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동성 결혼 지지 선언이 미국 사회에서 동성애 담론에 불을 지폈다. 이 선언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동성 결혼을 지지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됐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밝힌 오바마의 동성 결혼 인정 발언이 몰몬교 신자인 공화당 롬니 후보를 맘편히 지지할 수 없었던 보수 기독교계의 결집을 불러 일으키게 될지 관심을 모은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동성 결혼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미 대선 정국에 핵폭풍을 일으키고 있다.(사진출처:백악관)

진보 지지 끌어내려는 정치적 승부수, 기독교계에 영향은?

오바마는 지난 2008년 대선 후보 당시 동성 결혼에 반대하지만 동성 커플에게 동등한 권리를 주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동성 결혼 지지 발언은 동성 결혼에 반대했던 그의 입장이 전격적으로 바뀐 것을 의미한다.

이를 두고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도박 혹은 역풍의 위험을 무릅쓴 소신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진보적 지지층의 눈길을 다시 끌기 위한 정치적 승부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입장이 오바마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무성하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보수 기독교계의 결집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오바마가 동성 결혼 지지를 선언하기 불과 한 시간 전,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동성 결혼을 반대하는 대규모 서명운동이 벌어졌다. 이 시위에는 빌리 그래함 목사가 적극 참여했다. 보수 기독교인들이 동성 결혼 반대로 결집할 수도 있다.

전통적으로 ‘동성애와 낙태 반대’를 지지해 온 공화당은 선거철마다 보수 기독교인들의 덕을 톡톡히 봤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몰몬교 후보인 롬니가 후보로 선출됨에 따라 기독교인들의 지지를 예상하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몰몬교는 기독교 보수주의 진영으로부터 이단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이 지지를 얻어온 공화당 후보로서 롬니가 대선 득표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컸다. CNN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의 17%가 “몰몬교 후보에게 절대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의 동성 결혼 지지 발언이 보수 기독교인이 롬니를 지지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하지 않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보수 기독교계 영향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하지만 미국 사회 전반적으로 동성 결혼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어 보수 기독교인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4월 종교 전문 설문조사 기관인 <퓨포럼(the Pew Forum on Religion & Public Life)>에 따르면 동성 결혼에 대한 부정적 견해는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4년에는 동성 결혼을 반대한다는 의견(60%)이 찬성한다는 의견(31%)을 두 배 가까이 앞섰다. 하지만 올해 2012년에는 동성 결혼에 찬성하는 비율(47%)이 반대한다는 의견을(43%) 앞섰다. 8년 반에 상황이 뒤집히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미국 보수 복음주의의 상징인 빌리 그래함 목사가 동성 결혼 반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이런 미국 전반의 사회적 인식은 오바마의 이번 선언이 대선 행보에 장애로 작용하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을 뒷받침 하고 있다. 보수 기독교가 가진 막강한 네트워크와 미디어의 영향력도 이런 변화를 거스르기 힘들 만큼 변화의 폭이 빠르고 거세다는 분석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후원자이자, 진보적 복음주의자로 알려진 <소저너스> 대표 짐 월리스 목사는 과거 보수 기독교의 표를 이끌어 낸 공화당의 동성애나 낙태 등의 이슈에 대해 “자극적인 이슈로 표를 쓸어가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동성 결혼 지지 발언이 향후 미국 대선 정국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특히 보수 기독교인의 딜레마인 몰몬교 후보 롬니 지지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동희 ⓒ뉴스미션
출처: USA 아멘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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