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변, ‘강제북송’ 주제로 ‘북한인권법 제정 2주년 기념 토론회’ 개최
“감옥의 문은 밖에서 열어야 합니다”..."김여정 보는 순간 슬펐어요"

 

2일 한변이 주최한 북한인권법 제정 2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강제북송 당한 탈북여성들을 위로하는 특별행사를 하고 있다.

“세 번 강제북송 당했고 네 번째 탈북에 성공해 2007년 한국에 왔습니다. 1998년 두만강을 넘자마자 엄마와 여동생, 저는 각각 인신매매를 당해 중국 남자에게 팔려갔습니다. 저는 임신 상태에서 강제북송 당했습니다. 북한 증산 교화소에 수감됐는데 그곳에서 마취 없이 강제 낙태 당했습니다. 밤이면 하루 종일 무거운 짐을 날랐던 임산부들이 낙태하는 비명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임신 8, 9개월 돼서 태어난 아기를 강제로 죽이는 광경도 목격했습니다. 당시 증산 교화소에 수감됐던 2000명 중에 살아나온 사람은 200명에 불과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시체 약 20구를 한꺼번에 구덩이 안에 쓸어 넣고 흙을 덮었는데 개들이 시신의 팔다리를 물고 돌아다녔습니다.(탈북여성 지현아 씨)”

“2006년 첫 탈북에서 인신매매를 당해 중국에 살다 아이 낳은 지 한 달 만에 북송됐습니다. 악명 높은 전거리 교화소에서 24살부터 29살까지 살았습니다. 당시 전거리 교화소에 수용돼 있던 1200명 중 1100명이 탈북자였습니다. 그들의 탈북 스토리는 모두 ‘배가 고파서’였습니다. 정치적 목적으로 탈북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수감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시체를 모아둔 창고에서 기어 나온 구더기를 잡아먹었습니다. 죽음이 가까워진 여자들은 저한테 중국의 집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엄마가 북송돼서 살아서 집에 못 간다. 미안하다. 사랑한다’고 아이한테 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들은 중국에 남겨두고 온 아이를 생각하며 울었습니다.(탈북여성 유선미 씨)”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한인권법 제정 2주년 기념 토론회-강제북송 문제와 개선방안’에서 나온 탈북 여성들의 증언이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국회인권포럼 등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북한 주민들이 직접 촬영한 북한 내부 영상으로 시작했다.

실내가 어두워지자 2008년 새벽 해주시장의 한 건물 앞에서 쓰러져 자고 있는 두 명의 꽃제비 아이들이 나타났다. 배가 고프면 쓰레기장에서 주워 먹는다는 10살, 11살, 12살 꽃제비들은 ‘엄마는 집 팔고 뛰었고, 누구도 (나를) 기르겠다 하지 않아요....큰 애들이 때려요, 계속’이라고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있으나 마나 한’ 남편 대신 어린 딸을 먹여 살리기 위해 역 앞에서 구루마로 짐을 나르는 젊은 여성은 영양실조로 두 돌이 지나도 걷지 못하는 어린 딸에게 마른 젖을 물렸다. 유일한 생계수단인 구루마를 보안원에게 뺏긴 여자들의 얼굴에 떠오른 망연자실한 표정과 길거리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파는 노파, 초등학생만한 키와 체구의 북한 군인들의 모습이 화면에 떠오르자 토론회장 여기저기서 깊은 한숨소리가 들렸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한변 김태훈 상임대표는 “북핵 위기의 본질은 주민에게 쓸 돈을 핵과 미사일에 퍼부어도 북한주민이 말 한마디 못하는 북한인권의 부재에 있다”며 “우리나라가 일본 위안부 문제에 기울이는 뜨거운 관심과 유엔 등 국제사회가 북한인권에 기울이는 관심과는 대조적으로 우리사회는 탈북민의 강제북송 등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이 극히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그동안 강제송환 된 탈북민 규모는 최소 5만~10만 명으로 추정된다”며 “한국 국정원에 협조했다고 생각되는 주민들은 강제북송 후 북한에서 처형되며 특히 기독교 선교사들과 관계한 자는 재판을 거치지 않고 정치범 수용소로 이송된다”고 밝혔다. 중국 관리들은 강제송환되는 탈북민들의 목적국이 한국이었는지 중국이었는지 여부에 따라 북한당국에 건네는 서류에 도장의 색을 달리해 표시하며 중국 당국은 북한 당국에 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물품을 전달받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중국인들이 탈북민들을 고발하도록 하고 은닉하는 자는 처벌하도록 종용한다. 탈북자를 고발한 사람에겐 중국정부가 금전적 보상을 하기도 한다. 정보 제공이 신속하고 불법 탈북자 숫자가 많을수록 보상금도 커진다. 한 대표는 “중국 공안은 중국 체류 북한 주민들까지 고용해 한국으로 도망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 탈북민들에 대한 정보를 밀고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송된 북한주민들은 1차 수용기관인 지역 함경북도 온성군, 무산군, 회령시, 평안북도 신의주시, 양강도 혜산시에 있는 국가보위성 구류장에서 알목수색과 소지품 검사, 위생검사(에이즈 검사)를 받는다. 북한 조사기관은 숨긴 돈을 찾아내기 위해 매우 치욕적이고 비위생적인 질 검사를 하거나 발가벗긴 채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는 소위 ‘펌프질’을 시키고 용변을 보도록 강제한 후 검사한다. 북한 교화소는 영야상태와 위생상태가 극히 열악해 대규모의 수감자들이 단기간 내에 사망한다는 조사보고가 최근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한변협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북송 경험자 28명은 지역 보위성 구류장에서 조사받는 중 폭행, 식량 제한, 강제노동 등을 당했다. 특히 구류장, 집결소, 단련대, 교화소 등에서 강제낙태나 영아살해를 경험하거나 본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약 18%에 달했다.

북한전략센터 강철환 대표는 “김정은 시대 들어 탈북자 문제는 더 열악해 졌다”며 “탈북민들을 통해 북한 인권 참상이 전 세계에 알려지자 김정은이 강제북송 된 탈북자들을 아예 모두 종신 수용소인 정치범수용소에 감금해 버렸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최근엔 보위성의 유인공작에 걸려 탈북자들이 북한에 납치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정부는 여전히 탈북민 강제북송에 대해 기만적이고 위선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중국이 1982년 9월 24일 가입한 ‘난민지위협약’은 강제송환금지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헌법 제32조에서 ‘국경 내 외국인들의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보호해야 하며 정치적 이유로 피난을 요구하는 외국인을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홍레이 외교부 대변인은 2012년 2월 20일 “중국은 국제법, 국내법 그리고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탈북자 문제를 처리한다”며 탈북자를 강제송환하는 것이 국제법 위반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러한 화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중국은 강제북송되는 탈북민들이 북한에서 겪는 고문과 감금, 심각한 인권침해에도 불구하고 재중 탈북민들은 색출해 강제로 북한에 송환한다. 북한주민들이 보호 또는 망명을 요청하기 위해 외국 대사관과 영사관에 접근하는 것도 엄격하게 금지한다. 한국 대사관 또는 영사관에 대한 접근을 막아 북한주민들이 한국에 보호를 요청하거나 한국 헌법과 법률에 의해 한국 시민권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

한국정부의 무관심과 안일함도 여전하다.

한변 김태훈 대표는 “우리나라는 탈북민 문제에 대통령부터 관심이 없고 언론은 이에 대해 침묵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인권법은 지난 2015년 11년만에 간신히 제정됐다. 한 대표는 “정부가 작년 10월말 중국의 사드보복을 풀기 위한 한중 합의에서 중국에 대해 이른바 3불(不) 입장은 표명하면서 이보다 중대한 인권 현안인 재중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했다.

김 대표는 “북핵해결을 위한 국제적인 대북 압박 국면에서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탈북민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중국과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탈북민들을 일시 보호한 이후 국내에 입국시키는 방안 등에 대해 중국과 적극적인 협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11년만에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지도 2주년이 됐지만 핵심기구인 북한인권 재단은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에서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재단의 상근 이사직을 요구함으로써 북한인권재단이 파행된 만큼 현 정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결자해지 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북한인권법은 정부가 북한인권증진에 관한 중요사항에 관해 남북 인권 대화를 추진하도록 되어 있다(제7조)”며 “정부가 북핵 위기 타개를 위해 정상 간 남북대화를 할 생각이라면 북한과 인권 대화 기회를 만들어 송환된 탈북자 처벌문제 등 인권 현안에 대한 개선방안을 찾도록 해야 하며 유엔 등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의 반인도범죄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철환 대표는 “구 공산권이나 독재 권력의 붕괴는 국경붕괴로부터 시작했다”며 “북한 내부에 자유세계에 대한 정보를 유입하고 미국과 함께 중국을 압박해 탈북자 강제북송을 막으면 북한은 자연스럽게 붕괴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 증언을 한 지현아 씨는 “감옥의 문은 밖에서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 씨는 “북한주민 350만 명을 집단 학살한 김여정이 대한민국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너무 마음이 힘들었다. 비참했다”고 고백했다. 북한 수용소에서의 고문 후유증으로 9년째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밝힌 그녀는 “한국정부는 북한정권이 아니라 탈북자에 초점을 맞춘 대북정책을 펴 달라”고 정부에 부탁했다. 유선미 씨는 “2008년 교화소 벽에는 검은 핏자국이 보이고 사람들 때리고 고문하는 소리로 시끄러웠지만 2013년 두 번째 들어갔을 때는 보위원들이 수감자의 얼굴을 구타하는 것은 피하는 등 (인권상황이) 많이 개선됐다”며 “바깥 세계에서 하는 북한 인권 개선 노력이 정말로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한변 김태훈 상임대표의 개회사와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의 축사로 시작으로 아시아프레스가 공개한 북한 영상 상영, 탈북여성들의 강제북송 증언, 통일부 서두현 북한인권기록센터장과 법무부 최기식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의 현황보고, 이장호 영화감독의 탈북여성 특별 위로 행사가 이어졌다.

이어 한변 김태훈 상임대표의 ‘중국의 탈북민 강제송환 문제와 개선방안’에 대한 발제, 북한전략선터 강철환 대표, EBS 조형곤 이사, 중앙대 제성호 교수, 통일연구원 한동호 북한인권연구센터장, 선민네트워크 김규호 상임대표가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출처 : 펜앤드마이크(http://www.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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