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장구름이 중천의 달을 가리우니
도랑 가의 달도
저수지의 달도
모두 사라져 버렸어
달빛은 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큰 두려움 없이
계속 길을 걸었지
어쩌다가 먼 산을 보았는데
시커먼 산 중간쯤에
이상한 불빛이 움직이는 거야.
많이 보이다가 적게 보이고
작아졌다가 커지고
그래! 울아버지가 말해준 도깨비불이야!
겁이 덜컥나서 죽으라 달리고
또, 달렸어
넘어져서 무르팍 깨져 피나는 것도
모르고...........
잠자리에 들 때쯤
억수 같은 장대비가 세상을
쓸어갈 듯 쏟아져 내렸지
아주 한참 후에 난 알았어
그날 먼 산의 도깨비불은
달빛의 속삭임이었다는 것을...
도깨비불의 많고 적음은 비바람에
의한 나뭇가지의 흔들림 때문이었지
내가 걷는 곳의 달은 구름 속에
갇혔지만, 먼 산의 발광채를 통해
달은 내게 말해주고
싶었던 거야
달은 결코 시샘하지 않아
작은 샘의 달도
도랑 가의 달도
저수지의 달도
그리고 조명 달 마저도........
달은 그냥 어둔 밤길 걷는 이를
비춰주고 싶을 뿐이야
작자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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