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 앞에서 내가 교회를 어렵게 해서 되겠느냐"며 2년간 개척 금지 및 수도권에서 목회를 하지 않겠다고 삼일교회에 약속했던 전병욱 목사. 그가 17개월 만에 홍대에 '새교회'를 개척했다. ('전병욱 목사 중보 기도 모임' 블로그 영상 갈무리)

 
 
"전병욱 목사가 약속을 저버렸다."

여신도 성추행으로 삼일교회 담임에서 물러난 전병욱 목사가 지난 5월 21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정문 인근에 교회를 개척한 가운데, 전 목사가 삼일교회와 약속한 사항들을 위반한 점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전 목사는 2010년 사임 당시 2년간 개척 금지와 수도권 목회 금지를 약속하고 거액의 성 중독 치료비와 생활비를 보조받은 바 있다.

삼일교회 나원주 장로는 5월 22일 <뉴스앤조이>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 목사가 '하나님 앞에서 내가 교회를 어렵게 해서 되겠냐'며 2년간 개척을 금하며 수도권에서 목회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약속을 지키지 않은 모습을 보면서 나 장로는 "지금은 (전 목사가) 말을 들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며 "바른 생각이 있으면 해서는 안 되는 일(개척)을 했다"고 개탄했다.

지난해 4월 11일 열린 평양노회 정기노회에서 이광영 수석장로는, 전 목사와 구두 약속이라며 △2년간 회개와 치료를 거치기 전에 개척 교회를 포함한 모든 목회 활동을 중단 △회개와 치료 후에는 삼일교회에 영향을 주지 않게 수도권을 벗어난 곳에서 목회한다는 내용의 청원을 노회 정치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노회는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며 이를 부결했다. 평양노회 관계자는 "전 목사가 (청원 내용은) 구두로 이야기한 것이고 자신이 (정식 문서로) 사인한 것도 아니라며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결국 전 목사는 17개월 만에 목회 활동을 재개했고 서울 시내 중심지인 홍대에서 교회를 개척한 상태다.

사임 당시 성 중독 치료비와 생활비 명목으로 받았던 돈도 문제다. 올해 4월 9일 당회가 제직회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전 목사는 치료비 1억 원과 생활비 1억 3천만 원을 받았다. 생활비는 향후 몇 년간 목회 활동이 어렵다며 전 목사가 직접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회 관계자는 "당회가 퇴직금을 주면서 내년(2013년) 4월까지 계산하여 생활비를 더 준 것"이었다며 전 목사가 약속한 기간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치료비가 실제 사용되었는지는 불투명하다. 전 목사의 측근인 남동성 변호사는 4월 13일 전병욱목사중보기도모임(전중모)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교회 내 어떤 장로님께서 지속해서 (전 목사를) 중독자다, 치료가 필요하다는 식의 주장을 하였고, 급기야 전별금 중 1억 원을 치료비로 주었다고 주장한" 것이라며 "만일, 전 목사에게 1억 원은 치료비라고 얘기했다면 이를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 목사가 성 중독이 아니었다는 취지의 말이어서 1억 원의 명목이 묘연하다. 이에 대해 삼일교회 한 교인은 "(성추행 범죄가) 단순한 실수였다면 치료비를 받을 이유가 없다"며 전 목사가 교회에 돈을 돌려줘야 한다고 반박했다.

삼일교회 교인들은 전 목사의 개척 소식에 큰 요동이 없이 조용한 분위기다. 복수의 교회 관계자들은 장년부 등 이미 교회를 옮긴 사람 외에 추가로 몇몇이 나갈 수는 있지만 대거 이탈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진(camp)별로 구성원에 대한 간사의 장악력이 강한 상황에서 교인들 각자가 교회를 빠져나갈 가능성은 드물다고 했다. 또 후임 목사 청빙이 원만하게 진행되는 것이 안도감을 주는 요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한편, 전 목사 사건의 실체 공개를 주장했던 공동 요청문 작성자들은 노회에 제출할 전 목사 면직 청원서를 준비 중이다. 이들은 청원서에 포함할 자료들을 수집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회도 전 목사 개척 건으로 조만간 회의를 소집할 것으로 전해져 큰 논란이 예상된다.

정재원 / 한국 <뉴스앤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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