 공동생활을 하며 세살배기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신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아이의 어머니는 시신 유기에 동참하고 거짓으로 실종 신고를 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이비 종교 신도 김모씨(53·여)를 폭행치사·사체유기·사체손괴 혐의로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또한 시신 유기를 도운 모친 최모씨(41·여)와 교주 부부 안모씨(55)와 이모씨(49·여)도 사체유기·사체손괴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 또 시신 유기를 도운 다른 김모씨(71·여)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2014년 7월7일 오전 11시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연립주택에서 김씨는 최씨의 아들(당시 3세)이 전날 바지에 오줌을 쌌다는 이유로 혼을 냈다. 아이가 울자 김씨는 “악귀가 씌었다”며 나무 주걱으로 머리와 입술 등을 때려 숨지게 했다. 모친 최씨는 이 상황을 보고 있었지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들은 진돗개를 ‘영물’로 숭배하는 사이비 종교집단으로 서울과 전주 지역에서 진돗개 10여 마리를 키우며 공동생활을 했다. 경찰은 이 종교집단의 신도가 20~30명쯤이며 이중 10여명이 공동생활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최씨는 2014년 2월 남편과 이혼한 뒤 딸(10)과 아들을 데리고 이 종교집단에서 공동생활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김씨는 “악귀가 씌어 아이가 고집이 세고 말을 듣지 않는다”며 최씨의 아들을 수차례 폭행해왔다.

아이가 죽자 범행이 들통날까 두려워진 김씨와 최씨는 교주의 아내 이씨와 함께 아이 시신을 나무 상자에 넣어 이 종교집단의 다른 주거지가 있는 전북 전주 완주군으로 가서 근처 야산에 묻었다. 사흘 뒤 교주 안씨가 멧돼지가 시신을 파낼 것을 걱정하자 이들은 시신을 다시 파내 그 자리에서 화장하고 임실군의 한 강변에 유골을 뿌렸다.

 

최씨는 범행 후 한 달이 지난 2014년 8월 경찰에 ‘경기 부천의 한 백화점 앞에서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거짓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은 이 백화점 주변을 집중 수색하고 탐문을 벌였지만 아무런 단서가 잡히지 않았다. 경찰은 최씨가 아들이 실종된 지 한 달 후에 신고한 점, 아들이 실종된 시간과 장소 말고는 사정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점,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을 의심해 수사를 종결하지 않고 최씨의 주변을 조사했다.

경찰은 지난 3일 전주에서 김씨의 지시를 받아 시신을 유기할 땅을 팠던 다른 김씨를 설득해 진술을 이끌어냈다. 이 종교집단은 2015년 서울과 전주의 주거지를 없애고 경기 용인으로 모였다. 지난 7일 경찰은 서울 모처에서 최씨를, 다음날인 8일 용인의 한 연립주택에서 김씨 등 3명을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는 처음엔 자신이 아들을 죽였다고 거짓 자백하며 김씨를 감쌀 정도로 미혹당했다”며 “최씨는 뒤늦게 ‘죽은 아들에게 미안하다’며 김씨를 원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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