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반세기 동안 쌓은 6000개의 하늘 계단.'

지난달 30일 87세를 일기로 숨진 한 할머니의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가 중국인을 감동시키고 있다.

50여 년 전. 중국에서도 산골 동네인 충칭(重慶) 시 장진(江津) 구 중산구(中山古) 가오탄(高灘) 촌. 16세 청년 류궈장(劉國江) 씨와 그보다 10세 연상이며 아이가 넷 딸린 과부 쉬차오칭(徐朝淸) 씨는 사랑에 빠졌다.

 

<사진: 류궈장 씨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험한 산길에 망치와 정으로 만든 돌계단의 모습. 류 씨가 50년 동안 이렇게 만든 돌계단은 무려 6000여 개에 이른다.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알려진 뒤 중국인들은 이 계단을 '사랑의 하늘 계단'으로 부르고 있다. 사진 출처 포털 텅쉰>

 

마을사람들의 쑥덕거리는 소리와 따가운 시선을 피해 떠난 이들은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세상과 담을 쌓았다. 부부가 아이들을 데리고 정착한 곳은 가장 가까운 마을에서 산길로 4시간여를 걸어야 하는 해발 1500m의 심산유곡. 인적은 찾아볼 수 없고 산짐승만이 돌아다니는 곳이었다. 그들은 화전을 일구고 오리와 돼지 개를 키우고 양봉을 했다.

세상을 완전히 등진 것은 아니었다. 새끼 돼지나 농기구를 살 때, 아이들을 결혼시킬 때 한참을 걸어 동네로 나왔다. 될 수 있는 한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은 피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2001년 한 탐험가가 원시삼림 속에서 이들을 발견했을 때 노부부는 "마오 주석(1976년 사망한 마오쩌둥·毛澤東)은 아직도 건강하시냐"고 물었다고 한다.

류 씨와 쉬 씨는 가족의 안전한 산행을 위해 위험한 곳에 돌계단을 만들기 시작했다. 2007년 류 씨가 병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반세기 넘게 그가 망치와 정으로 쪼아 만든 돌계단은 무려 6000여 개. 중국 언론은 여러 곳의 계단이 수직에 가까운 절벽에 설치돼 있다고 전했다. 계단 옆에는 작은 구멍을 따로 만들어 손으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고 전했다.

쉬 씨는 류 씨와의 첫 만남을 기억한다. 6세이던 류 씨의 이가 빠진 게 계기였다. 새색시가 이 빠진 자리를 만져주면 새 치아가 나온다는 산골 풍속에 따라 류 씨는 새댁이던 쉬 씨를 만난 것. 쉬 씨가 남자아이의 이빨 빠진 곳에 손가락을 넣는 순간 그는 놀라서 쉬 씨의 손가락을 깨물었다고 한다.

 

<사진: 동화 같은 사랑의 주인공인 쉬차오칭 씨(왼쪽)와 5년 전 숨진 10세 연하 남편 류궈장 씨가 생전에 함께 찍은 사진. 사진 출처 텅쉰>

그 이후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쉬 씨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 아이 4명을 낳았다. 남편이 병으로 숨지면서 20대 후반의 청상과부는 아이들과 홀로 남겨졌다. 어느 날 그녀는 막내아이를 등에 업고 물에 뛰어들었다. 류 씨가 나타나 이들을 구출하면서 부부의 인연이 맺어진다. 이후 4명의 아이가 태어난다. 아이 1명이 어렸을 때 숨졌다. 그래서 산에서 자란 아이는 모두 7명. 아이들이 모두 바깥으로 떠나고 류 씨가 숨진 뒤 쉬 씨는 바깥 동네에 사는 아들집으로 옮겨왔다.

2007년 알려진 이들의 사연은 중국 10대 사랑 이야기의 하나로도 불린다. '사랑의 하늘계단(愛情天梯)'이란 제목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싱가포르의 국영방송이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이 영화는 지난해 KBS에서 방영됐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11

 

 

대륙 울린 러브스토리 '사랑의 돌계단' 여주인공 사망


▲ '사랑의 돌계단' 주인공 장궈장(왼쪽)-쉬차오밍(오른쪽) 부부

중국 대륙을 감동시켰던 러브스토리 '사랑의 돌계단(爱情天梯)'의 여주인공이 세상을 떠나 대륙이 슬픔에 잠겼다.

난징시(南京市)에서 발행되는 현대쾌보(现代快报)의 1일 보도에 따르면 충칭시(重庆市) 장진구(江津区) 중산진(中山镇) 가오탄촌(高滩村)에 거주하는 쉬차오칭(徐朝清) 노인이 지난달 30일 저녁 10시, 향년 8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랑의 돌계단'은 중국 언론에서 선정한 '10대 러브스토리' 중 하나로 선정됐을 정도로 유명한 러브스토리로 지난해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52년, 당시 16살이었던 충칭의 청소년 류궈장(刘国江)은 자신보다 10살 많은 과부 쉬차오밍을 짝사랑했다. 류궈장은 4년 동안 그녀의 가사일을 돕고 물을 길어나르는 등 자신의 사랑을 고백했고 쉬차오밍도 결국 그의 마음에 감복해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당시의 통념으로는 두 사람의 사랑은 가족, 주변 사람들에게 허락받을 수 없었다. 주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갖은 비난을 견디다 못한 두 사람은 1956년 8월, 사랑의 도피를 택했다. 이들의 소식은 이후 아무도 알 수 없었다.

▲ 남편이 아내를 위해 만든 '사랑의 돌계단'
40여년이 지난 2001년 가을, 한 관광객이 충칭의 고지대를 여행하던 중 인적이 드물고 산골짜기에서 두 노인이 집을 짓고 생활하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류궈장 부부로 이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외부와 단절된 두 사람만의 세상을 만들었다.

류궈장 부부는 조악한 농기구로 땅을 일궈 먹을거리를 마련했으며 기거할 집도 지었다. 특히 류궈장은 아내가 이동할 때 안전한 이동로를 확보하기 위해 위해 망치와 정으로 돌을 쪼아 돌계단을 만들었다. 그렇게 그가 만든 돌계단은 무려 6천계단이 넘는다.

이같은 부부의 사연은 당시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2007년, 장궈장 노인이 세상을 떠나고 12월 18일 열린 그의 장례식에는 시민 수백명이 가오탄촌을 찾아 애도했다.

쉬 노인의 작고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은 "저세상에서도 행복하길 바란다", "당신 덕분에 세상에 진정한 사랑이 있는 것을 알게 됐다", "너무 슬프다", "당신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줘 고맙다"며 그녀의 죽음을 애도했다. [온바오 강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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