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환 WCC 위원장인지 여전히 '아리송'
 준비위원회 NCC배제론 내세우며 사퇴문제 지렛대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총회가 1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삼환 목사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배제한 WCC한국준비위원회’를 다시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퇴표명 이후 석 달째 사퇴하는 것인지, 복귀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취해온 김 목사는 WCC 관계자와의 회동에서 이러한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NCCK를 배제한 상황에서 WCC 회원교단인 예장통합, 감리교, 기장, 성공회 중심으로 한국준비위원회를 재편’하고, ‘WCC총회 이후 기념사업회를 만들어 WCC와의 긴밀한 관계형성’을 언급했다는 증언이 복수의 관계자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김삼환 목사는 지난달 실무회의 차 방문한 WCC본부 관계자와의 식사자리에서 이를 언급했고, 이러한 의사를 WCC본부의 울라프 트베이트 총무에게도 전달했다는 전언이다.

이는 결국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배제론’으로 귀결된다. WCC본부나 한국교회를 향해 김영주 총무와는 일할 수 없으니, 그를 선택하든 자신을 선택하라는 압박이다. 즉 김 목사는 교회협을 배제하면 상임위원장 사퇴를 철회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퇴하겠다는 ‘양수겸장’의 카드를 내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김삼환 목사의 카드는 WCC 회원교단은 물론 에큐메니칼권 전체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대단히 부적절한 태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퇴여부를 떠나 적어도 WCC한국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은 사람이 보이는 태도치고는 대단히 유아적이고 패권주의적이라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지난 8월초 WCC한국준비위원회 김삼환 상임위원장의 사퇴표명 이후, 당사자는 사퇴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분명치 못한 행보를 보여 비판을 받고 있다. 김 목사는 사퇴표명 이후 몇차례 열린 상임위원회에 불참했다.

이러한 NCC 배제론은 이번에 처음 제기된 것이 아니다. 김삼환 목사 등 일부에서 진작부터 제기됐지만, 지난해 여름 ‘WCC본부 밀서사건’ 이후 형식적이나마 준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 당시 준비위의 복음주의권 확대가 NCC 배제의 준거였다.

그러나 이러한 김삼환 목사의 논리는 현실에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가 내세운 복음주의권의 확대는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예장합동을 비롯해 고신, 고신, 백석 등 보수적 교단을 아우르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상임위원회를 통해 묶으려 했지만, 소수의 이들 역시 철저히 개인적 참여에 그쳤다.

더욱이 보수교단의 반 WCC 목소리는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높아만 갔다. 급기야 김삼환 목사는 지난 6월 ‘WCC 반대’를 외치는 한기총 주최 시청앞 집회에 참석해 축사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WCC준비위 상임위원장의 행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태도를 보여 신뢰를 잃었다.

그런 와중에 김삼환 목사가 지난 8월초 상임위원장을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후 이후 수차례 열린 상임위원회에 불참했다. 왜 사퇴하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퇴한 것인지 아닌지 아리송한 태도를 연발했다. 교단이나 WCC준비위 관계자 어느 누구도 그의 뜻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불통의 자세를 유지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면서 예정됐던 WCC준비위 실행위원회 등 실질적 준비는 답보상태에 놓이게 됐다.

다시 WCC총회를 한국에 유치한 이유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WCC총회는 과시용이나 이벤트성 행사를 위해 유치한 것이 아니다. 에큐메니칼 일치운동의 저변확대와 연합정신의 확장이 가장 큰 목적이다. 결코 교단패권주의나 대형교회 개개인의 명예욕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WCC 총회를 한국에서 개최키로 결정한 이후 보여준 패권다툼은 국내 교단, 특히 에큐메니칼권의 저급한 실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유치 이후 3년이 지나고, 총회 1년을 채 남기지 않은 현재까지도 한국준비위원회를 온전히 구성하지 못한 상황이다.

김삼환 목사는 상임위원장을 ‘하네 마네’하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고, 교단 간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아 프로그램위원회 조직도 완료하지 못하고 있다. 목적에 상응하는 원칙적인 이야기하는 사람이 어느 누구도 없다.

예장통합과 감리교, 기장과 성공회 등 회원교단 실무책임자들은 각자 자기 일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며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모습이고, 그 외 교회협 회원교단들은 ‘우리 일이 아니니 모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WCC총회가 한국교회에 보탬이 되기보다 오히려 연합과 일치에 해악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그나마 유지됐던 에큐메니칼 정신에 기초한 일치운동의 근간마저 무너질 위기 상황 속에서 ‘굳이 WCC총회를 한국에서 개최해야 하는지’, ‘총회가 열릴지라도 에큐메니칼권의 간여가 적절한지’에 대한 근본 질문이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WCC한국준비위원회 김삼환 목사가 ‘교회협 배제 WCC준비위 재편’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한국에서 열린 WCC총회준비위원회(APC) 회의 광경.

WCC본부는 더 이해하지 못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총무 등 WCC 관계자들은 이번 한국총회를 재정난 타개의 계기로 삼겠다는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재정지원 약속을 했다는 등 수많은 말들이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특히 총무 등 WCC관계자들의 무원칙한 태도와 이해할 수 없는 행보는 이러한 억측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부 인사와 WCC본부에서 일하는 한국인 실무자들과 국내 일부 인사들이 보이는 ‘WCC 사대주의’도 이러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김삼환 목사를 축으로 벌어지는 이러한 모습은 결국 한국교회 일치운동에 해악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WCC본부의 무원칙한 태도, 한국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 김삼환 목사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와 회원교단 책임자들의 방관자적 자세 등이 WCC한국준비위원회 혼란의 원인들이다.

상임위원장 문제를 비롯해 준비위원회와 관련해 국내 에큐메니칼권, 특히 김영주 목사가 결단해야 할 ‘WCC 시계’ 알람시간이 다가왔다. 애초 목적에 부응하는 WCC총회를 치르기 위해 상임위원장 문제를 원칙대로 처리해야 할지, 아니면 김삼환 목사의 의도대로 교회협이 빠질지는 김영주 총무와 4개의 WCC 회원교단 결단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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