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천문학자들은 1970년대 중반에서 1980년대 사이에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이 비스듬한 일직선상에 놓인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러한 외행성의 배열은 175년에나 한 번 생기는 드문 현상인데 이 절호의 기회에 외행성들을 한꺼번에 탐사할 수 있도록 하자 하여 계획된 것이 보이저(Voyager) 1호와 2호 탐사선이다.

1977년, 보이저 2호가 약간 먼저 8월 22일에, 보이저 1호가 9월 5일에 발사되었다. 발사는 약간 늦었지만 목성에 도달한 시기는 직항로를 택한 보이저 1호가 79년 3월 5일, 보이저 2호는 79년 7월 9일이었다. 다시 토성에는 보이저 1호가 80년 11월 12일, 보이저 2호는 훨씬 늦은 81년 8월 25일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보이저 1호는 계속하여 빠른 속도로 태양계 바깥을 향하여 항진하였고, 보다 속도를 늦춘 보이저 2호는 토성을 거친 다음 86년 1월 24일에는 천왕성, 89년 8월 25일에는 해왕성까지 답사하게 된다.

보이저 탐사선들이 지구를 떠난 지 13년째 된 1990년 2월초, 보이저 1호는 시속 약 18km의 속도로 지구로부터 64억 km 떨어진 명왕성 궤도를 지나게 된다. 이제 배터리도 거의 다 닳은 보이저 1호에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 박사는 동료과학자들의 회의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전파신호를 보내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 사진을 찍어 전송하라고 지시한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으나 몇 달 후 기적 같은 일이 발생한다. 실현가능성이 없을 것 같은 이 명령에 따라 보이저 1호가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 1990년 3월부터 5월까지, 태양계의 가족들, 아득히 먼 곳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금성과 지구, 목성과 토성, 그리고 천왕성과 해왕성 등 수십 장의 사진을 찍어 전송해 온 것이다.

보이저 1호가 전송해온 사진들 속에 지구는 우주공간 광선의 줄 속에 조그만 점으로 외롭게 빛나고 있었고, 칼 세이건 박사는 이를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고 말했다. 태양계 탐사임무를 마치고 태양계를 벗어나 광대무변한 우주공간을 달리는 보이저 1호의 충실한 명령수행은 많은 과학자들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칼 세이건 박사는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에서 이렇게 적었다.
“우주공간에 외로이 떠있는 한 점을 보라. 우리는 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사랑하는 남녀, 어머니와 아버지, 성자와 죄인 등 모든 인류가 여기에, 이 햇빛 속에 떠도는 티끌과 같은 작은 천체에 살았던 것이다. 바로 이 한 점, 지구 위에 아름다운 시와 음악과 사랑이 있는가 하면 전쟁과 기근, 증오와 잔인한 행위가 그치지 않고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영원히 살 것 같은 착각 속에 환경을 파괴하고 하늘을 찌를 듯 한 콘크리트 건물로 아성을 쌓고 우중충한 시멘트벽에 갇혀 불안한 삶을 살아간다.”

보이저 1호가 보내온 지구의 사진 ‘창백한 푸른 점’....... 우주의 티끌 같은 그 지구 위의 인간의 존재가 무엇이란 말인가? 수 천 년 인류역사, 지구 위에 그 조그만 인간들이 쌓아올린 문명과 예술, 인간들이 울고 웃고 싸우는 욕망과 확신과 다툼, 애증 따위가 다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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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 우주선들이 발사된 지 36년이 지난 2013년 9월, 미국항공우주국은 보이저 1호가 지구로부터 약 188억 km 떨어진 태양계와 외부 우주의 경계 '헬리오포즈(heliopause)'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188억 km는 지구-태양 거리의 약 125배 거리이며 명왕성까지 거리의 3배가 넘는 거리이다. 이 헬리오즈 구역은 태양으로부터 불어나간 태양풍이 더 이상 뻗어나가지 못 하고 멈추는 곳으로, 따라서 플라즈마 입자들이 거대한 거품이나 풍선처럼 태양계를 둘러싼 모양이 된다고 여겨진다.

그간 과학자들은 이곳만 지나면 곧장 외부 우주, 성간공간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예측했으나 보이저 1호에 의하면 태양의 자기장이 외부 우주의 자기장과 연결되면서 태양계의 입자들이 바깥으로 나가고 성간우주의 입자들이 안으로 들어오는 현상이 관측됐다. 아무튼 이제 보이저 1호 우주선은 앞으로 수개월 내지 1, 2년 내에 헬리오즈 공간을 지나 성간우주 공간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보이저 1호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지금 188억 km 떨어진 보이저 1호의 무선신호가 지구에 닿는 데는 17시간이 걸린다. 보이저 1호가 탑재한 70년대 컴퓨터의 용량은 오늘날 표준 스마트폰의 27만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보이저호의 동력은 플루토늄 핵연료에 의존하는데 2020년쯤에는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 그 후에는 희미한 무선신호마저 끊어지고 보이저 1호는 망망한 우주공간을 시속 6만 km 속도(초속 16.7 km, 음속의 50 배, 총알속도의 약 20 배)로 무작정 날아갈 것이다.

보이저 1호와 2호는 우리말을 포함하여 세계 55개 언어의 인사말, 지구의 위치를 보여주는 그림, 지구의 소리를 담은 지름 30cm의 황금 레코드를 싣고 날아가고 있다. 혹 있을지 모를 외계 생명체, 외계 문명을 향한 메시지인 셈이다.

보이저 1호가 언제 다른 별에 도착하게 될까? 음속의 50배, 총알속도 20배의 엄청난 속도에도 불구하고 보이저 1호가 188억 km를 날아가는데 36년이 걸렸다. 1년에 5억 2222만 km를 날아간 셈이다.
1광년의 거리는 9조 4600억 km이다. 보이저 1호가 1광년을 날아가려면 1만 8천 115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된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항성인 켄타우루스자리의 프록시마별까지는 4.3 광년거리이니 약 7만 8천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된다.
그러나 보이저 우주선들이 프록시마별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별을 만날 때까지는 아마도 수십만 년을 아무것도 없는 우주공간을 날아가게 될 것이다.

보이저 1호, 보이저 2호가 수십만 년, 수백만 년을 날아서 어디엔가 닿는다면 그 별은 어디일까? 수백만 년을 달려 수십 광년을 날아갔어도 거기는 지름 십만 광년의 거대한 은하계 수천억 개의 별 가운데서 가장 가까운 이웃 별 중의 하나일 것이고, 은하계 한 귀퉁이를 벗어나지 못 하였을 것이다. 은하계는 지름이 10만 광년에 달하므로 만일 보이저 1호의 속도로 은하계를 횡단하려면 18억 년이 걸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보이저 1호나 보이저 2호는 누군가가 붙잡아서 안전하게 착륙시키지 않는 이상 제 힘으로는 착륙할 수가 없다. 그리고 관성으로 날아가는 보이저 1호가 마치 안개처럼, 구름처럼 빼곡한 은하수의 별들을 요리조리 피하여 날아갈 수도 없다. 그러므로 보이저 1호 우주선은 언젠가 어느 별에 닿게 될 것이고 보이저 1호 우주선이 어느 별에 도달한다는 것은 그 별에 충돌하여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다는 뜻이 된다. 지구의 인사말이 담긴 녹음테이프와 그림과 레코드를 싣고 수십만 년, 수백만 년, 혹은 수천만 년, 수억 년을 달려갔는데도 맞아주는 이 없이 이름 없는 어느 별에 유성처럼 떨어져 처참하게 박살나야 하는 것이 보이저 우주선들의 슬픈 운명이다. 그게 언제일는지도 알 수 없다.

보이저 1호가 18억 년을 달려야 횡단할 수 있는 은하계와 같은 성운들이 1,000억 개나 된단다, 저 끝없이 아득한 우주공간에는.
그리고 우리는 100년도 못 살고 지구를 떠날 것이다, 보이저 1호 보다 더 빨리.
아직 보이저 1호가 태양계 언저리도 못 벗어나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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