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님은 부서진 것들을 사용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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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곡식은 부서져야 빵이 됩니다
포도는 잘게 부서져야 포도주가 됩니다
향수도 잘게 부서짐을 통하여 만들어 집니다
단단하고 질긴 음식도 잘게 부서져야
소화되어 영양분이 됩니다

사람도 원숙한 인격과 신앙을 갖추려면
반드시 부서지는 과정을 밟아야 합니다
부서짐의 정도가
성숙의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가을이면 시골에서
도리개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거두어들인 곡식을 앞마당에 펼쳐 놓고
사정없이 내려칩니다
'왜 때려' 곡식들의 신음소리에도
 '이제 그만 좀 때려' 곡식들의 저항소리에도
 농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려칩니다

하지만 아프라고, 미워서 때리는 게 아닙니다
껍데기를 벗겨내고 알곡과 쭉정이를 구분하여
더 잘게 부수기 위함입니다

농부이신 내 님도
나에게 도리개질을 하실 때가 있습니다
나는 너무 아파
'왜, 나만 때리냐고?' 불평도 합니다
'이렇게 힘들어서야 누가 믿겠느냐고'
투덜대기도 합니다

그래도, 내 님의 도리개질은 멈추지 않습니다
도리개질의 세기가 사랑의 깊이입니다
더 많이 부서지라 하심입니다
더 많이 깨어지라 하심입니다
더 많이 죽으라고 하심입니다
왜냐하면
부서져야 사용하시고
부서진 만큼 쓰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장간의 대장장이가 보통 연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달군 쇠를 적당히 두드립니다
그러나 귀한 도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구슬땀을 흘려 가며 두드리고 또 두드려댑니다
대장장이의 두드림 소리는
나를 향하신 내 님의 마음입니다

내 님 오실 날 알곡 되게 하시려고
내 님오신 날 더 귀하게 쓰시려고
나의 신음소리에 외면하신 채
두드리고 내리치고 밟고 깨뜨리고
상하게 하고 거절 당하게 하고
실패하게 하고 수치를 당하게 하고 비참하게 만들어
결국은 인생의 밑바닥까지 내려가게 하심입니다

죽음을 통하여 살고
버림을 통하여 얻고
부서짐을 통하여 알곡 되고
깨어짐을 통하여 쓰이고
포기함으로 소유하게 하는 것입니다

하루만 죽어서는 안 됩니다
한번만 죽어서는 안 됩니다
날마다 순간마다
내 님 때문에 내 님 위하여 내 님과 함께
부서지고 깨어지고 죽어야 합니다

나의 삶이 힘들고 고단한 이유는
내가 날마다 살고자하기 때문입니다
불쑥 불쑥 혈기가 나는 것도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미움이 일어나는 것도
주체할 수 없는 원망과 짜증으로 시달리는 것도
견딜 수 없는 답답함과 절망감으로 우울해지는 것도
덜 깨어져서 그렇습니다
덜 부서져서 그렇습니다
덜 죽어서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부서지게 하심은 쓰시기 위함이며
깨어지게 하심은 익히시기 위함이며
죽으라 하심은 살리시기 위함입니다

내 님이 그렇게 하심은
그만큼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


똑바로 살게 하심입니다
똑바로 걷게 하심입니다
똑바로 보게 하심입니다
똑바로 믿게 하심입니다



오늘 새벽
 내 님의 사랑에 목이 메고 눈물 겨워
그분 가슴에 얼굴을 살포시 묻고 고백합니다
                    이전보다 당신을 더욱 사랑하겠습니다

                       
                                          Julia Kim
                        인도에서 보내어온 詩

찬양곡 바이올린 연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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