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의학을 전공한 에모토 마사루가 쓴 <물은 답을 알고 있다>가 출간됐을 때,

언론은 이 책을 거의 소개하지 않았고 학계의 반응 또한 냉담했다.

그러나 책 속에 실린 물 결정 사진들이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지금까지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몇 달 전 한 대학신문의 학생기자는 내게 ‘이런 사이비 과학 책이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데

왜 과학자들은 침묵만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주변의 과학자들에게 물어보니 ‘언급할 가치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 걸 보면,

주류 과학계의 침묵은 ‘냉담의 한 표현’인 것 같다.


인터넷서점 독자서평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극단적으로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엉터리 사진들과 논리적 비약으로 가득 찬 과학책’이라는 혹평이고,

다른 하나는 ‘너무도 아름답고 감동적인 에세이’라는 평이다.

이 책에 열광하는 독자들은 이 책을 과학책이 아니라

‘물의 생명력을 깨닫게 해준 사진 에세이’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러나 어쩌면 그래서 더 위험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논리구조를 따져보자면, 이 책에 등장하는 과학은 과학이 아니다.

우선 책에 등장하는 물 결정 사진들이 믿을 만한 데이터인지 의심스럽다.

저자 에모토는 샬레에 물을 떨어뜨려 영하 20도의 냉장고에 3시간쯤 넣어둔 후 결정 구조를 관찰했다.

그는 클래식음악이나 ‘사랑, 감사’라는 단어를 보여준 물은 결정 구조가 아름답고,

‘망할 놈’이란 단어나 헤비메탈 같은 음악을 들려준 물의 결정은 흉측하더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비물질적인 것이 물질구조를 변화시킨다’는 주장으로,

무슨 에너지로 ‘사랑’이라는 단어가 결정 구조를 바꾼다는 것인지 기존 과학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실험 결과에 대한 해석은 더욱 위험하다.

저자는 물 입자가 사랑과 감사를 느낄 수 있는 ‘의식’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고맙습니다’라는 단어는 감사의 주파수를 물에게 보내 아름다운 결정을 만들고,

‘망할 놈’이라는 단어는 비난의 주파수를 내보내 결정 구조를 깨뜨린다는 것이다.

물질마다 고유의 진동 주파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종이에 쓴 글씨가 단어의 의미에 따라 서로 다른 주파수를 낸다는 주장은 실소를 자아낸다.

물이 세계 각국의 언어를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의식’이 있다는 과격한 주장을 하려면 꼼꼼히 그 근거를 대야 할 것이다.


어는 점 이하에서 물 입자들이 조건에 따라 다양한 결정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는

고체물리학자나 화학자들의 오랜 연구 주제였으니 새로울 것도 없다.

<네이처>의 물리화학 분야 편집자였던 필립 볼이 쓴 (양문·2003)에는

에모토의 주장을 포함해 물에 관한 온갖 사이비과학들의 허구성이 잘 소개돼 있으니

저자 에모토가 참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랑과 감사’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이 책의 메시지는 좋다.

그러나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는 근거가 조작된 것이고 해석 또한 엉터리라면,

그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만약 이 책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저자는 각 국의 신과학 지지 모임에만 참석하지 말고

연구 결과를 저명한 과학저널에 제출해 심사 받기를 권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이 책은 근래에 나온 최악의 ‘과학’ 도서가 될 것이다.

출처: 정재승(고려대 물리학과 연구교수) /http://www.hani.co.kr/section/2003.7.18


<보탬 1>

정면으로 과학을 부정하면서도 돌아서서는 애써 과학적 수단과 논리를 앞세우는 것이

일반적인 신비주의의 특징이다.

이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애써 보여주었듯이 얼음의 표면은 규칙적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1분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그 모양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

물론 얼음이 녹아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작가가 무엇을 원하는가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은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물이 어떤 말을 들었는가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어떤 모습을 찍고 싶은가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뿐이었다.
이 책은 "파동"과 "결정"이라는 단 두 개의 과학 용어를 이용해서 만들어낸 엉터리 신비주의의 결정판인 셈이다.
출처: 이덕환 교수(서강대, 화학과 교수)/"과학과 기술" 논단 /2004.02


<보탬 1>

우선 책의 저자를 비롯해서 이 책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가설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인간의 의식이 파장의 형태로 물질계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의식, 혹은 상념이 물질계를 조종할 수 있다는 생각은

힌두교 등의 사상에서 흔히 등장하는 주제이다.

이것은 또한 초능력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전제이기도 한데,

범신론적 신비주의에서는 초능력 현상은 흔히 동반되는 것이다.

초능력 가운데서 소위 염력이라는 것은

인간의 의식, 혹은 정신의 힘으로 물질계를 조종할 수 있다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출처: 안점식 목사 /http://www.gmtc.or.kr/bbs/view.php?id / 2003.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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