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추억
                                        김성훈
       
      우리 집 부엌이
      현정이네 베란다 쪽으로 나 있었다.
      온 동네
      중고등학생들의 시험 때면
       
      창가에 불을 켜놓고
      책상에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이 부엌에서 보였다.
       
      여자들은 머리칼이 귀를 덮으니까
      핀을 하던가 끊임없이 쓸어 올려야 했다.
       
      물을 마시러
      부엌에 가보면,
      아버지가 망원경으로 부엌 창가에서
      그녀를 내려다보시는 것이었다.
       
      중학생이면
      벌써 여자 모습이 보인다.
      그때 아버지가 망원경을 건네주시면서,
      "쟤가 우리 집 며느리 감이란 말이지" 하셨다.
      그러면서, 벌써 우리는
      아들과 손자들을 손가락으로 꼽곤 했었다.
       
      그때, 라디오에선 이 음악이 흘러 나왔었다.
      "You light up my life."
       
      내가 아내의 자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했던 건,
      그녀랑 너무 똑같았었기 때문이지
       
      죽을 때, 내 눈앞에 스칠 모습은
      여름 날, 그녀와 동네에서
      자전거 같이 타던 장면들
      
      난, 주인공.
      중학생....
      세상에 실습을 나가기 전..
       
      잠시 후, manuals을 적어
      타임머신 편으로 보내줄 xp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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