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반물질을 잡아라.

이 글을 써나가는 중 어제, 그러니까 2011년 8월 8일에 지구 주위에서 반물질의 띠가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떴다.
지난 2006년 발사된 이탈리아-러시아 합작 파멜라 위성 자료를 분석해 온 과학자들은 지구 1만 킬로미터 상공의 밴앨런대들 사이에 소량의 반양성자가 존재한다고 밝혔다는 내용이다.
반물질은 안 그래도 소립자에 이어서 대장쟁이가 다루려고 했던 소재였는데 마침 기사가 뜬 셈이다.

반물질(反物質, Antimatter).......
반물질은 무엇이고 밴앨런대는 또 무엇인가?  

1) 반물질

반물질이란 말 그대로 물질의 반대되는 물질이라는 뜻이다.
양(+)이 있으면 음(-)이 있듯이 물질이 있으면 반물질이 있다는 것이다.
아니 과학 하다 말고 웬 뚱딴지같이 음양설(陰陽說)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태초에 빅뱅이 일어났을 때 제로(無, 零) 상태에서 물질과 반물질이 생겼다고 말한다. 제로(無, 零)에서 물질이 생겨나려면 수학에서 보는 것과 같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물질과 반물질이 나누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질(Matter)만 남고 반물질(Antimatter)은 소멸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반물질은 추상적인 존재인 셈이다.
(Material이라고 하지 않고 Matter라고 하는 것도 재미있다.)

그런데 우습지 않은 것이 반물질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이다.
빅뱅 때는 반물질이 모두 사라져버렸는지 모르지만 우주공간에는 아직도 반물질들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태양 같은 극렬한 핵반응이 일어나는 천체에서 반물질이 생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1928년인가 1930년에 반물질을 처음으로 언급한 사람은 폴 디랙(Paul Dirac)이다.
그는 전자기장 내에서의 전자이동을 설명하는 이론을 내어놓으면서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을 도입했는데 이게 종전의 이론들보다 정확하게 맞아 들어가는 바람에 유명하게 되었다.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전자는 마이너스 전하를 띠고 양자는 플러스 전하를 띤다.
그런데 디랙은 자신의 이론에서 플러스 전하를 띠는 전자도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그러나 디랙은 이런 주장을 하면서도 실제로 플러스 전하를 띠는 전자가 발견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은 1931년 칼 앤더슨이라는 사람이 실험을 하다가 질량은 같은데 움직임은 반대방향인 전자, 즉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 전하를 띤 반전자를, 순간적으로 소멸되긴 했지만, 발견한 사건이 터진 것이다.

뿐만 아니었다. 디랙의 이론은 전자뿐 아니라 양자, 중성자에까지 해당되는 것이었고 실제로 반대의 전하를 가지는 양자, 중성자 등 반입자들이 발견되었다.
전자는 플러스 전하, 양자는 마이너스 전하를 띤 “거꾸로 물질”.......
이것이 오늘날 반물질로 부르는 것이다.

사실은 반물질(反物質)은 추상적인 반물질이 아니라 기존의 물질들과 반대의 성질을 가지는 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반물질들은 물질들과 만나면 물질들과 합치면서 소멸되어버린다.
마치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끌어당겨 합쳐지면서 제로가 되어버리는 것처럼 반물질은 그만큼의 물질과 만나서 함께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자연상태에서는 반물질이 발견되지 않는다.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해도 주변의 물질과 합쳐지면서 순간적으로, 수백만 분의 1초 만에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런데 이것들이 그냥 사라지지 않는 것이 또 문제이다.
전기가 플러스, 마이너스가 합쳐지면서 번개를 일으키고 열을 내듯이, 알칼리와 산이 합쳐지면서 화학열을 내듯이 반물질과 물질이 만나면서 쌍소멸을 일으켜 에너지를 내는 것이다.
쌍소멸이란 물질도 그 만큼 소멸되고 반물질도 그만큼 소멸되어 양쪽에서 두 배의 물질로 소멸되기 때문에 일컫는 이름이다.

이 쌍소멸은 따라서 물질과 반물질, 두 배의 물질이 소멸되는 만큼의 에너지를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의 E = mc² 공식에 따라 내게 되는 것이다.

1그램의 물질이 소멸되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나오는지 우리는 앞서 대충 살펴보았다.
원자탄도 수소탄도 다 핵분열, 또는 핵융합을 통하여 소멸되는 물질이 에너지로 변환되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그런데 만일 반물질을 이용한 폭탄을 만든다면 그 위력은 원자탄의 1,000배, 수소탄의 300배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반물질과 물질이 만나 쌍소멸되면 소멸의 양도 많아지지만 전혀 손실이 없는 완전한 에너지변환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일 반물질을 백만분의 1 그램 정도를 만들어서 물질에다 쏜다면 어떻게 될까?
그 반물질이 물질과 닿는 순간 쌍소멸을 일으키면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낼 것이다.
백만분의 1 그램이나 천만분의 1그램의 반물질만 사용해도 엄청난 위력을 가지는 폭탄이 될 것이다.

만일 반물질로 엔진을 만들거나 발전소를 만든다면 엄청난 일이 될 것이다.
반물질 수 백 분의 1 그램만으로도 자동차와 기관차가 움직이고 비행기나 날며,
반물질 1 그램만으로도 2,500만 kwh (칼로와트아워)의 에너지가 발생한다.
반물질 10 그램만 있으면 1개월 만에 화성까지 날아갈 수 있는 강력한 추진력을 가지는 우주선을 만들 수 있다.
사용하는 것도 쉽다. 그냥 반물질을 물질과 만나게만 해주면 된다.
소문이지만 미군은 반물질을 이용한 폭탄개발연구를 하고 있단다.

그런데 지난 (2011년) 6월 6일자 보도에 의하면 CERN의 제네바 80억불짜리 거대강입자가속기에서 반수소 입자들을 만들어 무려 16분 동안 사라지지 않고 붙잡아두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반수소란 수소와 같은데 양자는 마이너스 전하, 전자는 플러스 전하를 띠는 반물질 수소라는 뜻이다.
즉 광속의 99.999991%의 속도로 양자들을 충돌시켜 빅뱅과 비슷한 조건을 만들었을 때 거기에서 입자들과 반입자들이 생성되고 반입자들로 이루어진 반수소들이 만들어졌고 이것을 자기장으로 붙잡아두고 관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만일 이렇게 반물질이 만들어지고 나아가서 모아질 수 있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사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물질을 만들어 모으는 것은 쉽지 않다.
강입자가속기를 이용하든지 다른 방법을 사용하든지간에 엄청난 속도로 입자들을 가속하여 충돌시켜 빅뱅과 비슷한 조건을 만들어 물질이 붕괴되면서 새로운 입자들과 반물질이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반물질을 만든다 해도 겨우 수 십, 수 백 개 정도의 양성자, 양으로 치면 수 조, 수경 분의 1 그램도 안 될 만큼 적기 때문이다.

반물질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반물질이 물질과 접촉하지 않도록 붙잡아서 모으는 것은 더욱 어렵다. 생성되자마자 반물질은 주변의 물질과 만나서 순식간에 소멸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물질을 잡아두는 방법은 물질이 전혀 없는 진공의 허공에다 전기자기력으로 띄워두는 방법밖에 없다.
만일 반물질을 이용한다면 완전진공 가운데 전자기력으로 공중에 띄우는 장치를 만들어 모아두었다가 필요하면 내보내서 물질을 만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폭탄을 만들든, 열기관을 만들든, 로켓을 만들든 반물질을 이용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만일 반물질 폭탄을 만든다면 전기자기장을 이용하여 완전한 진공 허공에 반물질을 붙잡아 둔 캡슐이 될 것이다.
그 캡슐이 적에게 날아가서 그곳에서 반물질이 물질을 만나게만 해주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보도된 기사에 의하면 이탈리아-러시아 합작 파멜라 위성 자료를 분석해 온 과학자들은 밴앨런대들 사이에 소량의 반양성자가 존재한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2) 밴앨런대

밴앨런대(Van Allen Belt 帶)는 무엇인가?
알다시피 태양은 수소핵융합반응을 일으키므로 엄청난 고온, 수 천만도, 1억 도의 플라즈마 상태를 이룬다.
플라즈마 상태란 모든 입자들이 흐물흐물 풀어진 고온상태라는 뜻이다.
그 플라즈마 상태의 태양에서 쉴 새 없이 수많은 입자들이 밖으로 뿜어져 나온다.
이 입자의 바람을 태양풍이라고 부른다.
태양풍은 그 세력이 태양으로부터 명왕성을 지나 세 배의 거리가 넘는 거의 200억 킬로미터 주변에까지 미친다.
태양풍은 태양계 전체를 부드럽게 풍선처럼 감싸고 있다.

지금 보이저 1호 우주선이 175억 킬로미터를 날아가 태양풍 영향권의 가장자리, 헬리오스히스 구간을 곧 벗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17. 태양계를 벗어나 우주 속으로”에서 이미 한 바 있다.

따라서 지구를 비롯한 모든 혹성들은 태양에서 불어오는 입자들의 부드러운 바람을 맞으면서 태양을 공전하고 있다.
태양에서 불어오는 태양풍이 만일 그대로 지구 대기권으로 쏟아져 들어온다면 그 입자들이 대기권 공기분자들과 충돌하면서 많은 방사선을 만들어내고 지구상의 생명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구는 자기장을 가지고 있어 태양풍의 입자들이 그 자기장에 붙잡히게 된다. 다만 극지방에서는 일부 하전입자들이 오로라 현상을 일으킨다.

태양풍 입자들이 지구 자기장에 붙잡힌 모양은 마치 지구가 조개껍질을 둘러쓴 모양, 지구를 삥 둘러 싼 도넛 모양과 비슷하다.
고도 3,000 미터의 낮은 층과 1,5000 미터가 넘는 높은 층 두 개가 있다. 태양풍의 입자들 때문에 방사능을 띠고 있다. 이것이 바로 밴앨런대라고 부르는 것이다.

지구가 태양풍을 헤치고 밴앨런대를 만들면서 공전하는 모습은 마치 물결을 헤치고 나아가는 선박이나, 마치 자기장 우산을 펼쳐들고 태양풍을 헤치면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구를 비롯한 혹성들이 태양풍 때문에 공전속도가 떨어지는 거 아니냐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거대한 혹성들에 비하면 입자들의 태양풍은 너무나도 미미하기 때문이다.
수억년, 수십억년이 지난다면 혹 모를까.

그런데 이번에 파멜라 위성이 소량의 반양성자 반물질을 발견한 것은 윗층, 아래층 밴앨런대의 사이 공간이라고 한다. 태양의 활동 중에도 생성된 입자들 중에 반입자들이 있고 이 반입자들이 물질을 만나지 못 한 상태로 지구까지 날아와 밴앨런대의 자기장에 잡혔다는 이야기다.

과연 밴앨런대에서 발견된 반물질이 얼마나 되고 우리가 이용하기에 충분한 양이 되는지는 알 수 없으므로 미리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주공간을 드문드문 날라가는 그 반물질들을 우주선으로 낚아채어 모아서 이용할 수 있느냐는 더욱 어려운 문제이다.

그렇지만, 만일 그 반물질을 모아다가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만일 우주선이 그 반물질을 모아다가 전기자기 진공캡슐에 담아서 지구를 향하여 발사하면 무시무시한 폭탄이 될 것이고,
그 캡슐을 지구로 가져와서 평화적으로 이용하면 엄청난 에너지원이 될 수 있을 것이고,
혹은 캡슐에 담아서 우주선의 우주여행 연료공급소로 이용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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