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새로운 각성과 바른 가르침으로 종말 신앙 지켜야

▲휴거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도 종말론으로 성도들을 미혹하는 이단사이비는 활개를 치고 있다.ⓒ뉴스미션

1992년 10월 28일, 전국 250여 교회에서 2만 여명이 흰 옷을 입고 휴거를 기다렸다. 하지만 하늘문이 열린다는 그 시각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온 한국사회가 들썩였던 휴거 사건이 올해로 20년을 맞이했다. 휴거설의 장본인인 이장림은 사기혐의로 구속된 뒤 한국교회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이 사건은 한국교회에 엄청난 상처를 남겼다.

대사회적으로는 한국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겼고, 교회 내적으로는 종말론을 언급하는 것이 이단시 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리고 휴거설은 모양만 바뀌었을 뿐 다양한 이단사이비들의 주요 교리로 여전히 성도들을 미혹하고 있다.

휴거 재림론, 한국교회에 악영향 끼쳐

총신대 신학대학원 박용규 교수는 25일, 재림론 20년을 맞는 시점에 이 사건을 비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박 교수는 이 사건 이후 한국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장됐으며, 교세도 급격히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해방 후 한국교회 교세가 한 번도 성장을 멈춘 적이 없었는데, 그런 성장신화는 1992년 이후 급격하게 줄기 시작했다”며 “이와 같은 교세 감소는 분명 1992년 10월 28일 재림론의 여파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박 교수는 재림론 이후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줄어든 한국교회 교세를 14만 4천명으로 봤다. 최근 극성을 부리는 신천지의 최종 목표 숫자와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다.

당시 이 사건은 일부 사이비 단체의 엉뚱한 주장이라고 하기에는 기성교회 목회자들도 대거 참여한 한국교회의 사건이었다.

그는 “이장림은 그렇다 치더라도 어떻게 수많은 기성교회 목회자들이 허황된 휴거설 대열에 합류하여 교인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는지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당시 한국의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순복음 교회 간판을 버젓이 내걸고도 휴거를 소개하고 홍보한 목회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박용규 교수는 이 사건으로 한국사회에 반기독교 정서가 확산되기 시작했다고도 평했다. 재림을 기다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가출하고, 전 재산을 처분에 산 속에 들어가는 행위들로 인해 가정이 붕괴되고 사회가 혼란해지는 폐해들이 유발되면서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그는 “건강한 가치관과 시민의식을 심어주어야 할 교회가 사회적 무질서와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로써 교회는 광신자들의 집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으며, 사회적 책임과는 거리가 먼 혼란을 야기 시키는 이상한 집단으로 인식됐다”고 말했다.

사후 평가 부족, 종말론 이단사이비 여전히 득세

휴거 사건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사후 대책은 미진했다는 평가다. 철저한 신학적 평가와 대비를 통해 유사 이단사이비 양산을 막고, 종말론의 정립을 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용규 교수는 “이단들이 계속해서 기성교회와 교인들의 약점을 파고드는 것이 종말론이고, 한국의 모든 이단들의 공통적인 특징도 종말론을 배경으로 직통계시를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종말론에 대한 바른 교육을 통해 이단의 가르침에 미혹되지 않도록 종말 신앙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교파와 교단을 초월해 사이비 재림론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이것을 정확히 한국교회에 알려야 할 사명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당시 그토록 한국교회와 사회를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던 사건인데도 한국교회는 확산을 막는 일에 적극적이지 못했다”며 “교회에서 성경관과 계시관만 바르게 가르쳐도 쉽게 넘어가지 않았을텐데 교회는 그렇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문제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신천지와 같은 이단사이비가 극성을 부리는 상황에서 박 교수는 교회의 각성과 바른 가르침을 더욱 강조했다.

그는 “이단과 정통의 구분이 이처럼 모호하고 한국교회가 위기인 시점이 지금까지 없었다”며 “한국교회가 존폐의 각오를 가지고 통렬한 자기반성을 통해 윤리와 신학이 실종된 한국교회의 모습을 치유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교회가 성장에 몰두해 영혼에 대한 양육을 게을리 하고, 황금만능주의에 물들어 윤리와 도덕적 타락한 순간 이단사이비들이 그 자리를 꿰차고 성도들을 미혹한다는 지적에 귀기울여야 할 때다.

이동희 ⓒ뉴스미션

출처: USA아멘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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