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 특성상 낮에는 인쇄물을 받을수 없어 퇴근후에 가져다 주었습니다. 주차의 어려움은 늘 그래왔듯이 도로가의 주차 방지용 카메라가 떡하니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비상등을 켜놓고 2층이나 되는 거리를 세번 다녀 오기로 작정 했습니다.

5~7분 정도는 괜챃다는 생각에 옆에 앉은 집사람만 남겨두고 뛰다시피 그 무거운 전단지를 양손에 들고 2층을 올라 갑니다. 도로 옆이라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고 있었고 불빛이 밝아져 도로가에 장사하는 사람들로 인해 북적거려 참 쉽지 않았습니다. 있는 힘을 다해 전단지를 전달하고 그 업소의 직원 도움으로 그 나마 제시간에 마칠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차에 올라보니 집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급히 시동을 걸고 출발해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 집사람 때문에 속에서 불이 올라옵니다. 그때, 저 멀리서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헥헥 거리며 아내가 뛰어왔고, 애써 태연한척 아무말않고 출발했습니다.

아직도 숨을 몰아쉬며,"미안해요... 저기 할머니가 나물 팔고 있어서..."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얼마나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지는 나물이나 사고...' 내색은 않고 속으로 주절 됩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아내의 손에든 나물이 내가 봐도 시들어 말라 비틀어졌고 옆봉지에 이름모르는 나물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거 뭔데..?" 참다못해 물었습니다.

내가 납품을 하는 동안 아내는 무심코 밖을 내다보는데 도로 구석에 할머니 한분이 나물을 놓고 늦은 시간에도 펴놓고 있는것이 보였답니다. 괜찮은것 있으면 사 갈거라고 가 보았더니 나물들은 다 시들었고 지친 모습이 역력한 할머니는 나물을 다 팔때까지 있을 요량 입니다.

"할머니 식사는 하셨어요?" 대답은 안하고 우물쭈물하는 할머니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다 성질 급한 남편이 생각나 있는대로 나물을 담고 돈을 지불하고 돌아서는데... 앞에 편의점에 두유가 보였답니다. 급히 쫒아가 두유를 한병 사다가 할머니에게 드렸습니다.

"이거 드시고 얼른 들어가세요..할머니 식사 거르지 마시고 꼭 챙겨 드세요..그리고 교회도 다니시고 예수님 믿고 천국가세요.." 평소에 나물만큼은 꼼꼼하게 고르던 사람이 다 시들은 나물을 양쪽 봉지에 가득 담고와 지긋이 바라 봅니다. 그러다 얼핏 비치는 아내의 눈물...

"우리 어머니 전에 나물을 팔고 싶어서 우리 새벽 장에 물건 해다 주고 동네 난전에 하루 종일 그거 판다고 좋아하셨는데... 물건은 우리가 사다주고 어머니는 몽땅 팔아 다 챙기고...흐흐...어머니 돈 헤아릴때 방문 잠그던거 생각나...?"

아내는 늦은 시간에 다 팔지 못한 나물이 안타까워 접지도 못하고 고픈 배를 참던 할머니 에게서 3년전에 소천한 시 어머니가 생각났던 것 입니다. 그렇게도 마음고생 시키며 막내 며느리를 울리기도 했지만 마지막 한 달 여를 병원에 계시며 예수님 보았다고 좋아하시던 어머니, 우리 며느리가 최고라고... 사랑한다고...천국 가시는 날 환한 천사 같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천국을 보여주신 어머니...

그때의 가을같이 다가왔던 아내의 어머니 생각에 못 되먹은 심퉁쟁이 강원도 머스마의 마음속에도 슬며시 그리움 같은 눈물이 올라오네요...

출처/창골산 봉서방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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