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남들은 종종 내게 말하기를

        감방에서 나오는 나의 모습이

        어찌나 침착하고 명랑하고 확고한지

        마치 성에서 나오는 영주 같다는데

        나는 누구인가? 

    남들은 종종 내게 말하기를

        간수들과 대화하는 내 모습이

        어찌나 자유롭고 사근사근하고 밝은지

        마치 내가 명령하는 것 같다는데

        나는 누구인가?

     

    남들은 종종 내게 말하기를

        불행한 나날을 견디는 내 모습이

        어찌나 한결같고 벙글거리고 당당한지

        늘 승리하는 사람 같다는데

        남들이 말하는 내가 참 나인가?

        나 스스로 아는 내가 참 나인가?

     

    새장에 갇힌 새처럼 불안하고

    그립고 병약한 나

        목 졸린 사람처럼 숨을 쉬려고 버둥거리는 나

        빛깔과 꽃, 새소리에 주리고

        따스한 말과 인정에 목말라하는 나

        방자함과 사소한 모욕에도 치를 떠는 나

        좋은 일을 학수고대하며 서성거리는 나

        멀리 있는 벗의 신변을 무력하게 걱정하는 나

        기도에도, 생각에도, 일에도 지쳐 멍한 나

        풀이 죽어 작별을 준비하는 나인데

        나는 누구인가?

     

    이것이 나인가?

        저것이 나인가둘 다인가?

        사람들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자신 앞에선 천박하게 우는소리 잘하는 겁쟁이인가?

        내 속에 남아있는 것은

        이미 거둔 승리 앞에서 꽁무니를 빼는 패잔병 같은가?

        나는 누구인가?

     

    날카로운 질문이 나를 조롱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당신은 아시오니

        나는 당신의 것입니다.

        오, 하나님! 

     

     

     

    류호준 교수의 무지개 성서교실
    출처: 최송연의 목양연가 "은혜의 단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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