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우주에서는 사람이 어떻게 죽을까?

미국의 어린아이들이 우주비행사를 보면 제일 먼저 질문하는 것이 "What's it like to die in space?"(우주에서 우주인이 죽을 때 어떻게 죽나요?)이란다.

1986년 1월 28일, 나 대장쟁이는 영광원자력발전소 1,2호기 건설현장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매우 춥던 그 날 아침 전해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사고, 발사 후 73초 만에 폭발하여 7명의 우주인과 함께  마치 백조처럼 보이는 흰 연기를 남기면서 폭발하던 챌린저호의 사고 장면이 지금도 기억난다.  

또한 2003년 2월 1일에는 역시 7명의 우주인을 태운 컬럼비아호가 지구로 귀환하는 과정에서 폭발, 화염조각으로 흩어져 떨어져 내리는 참사가 발생하였다. 미국은 그 외에도 1967년에 아폴로 우주선 화재사고로 3명이 희생되었고, 98년과 99년에, 인명손실은 아니었지만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만든 위성과 화성탐사선을 잃는 사고도 있었다.

옛 소련에서는 더 많은 인명이 우주선관련사고로 희생되었다. 60년 10월에는 옛 소련 카자흐스탄 우주기지에서 로켓이 폭발하여 무려 91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고, 67년 4월에는 소련 우주선이 귀환하다가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우주비행사 블라디미르 미하일로비치 코마로프가 사망하였으며, 80년 3월에는 소련 우주선 보스토크호가 연료주입 도중 폭발, 50여명이 사망하였다.

우주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만, 챌린저 우주선은 연료탱크의 연결부위 O-Ring의 누설이, 또 컬럼비아호의 경우는 우주선 표면에 붙여놓은 발포단열재의 이탈 같은 사소한 결함이 엄청난 대형사고를 불러일으키는 데서 보듯이 인간이 사소한 방심과 실수를 완벽하게 제거하여 사고를 완전히 방지한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불침선이라고 자신만만하게 처녀항해를 시작하였다가 유빙에 부딪혀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비극은 우주선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망망한 우주공간에서, 혹은 다른 혹성에서 사고가 발생하여 우주인이 죽게 된다면 우주인은 어떤 죽음을 맞게 될까? 우주에서의 죽음은 지상에서보다 휠씬 다양한 형태로 희생자를 덮친다.

- 진공상태에서의 죽음

“마루타”로 알려진 악명 높은 일본군 731부대의 인체실험에서도 인간이 고공의 극한조건에서 어떻게 되는가를 알기 위하여 발가벗긴 사람을 유리병에 넣어놓고 공기를 뽑아내고 냉동시켜 죽게 하면서 관찰한 기록이 있다.
벌거벗은 사람이 진공상태로 급작이 떨어지면 죽음은 신속하고도 편안하게 찾아온다. 허파의 공기는 순식간에 몸에서 빠져나가며 혈액은 산소를 잃는다. 희생자는 현기증을 일으키며 눈이 가물가물해지고 수 초 뒤에는 뇌가 죽어버린다. 고통을 느낄 시간조차 별로 없다.
시체 내의 수분(체액)은 서서히 증발되기 시작하여 피부는 물집투성이가 된다. 혈관은 터진다. 그렇다고 시체가 폭발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피부(가죽)는 상당히 질겨서 시체 내의 수분이 완전히 증발하는 데는 며칠이 걸린다. 시체는 결국 건조되어 미라가 된다.

그런데 만일 온도가 몹시 낮은 생태라면, 달의 극지방이나 수성의 밤 지대, 화성의 밤 지대, 소혹성 바깥 지역이라면 시체가 얼어버리기 때문에 수분은 전혀 증발하지 않게 되고 시신은 냉동상태가 되어버릴 것이다.

우주비행사가 우주공간에서 우주복을 입지 않고 방황한다는 것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주복을 입고 있었는데 혹시 사고나 충돌로 우주복이 찢어진다거나 헬멧이 부서진다면 어떻게 될까? 우주복을 입지 않고 우주공간에 노출된 때와 마찬가지의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일 분도 채 안 되어 우주복내의 압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산소와 수분을 잃으며 짧은 시간에 죽음을 맞게 될 것이다.

최신과학기술을 총동원하여 제작한 우주선에도 결함과 사고로 인하여 산소결핍으로 인해 우주인이 사망하기도 한다. 1971년 소련의 우주비행선 소유즈 11호의 공기압력 밸브가 고장나자 일 분후에 우주선 내의 공기가 전부 우주로 빨려나갔다. 이 사고로 세 명의 소련 우주비행사들은 앉은 채로 죽었다. 비행선의 착륙은 자동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지상의 요원들은 우주선의 해치를 열 때까지 우주인들이 죽었는지 모르고 있었다.  

- 방사선도 우주비행사의 적

우주에서는 과도한 방사선에 노출되어 죽을 수도 있다. 태양은 엄청난 방사선을 방출한다. 지구에서는 지구의 자기장과 오존층이 태양방사선의 99%를 막아주지만 우주공간이나 다른 혹성에서는 이러한 방호벽이 없다. 그래서 지구가 인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최근의 오존층 구멍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을 생각해보라.

인간이 태양의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된다면 몇 분의 노출만으로도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일 수 있다. 금방은 아무 일이 없을지 몰라도 암이나 백혈병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이다.

만일 노출시간이 몇 시간이 넘어간다면 거의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만일 계속 노출상태로 방치된다면 심한 구토와 설사, 고통을 겪으며 닷새 정도 뒤에는 죽게 된다. 단파장의 방사선은 장기를 손상시키고 장파장의 방사선은 혈액을 파괴하게 된다.  

- 탄산가스의 중독으로 죽을 수도 있다.

만일 우주선 내의 공기재생장치가 고장을 일으킨다면 우주인은 탄산가스 중독으로 위험해질 수 있다. 비교적 공간이 큰 우주정거장인 경우에는 탄산가스가 치사량에 이르기까지는 수 일 걸릴 수도 있지만 작은 우주선에서는 수 시간 만에 죽음이 찾아 올 수 있다. 인체의 호흡기관이 단지 3%의 탄산가스를 흡입하여도 호흡이 2배로 빨라지며 청각장애를 일으킨다. 탄산가스의 농도가 더 증가하면 두통이 일어나고 현기증을 느끼게 되며 구역질이 나게 된다. 탄산가스 농도가 6%에 이르면 승무원들은 정신적인 혼란을 겪게 되며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된다. 7%에 달하면 아직 의식이 있는 사람들도 경련을 일으키게 된다. 약 10분 후에는 전원 의식을 잃게 되고 마는 것이다.

또한 우주선의 히터가 고장 나면 체온이 떨어져 죽게 된다. 또는 화재가 발생한다면 승무원들은 화상이나 연기 흡입으로 무력하게 죽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  

공기 중에 산소가 없는 상태, 혹은 다른 가스를 흡입하면 인간은 거의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게 된다. 대장쟁이가 1970년 무렵 근무하던 부산화력발전소에서 1년에 한 차례 발전소를 정지하여 보수작업을 오버홀(Over Haul) 기간 중 그러한 사고가 일어난 적이 있다. 발전소를 정지하고 한 두 주가 지나자 냉각수 취수구 안에 붙어있던 조개와 따개비들이 죽어서 한여름 더운 날씨 속에서 부패하여 암모니아 가스가 발생, 취수구 안을 채우고 있었다. 그러나 육안으로는 암모니아 가스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날 보수부서 직원들은 예정된 작업을 위하여 사다리를 타고 취수구로 내려갔다.

위에서 목격한 직원들에 의하면 그렇다.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던 직원 몇이 거의 취수구 바닥에 도달할 무렵 갑자가 그들이 우수수 가랑잎이나 고목처럼 떨어져 넘어지더란다. 위에서 그 광경을 보고 놀란 다른 직원들이 그제야 사태를 파악하고 고압공기호스를 끌어와 공기를 불어넣고 로프를 갖고 내려가 그들을 묶어 올렸지만 몇 사람은 생명을 건졌지만 한 사람은 끝내 희생되고 말았다. 그 때 살아남은 직원들의 말에 의하면 그냥 힘이 빠지면서 몸이 무너진 것 외에는 전혀 다른 기억도 안 난다고 했다. 위급사태에 인간이 대처할 수 있는 능력에는 그렇게 한계가 있다.

우주에서 동료우주인이 죽는다면 나머지 우주인은 그 동료의 시신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도 그 장소에 두거나 우주공간으로 보내는 방법으로 장례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치 히말라야 고산에서 등반사고로 죽은 산악인들의 시신이 눈 속에서 영면하듯이, 혹은 함정에서 바다에 수장하듯이.......

영화에서 본 한 장면이 생각난다. 파손된 우주복 안에서 죽은 채 망망한 우주공간으로 멀어져가는 우주인....... 어둡고 차가운 우주공간에 영원히 떠돌게 될.......


(1986년 미국과학잡지 OMNI에 게재되고 월간영어세계가 번역한 ‘우주에서 인간은 어떻게 죽는가?’에서 참고 및 인용함)  

 

출처: 아멘넷: 작성자/대장쟁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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