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야곱은 사랑하고 에서는 미워하였다.


잉태한 리브가의 태중에서 쌍둥이 형제가 다투었습니다. 리브가가 하나님께 여쭈자 하나님께서는 “두 국민이 네 태중에 있구나! 두 민족이 네 태중에서부터 나누이리라. 이 족속이 저 족속보다 강하겠고, 큰 자는 어린 자를 섬기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로마서 9장 13절은 “기록된 바 내가 야곱은 사랑하고 에서는 미워하였다 하심과 같으니라.”고 말씀합니다. 왜 하나님은 태중에서부터 에서를 미워하시고 야곱을 사랑하셨을까요? 어머니 뱃속에서 아직 아무 것도 모르고 아무 잘못이나 지은 죄도 없는데 말입니다.

태어날 때 에서는 몸이 붉었고 이삭은 형의 발꿈치를 잡고 나왔습니다. 세상에 먼저 나오려고 다투다 에서가 열을 받아서 몸이 붉어졌을까요? 야곱은 형의 발꿈치를 붙잡고 나올 정도로 뱃속에서부터 하나님 나라를 사모하고 장자권을 가지려고 발버둥치고 노력했을까요? 에서는 사냥을 좋아했고 야곱은 조용히 장막에 머물렀습니다. 그것이 하나님 앞에 무슨 잘 잘못이 될 수 있을까요? 사냥에서 돌아온 에서가 배고파 허덕일 때 야곱은 교활하게 팥죽 한 그릇으로 에서의 장자권을 샀습니다. 이 때문에 에서는 장자권을 빼앗기고 야곱은 하나님의 축복을 받게 되었을까요? 하나님은 하나님의 축복을 차지하고 장자권을 가지려고 수단방법을 안 가린 이삭을 사랑하고 자신의 장자권을 경홀히 여긴 에서를 버리셨을까요? 그렇게 할 것을 만세 전에 이미 아시고 야곱을 택하신 것일까요? 어느 것이 먼저였을까요? 에서가 그랬기 때문에, 또 야곱이 그러한 자였기 때문에 하나님은 에서를 버리고 야곱을 택하셨을까요, 아니면 하나님이 이미 정하고 택하셨기 때문에 에서는 그런 사람이 되었고 야곱은 또 그러한 사람이 되었을까요?

우리는 우리의 믿음과 행동으로 구원이 결정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하나님이 이미 창세전에 택하셨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택하시고 부르신 자들만이 주님께로 나아올 수 있고 하나님이 정하신 자들만이 구원을 얻으며 하나님이 버리기로 작정하신 자들은 아무리 힘쓰고 애써도 주님께 나올 수 없는 것일까요? 참 어려운 신학적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그렇다면 인간의 자유의지는 무엇이냐, 하나님이 정하시지 않은 인간은 믿어도 구원 못 받느냐, 반대로 하나님이 정하신 인간은 무슨 짓을 해도 구원 받는 거냐 하는, 자유의지론(알미니즘)과 예정론(칼비니즘)의 두 대립되는 끝없는 쳇바퀴 같은 신학적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헤아릴 수 없습니다. 궁극적으로 이루시려는 하나님의 의도와 계획을 모두 알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구원은 하나님의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구원은 하나님으로부터 나오고 하나님의 주권에 속한다는 사실입니다. 즉 인간이 구원을 만들어 내거나 인간의 의지나 공로로 구원을 향하여 나아가거나 구원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성경은 이를 하나님을 토기장이에, 인간을 진흙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기도 합니다. 토기장이는 어떤 진흙은 귀한 명품 도자기로, 어떤 진흙은 천하게 함부로 쓰는 막그릇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어떤 진흙은 도자기 굽는 가마재료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것을 진흙이 뭐라고 하거나 항의할 수 없습니다. 진흙이 산더미 같이 많아도 토기장이의 손이 닿는 진흙이 도자기나 그릇으로 만들어질 뿐입니다.

우리 조상들을 포함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득한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이름도 모르는 채 죽었는지 모릅니다. 어떤 사람들은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 무속신앙을 믿는 나라에 태어나 복음도 못 들어보고 죽어갑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시대에 이곳에 태어나 복음을 듣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그 일이 내게 이루어진 것이 기이한 일입니다. 그것이 말할 수 없는 은혜입니다. 도무지 설명이 안 되는 엄청난 축복입니다. 아득한 역사 속에 헤아릴 수 없이 태어나고 죽어가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내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주님의 모습을 보고 그 손길이 닿아 구원 받은 것이 말할 수 없는 신비입니다. "내가 야곱은 사랑하고 에서는 미워하였다." 하심은 하나님께서 정말로 야곱과 에서를 차별하셨다는 말씀이 아니라 그 일이 야곱 같은 나에게 이루어질 것을 두고 하신 말씀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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