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꿀 만드는 재료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설탕이라고 대답을 합니다. 그런데 정답은 진짜 꿀입니다. 난센스 퀴즈 같기도 하고 역설이기도 한 이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읽고 한참 생각을 하였습니다. 나는 어릴 때 가짜 꿀 만드는 현장을 목격하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람이 직접 꿀에다가 설탕을 섞는 줄로 알았는데 지혜롭게(?)도 사람들은 그 일을 직접 하지 않고 꿀벌에게 시켰습니다. 벌통 옆에 설탕물을 갖다 놓으면 벌들이 그것을 물어들여 가짜 꿀을 만들어 줍니다. 사람들은 교활하게도 착하고 성실한 꿀벌을 가짜 꿀 만드는 데 이용합니다.

WCC 한국 유치 준비위원회의 부위원장인 한국의 큰 교회 목사가 뉴욕에 와서 사람들이 WCC를 오해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WCC 헌장 1조를 강조하며 WCC는 가장 복음주의적인 정관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가 “복음주의”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복음주의는 우려할 만큼 WCC화 되었습니다. WCC를 가장 복음주의적이라고 주장하는 입장이라면 복음주의가 WCC화 된 것도 전혀 우려할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WCC에 대한 이야기는 WCC를 태동시킨 신학적 배경에서부터 그 활동이 지향하는 목적과 방법 논까지를 총체적이고 통시적으로 이해하고 평가해야 합니다.

현대신학을 신학사상의 문제점과 성경에 대한 해석의 관점에서 나누어 본다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자유주의 신학과 정통주의 신학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자유주의 신학을 현대주의(modernism), 또는 신신학(new theology)이라고 부르며, 정통주의 신학은 흔히 근본주의(fundamentalism) 또는 보수주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신정통주의(neo-orthodoxy)란 정통주의를 새로운 시각으로 개조하려는 신학이란 점에서 탈 보수주의(deconservatism) 혹은 근본주의에 반대하는 신학(counter-fundamentalism)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신정통주의 신학의 대표적 신학자는 칼 바르트(Karl Barth), 에밀 브룬너(Emil Brunner), 루돌프 불투만(Rudolf Bultmann), 폴 틸리히(Paul Tillich)등 입니다. 신정통주의 신학은 보는 관점에 따라 정통주의에 가깝다고 보는 이들이 있고, 자유주의 신학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일종의 자유주의 신학운동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칼 바르트에 의해 주도된 신정통주의는 어떤 의미에서 자유주의에 의해서 다 죽어가던 유럽의 교회를 다시 살렸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칼 바르트와 에밀 브룬너 같은 신정통주의 신학자들은 성경은 부분적으로만 하나님의 말씀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즉 성경의 각 부분이 각 사람에게 각각의 상황에 따라 하나님의 말씀이 된다고 합니다. 결국 그들의 주장은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다.”는 셈입니다. 하나님이 성경에 있는 사건들의 의미가 아니라, 사건들 그 자체를 계시하셨다고 합니다. 이때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주신 참된 계시는 성육신하신 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이신데, 따라서 성경이 각 사람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계시하고 있을 때”에, 바로 “그 때에만”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말씀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주관적인 영역의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정통주의 신학자들은 성경의 무오성을 믿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성경은 타락한 사람들에 의해서 기록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에는 논리적 모순과 역설들이 널려 있는데 이러한 모순들이 종교적 진리가 된다고 합니다. 이들의 이 같은 주장 때문에 신정통주의 신학은 “역설의 신학”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하는 것과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 되기도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개혁주의는 성경의 무오성을 주장하고 믿습니다. 사람들은 성경에서 논리적 모순을 발견하고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 같은 주장은 논리를 말씀의 권위 위에 두는 태도입니다. 하나님의 계시인 성경은 논리나 과학이나 도덕이나 윤리나 그 어떤 철학이나 고상한 사상보다 상위 개념입니다.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입니다.

신정통신학은 기독교의 근본 교리를 객관적 계시에 따르지 않고 주관적 이해에 따라 바꿀 수 있도록 해 놓았기 때문에 시대와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복음과 기독교를 만들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러한 신정통신학이 WCC 창설의 자극제 역할을 했으며, 194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Amsterdam)에서 열린 WCC 창립총회에서 에큐메니칼 신학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바르트의 신학은 성경의 무오설이나 예수의 동정녀 탄생을 부인하던 자유주의와 정통 보수주의 양대 진영의 지루한 싸움과 대립으로 모두가 지쳐 있을 때 두 신학에 대한 일방적 수정으로 새로운 도전을 한 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정통주의 신학은 현대신학이 사람들로 하여금 말씀과 교리를 취향정도로 취급하도록 길을 열어 놓았으며 그 결과 현대교회는 매우 심각한 교리와 신학의 변질로 말미암은 폐해를 입게 하였습니다. WCC 헌장 1조가 “성경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이며 구주로 고백하며, 성부, 성자, 성령의 영광을 위하여 공동의 소명을 함께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교회들의 교제(Koinonia)이다. (The World Council of Churches is a fellowship of churches which confess the Lord Jesus Christ as God and Saviour according to the scriptures and therefore seek to fulfill together their common calling to the glory of the one God, Father, Son and Holy Spirit.)”라고 밝히고 있는데, 문제는 WCC에게 그들의 헌장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들의 활동들이 그것을 말해 줍니다.

한국에 복음을 전해 준 선교사들 중에도 성경무오설을 비판한 헌트(William B. Hunt) 같은 선교사도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마포 삼열 선교사의 “나는 사도 바울이 결심했던 바와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복음 이외에 다른 것은 전하지 않기로 결심하였다.”는 입장이 한국교회가 지향할 신학의 방향을 분명히 제시해 주었습니다. 화합과 일치를 지향하는 WCC로 인하여 한국교회가 분열된 것을 나는 문제 삼고 싶지 않습니다. 분열은 바른 교회활동 중에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WCC는 성경의 핵심적 내용이 화합과 일치라고 하여 그것을 성경 자체보다 중요하게 여기므로 교회로 하여금 자유주의와 은사주의와 이방종교와 세속 종교 모두를 포용하게 하였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WCC 한국대회 유치를 주도하는 대형교회 목사들이 강단에서는 근본주의나 은사주의나 사회복음주의와 다름없는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사회주의, 다원주의, 이방종교, 세속주의 모두를 포용하는 WCC에 대하여 아무런 문제도 삼지 않는 것은 그들이 이미 WCC화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서구의 복음주의 진영 안에는 WCC 영향이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WCC가 그렇듯이 복음주의 교회들도 교단이 표방하는 신학과 교리를 현실적으로 그렇게 중요하지 않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신학과 교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곧 말씀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증거들은 교회 안에 온갖 방법들이 도입되고 있다는 사실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WCC를 비판하는 교회조차도 WCC못지않게 세속적인 방법들을 도입하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짜를 분별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가짜의 재료 상당부분이 진짜이기 때문입니다. 독 자체를 먹어도 안 되지만 독이 섞인 음식을 먹어도 위험합니다. 100% 완전한 식품은 없지만 가능한 한 오염된 식품을 피하는 것이 지혜입니다. 이단의 주장 가운데 90% 이상이 성경일 수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100% 순수한 말씀 중심처럼 생각되는 이단과 사이비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그 자체가 메시지이고 어떤 일의 결과를 메시지로 생각하거나 방법론을 메시지로 전하지 말아야 하고 받지도 말아야 합니다. 가짜 꿀의 재료가 진짜 꿀이라는 난센스 퀴즈 같은 이야기가 왜 이렇게 여운으로 남는지.....

“다른 복음은 없나니 다만 어떤 사람들이 너희를 교란하여 그리스도의 복음을 변하게 하려 함이라. 그러나 우리나 혹은 하늘로부터 온 천사라도 우리가 너희에게 전한 복음 외에 다른 복음을 전하면 저주를 받을지어다.” - 갈 1:7,8 -      

출처: usa 아멘넷/ 황상하 목사님의 신앙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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