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원자, 그 미시의 세계

인간의 몸은 약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지만 인간의 몸에 붙어서 사는 미생물의 수는 수백 조에 달한단다.
대장균부터 유산균, 각종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등 세포보다 훨씬 작은 수많은 미생물, 인간의 몸에 기생하는 미생물의 수는 은하수의 별만큼이나 많다는 이야기다.

인간은 지구에 붙어산다.
인간은 우주의 티끌 같은 지구 위에 붙어사는 미생물(?)인 셈이다.

인간은 미생물이 아니다.
지구 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광활한 우주를 바라보며 우주만유의 기원을 궁구하고 창조주의 존재를 생각하는 인간이라면, 그 인식과 사고가 드넓은 우주를 활공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그 사고가 땅에 고정된 인간은 미생물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지구의 바닥, 땅에 눈을 박고 먹고사는 문제와 인간들끼리의 생존경쟁에만 매달리다가 생을 마친다면 그 생이 미생물과 다를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므로 눈을 들자.
광활한 우주공간과 신비스러운 생명과 물질의 세계를 바라보며 그 기원과 창조주를 생각하자.
영원을 사모하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인류에게 다만 별을 관측하고 바라보는 수준을 넘어 우주의 크기와 생성과 본질에 대하여 관심을 돌리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광활한 우주의 기원은 미시의 원자, 물질의 기원과 통하게 된다.
과연 만물을 이루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우주만유는 어떻게 이루어지게 되었는가?

1) 원자의 발견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부터 인간은 물질의 기본이 무엇인지 궁금해 했다. 아리스토텔레스 시대 이전까지는 엠페도클레스가 주장한 4원소설이 그럴듯한 이론이었다. 4원소설이란 자연의 모든 물질이 흙, 불, 물, 공기, 네 가지의 원소로 이루어져있으며 이 네 가지가 얼마씩 구성되었느냐에 따라 갖가지 물질이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뼈는 절반이 불이며 나머지는 흙과 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4원소에 냉, 열, 건, 습 등 네 가지 성질을 추가하여 만물이 생성되고 변화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지상의 물질은 이러한 조건들이 항상 변하므로 불완전하지만 천상(天上)의 물질은 완전하여 변하지 않는 한 가지 물질 ‘에테르’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였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4원소설만을 믿은 것은 아니다. 기원전 480년부터 420년까지 살았던 레우시푸스가 최초로 원자설을 주장하였고 그 제자 데모크리토스가 ‘물질을 쪼개고 또 쪼개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원자에 도달한다.’고 생각하였다.

사람들은 2,000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데모크리토스의 원자설 보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을 더 신봉하였다. 그러다가 1803년 기상과 대기를 연구하던 영국의 화학자 돌턴이 다시금 원자론을 제안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한동안 원자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기본입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나눌 수 없다.’는 뜻의 그리스어로 “a-tom"이라고 이름을 붙였었다.

돌턴이 원자론을 제안할 당시에는 화학이 발달하기 시작하여 원자의 존재는 믿어지게 되었지만 원자의 존재 자체를 관찰할 수 있는 실험방법이 없었다.

20세기에 들어와서 러더포드에 의하여 원자는 양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 그리고 그 주변을 도는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사람들은 물질의 최소단위라고 믿었던 원자가 양자,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 주위를 전자가 돌고 있는, 마치 태양 주위를 혹성들이 돌고 있는 것과 비슷한 모양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원자의 내부에도 복잡한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튼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이 양자와 중성자, 그리고 전자의 수로 결정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사람들은 발견된 원소들을 양자-중성자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핵과 그 주위를 도는 전자의 숫자로 원자번호와 질량수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분류하였다.

원자번호 1 수소
원자번호 2 헬륨
원자번호 3 리튬
원자번호 4 베릴륨
원자번호 5 붕소
원자번호 6 탄소
원자번호 7 질소
원자번호 8 산소
원자번호 9 플루오린
원자번호 10 네온
원자번호 11 나트륨(소듐)
원자번호 12 마그네슘
원자번호 13 알루미늄
원자번호 14 규소
원자번호 15 인
원자번호 16 황
원자번호 17 염소
원자번호 18 아르곤
원자번호 19 칼륨/포타슘
원자번호 20 칼슘
(여기서부터는 생략하고 넘어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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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번호 26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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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번호 7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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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번호 88 라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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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번호 92 우라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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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번호 118 우누녹튬

이렇게 오늘날 천연원소와 인공원소를 포함하여 118번까지 118 가지의 원소목록이 나와 있다.

사람들은 원자(Atom)가 아니라 양자, 중성자, 전자가 진짜 모든 물질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원자(Atom)이라는 이름은 이미 써먹었기 때문에 소립자(素粒子, Elementary Particle)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물질의 비밀을 다 풀어낸 것 같은 생각에 사람들은 잠시 행복해 하였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과학자들은 너무나 작은 전자는 그렇다 해도 더 이상 쪼개어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원자(Atom)가 쪼개진 것처럼 전자보다 2,000 배나 큰 양자와 중성자도 더 쪼개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1960년대 중반에 겔만이라는 물리학자가 양성자와 중성자 같은 소립자 내부에 세 개의 쿼크가 들어있다고 제안하였다.

2) 원자의 구조

전에 언급하긴 하였지만 기억을 새롭게 하기 위하여 다시 원자의 구조를 말하자면 그렇다.
원자의 크기는 대략 1 옹스트롬, 10⁻¹⁰ m (백억분의 1 미터) 정도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들어있는 원자핵의 크기는 1 fm,  10⁻¹⁶ m (원자 지름의 백만분의 1)이다.
(fm= fermi or femtometer, 페르미 또는 펨토미터)

1 옹스트롬(백억분의 1 미터)를 표현하자면...., 지구지름을 1 미터라고 가정한다면 1 옹스트롬의 크기는 1 밀리미터 정도가 된다.
거기다 원자핵은 그 원자 크기의 백만분의 1이다.
즉 1 옹스트롬의 백만분지 1인 1 펨토미터이다.
그야말로 상상이 잘 안 되는 작은 크기다.

그리고 이번에는 원자 크기를 확대하여 지구(지름 약 12,700 킬로미터)만 하다고 가정한다면 원자핵은 그 100만분의 1, 즉 지름이 13 센티미터 정도 되는 크기라는 이야기가 된다.

원자의 껍질을 이루는 것은 질량이 거의 제로라고 취급되는 작디작은 전자(電子)가 원자핵을 광속으로 뱅글뱅글 도는 궤도가 이루는 ‘전자껍질’이다.
그 전자껍질이 이루는 거품이 바로 원자의 크기가 된다.
그러므로 “색즉시공공즉시색”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지구를 이루고 있는 물질도 전자껍질을 벗겨버리고 핵만 남겨 놓는다면 지름 13센티, 주먹보다 약간 큰 작은 공 크기로 줄어든다.

전자껍질을 이루는 전자의 궤도에 관하여는 화학반응을 정리한 원소 주기율표와 슈레딩거 방정식, 그리고 파울리의 베타원리로 밝혀지고 정리되었다.

복잡하고 기니까 얼렁뚱땅 간단히 설명하자면......,
과학자들은 우주의 천체의 운행을 관찰한 케플러의 운동방정식의 법칙을 도입하여 각운동계산을 통해 같은 궤도에 무한히 많은 전자가 함께 돌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과학자 슈레딩거는 원자번호가 높은 원소는 여러 층의 전자껍질을 가진다는 것, 그리고 그 각 층이 수용할 수 있는 전자의 수를 아래와 같이 각운동 계산으로 밝혀내었다.

K 껍질: 전자 2개
L 껍질: 전자 8개
M 껍질: 전자 18개
N 껍질: 전자 32개
O 껍질: 전자 50개
P 껍질: 전자 72개

그리고 마지막 층의 전자가 그 숫자와 같으면 매우 안정되어 다른 원소와 화합하지 않는 성질을 가진 불활성기체 같은 것이 되고 마지막 층의 전자수가 위 숫자에 부족하면 그 숫자를 채워 넣으려는 성질 때문에 다른 원소와 쉽게 결합하여 안정된 분자를 이룬다.
예를 들어,
원자번호 1인 수소는 전자가 하나뿐이므로 불안정하다.
왜냐하면 K 껍질에는 전자 2개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번호 8인 산소는 전자가 8개이므로 K 껍질에 전자 2개, L 껍질에 전자 6개를 가지는데, L 껍질은 전자 8개가 들어갈 수 있는 층이다.
그래서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한 개가 결합하면 전자가 모두 10 개가 되어 K 껍질에 2개, L 껍질에 8개가 배치되므로 매우 안정된 물 분자(H₂O)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원자번호 2인 헬륨은 전자가 2개로 K 껍질을 이루고 있으므로 다른 원소와 결합하지 않기 때문에 불활성기체로 불리는 것이다.

그런데 원자핵의 크기는 어떻게 알아내었느냐고?
러더포드는 방사성 원소에서 나오는 알파선을 원자에 쏘는 산란시험(散亂試驗)을 통하여 원자내부의 양전하와 질량이 모두 작은 원자핵에 들어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산란시험은 미시세계를 탐구하는데 주로 이용되는 방법으로 전자나 뮤온 같은 렙톤 입자를 쏘아서 표적의 구조를 알아내는 시험이다.

비유를 들자면 짚더미 속에 도끼 같은 금속덩어리가 들어있다고 하자. 손을 집어넣어 짚더미를 헤치고 찾아내지 않고 찾아내는 방법이 무엇일까? 그 한 가지 방법은 짚더미에다 무수한 탄환을 발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짚더미를 통과한 탄환의 위치를 모조리 측정하면 짚더미 속의 도끼의 위치와 모양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3) 자꾸만 발견되는 소립자들

아무튼 전자(電子)는 워낙 작으니까 제쳐두고, 원자핵을 이루는 양자와 중성자를 쪼개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양자와 중성자를 결합하고 있는 힘보다 큰 에너지로 충돌실험을 하면 된다. 러더포드는 알파선 방사선을 이용하여 실험을 하였다.
당시에는 아직 입자가속기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양자와 중성자를 쪼개지 않고도 많은 새로운 소립자들이 발견되었다. 그것은 우주로부터 지구로 날아드는 우주선(宇宙線)이었다. 우주선(宇宙線)이란 우주공간을 날아다니는 작은 입자들이다. 대부분 양성자들인데 매우 큰 운동에너지를 갖고 있다. 이 우주선들이 대기권의 공기분자와 충돌하면서 새로운 입자들을 만들어내고 방사선을 발생시키며 일부는 지상에까지 떨어진다.

이러한 우주선들은 태초의 빅뱅으로 인하여 생겼든지 초신성(퀘이사)의 폭발로 생겼든지 지금도 무수히 우주공간을 날아다니고 있다. 만일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달리는 우주선(宇宙船)을 만들어 우주여행을 한다면 우주공간에 흩어진 수소원자 뿐 아니라 이러한 우주선(宇宙線) 소립자들도 우주선(宇宙船)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과학자들은 차곡차곡 쌓은 여러 겹의 사진건판을 기구에 실어 대기권 상층부로 날려 올려 보내고 소립자들이 사진건판을 통과하면서 남긴 흔적들을 분석하여 입자들을 검출하였다.
이렇게 하여 1937년에 뮤온이 발견되었고 또 여러 가지 많은 종류의 소립자들이 발견되었다.  

1945년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일본의 물리학자 히데키 유가와는 원자핵을 이루는 양자와 중성자들이 무슨 힘으로 뭉쳐져 있는가 하는 문제를 연구하고 그 작은 양자와 중성자들이 중력과 인력으로 결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기력 같은 힘, 즉 핵력으로 결합되어 있고 그 핵력을 매개하는 어떠한 매개입자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 실제로 우주선(宇宙線)실험에서 파이메존이라는 매개입자가 발견되었다. 히데키 유가와는 이 공로로 1949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게 된다.
이렇게 우주선 실험을 통하여 수많은 소립자들이 발견되었을 뿐 아니라 1960년대에 개발된 입자가속기로 더 많은 소립자들이 발견된다.

소립자는 크게 둘로 나뉜다.
그 하나는 양자, 중성자, 전자와 같이 물질을 구성하는 소립자들이다. 페르미의 이름을 따서 ‘페르미온’이라고 부른다.
다른 하나는 핵을 이루는 결합력 같은 힘의 매개입자들이다. 인도의 물리학자 보제의 이름을 따 ‘보존’이러고 부른다.
우주선실험으로 발견된 파이메존이 바로 대표적인 힘의 매개입자인 ‘보존’이었던 것이다.

소립자들을 질량의 크기에 따라 분류하기도 한다.
가장 가벼운 입자를 렙톤(그리스어로 가볍다는 뜻)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으로 전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전자(電子)보다 더 가벼운, 물리학적으로 질량이 제로(0)인 뉴트리노 입자도 있다. 뉴트리노는 원자핵이 베타붕괴를 할 때 나온다. 태양으로부터 나오는 수많은 뉴트리노는 지금도 거침없이 지구를 관통하여 지나가고 있다.

중간 크기의 질량을 갖는 소립자들은 ‘메존’이라고 부른다.
가장 무거운 소립자들은 ‘바리온’이라고 부른다.
바리온에는 양성자, 중성자들과 람다, 시그마, 카이, 오메가 같은 것들이 있다.


<정리>
* 원자번호: 1부터 118까지
* 전자의 층: K, L, M, N, O, P
* 소립자 분류
1) 역할분담으로 분류
  물질을 이루는 소립자: 페르미온,
  매개소립자: 보존
2) 질량의 크기로 분류
  가벼운 것: 렙톤,
  중간 것: 메존,
  무거운 것: 바리온 (양자, 중성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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