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질병을 만나면

어제 오늘 부슬거리며 여름을 제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다. 내가 지금 머물고 있는 안산의 한 던킨집에서 밖을 보니 그렇게 추적거리며 내리던 비는 그치고, 약간 시원한 바람이 살갛을 간지럽힌다.
오늘 안산사역을 하기 전에 저녁식사로 커피 한 잔과 빵 한 조각으로 대신하면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특히, 나의 눈에 들어오는 기사는 서울의 모교회 담임목사에 대한 기사로서 아들 결혼식 광고는 숨기고, 본인의 전립선암에 대해서는 교인들에게 광고를 했다는 기사로서 독자들에게 어필하였다.

기자는 아마도 그 교회와 어떤 친분관계가 있음이 분명하였다. 필자가 여기서 의도하는 것은 그 기사의 옳고 그름에 대한 평가보다는 목회를 하면서 목회자가 질병에 걸렸을 때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이다. 이는 필자의 부친이 현재 병원에서 가료 중에 있기에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사람이 살다보면, 육신의 연약함으로 질병에 걸릴 수 있다. 어떤 이는 질병은 죄의 결과라고 극단적으로 치부해 버리는 이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또한, 어떤 이는 치병을 받으려면 병을 장악하고 있는 마귀를 축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는 균형 잡힌 사고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나의 아버지는 지금 뇌경색증으로 약 10일 정도 입원 중에 계시며, 지금은 호전되어 일반병실로 옮긴 상태다. 부친이 뇌경색을 일으킨 이유는 삶 가운데 어떤 충격을 받은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하나의 예측이지 정확치는 않다. 아마도 뇌혈관이 노쇠하여 그런 결과를 낳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일 주일 정도 더 가료하면 퇴원치 않을까 싶다.

그런데 목회자의 경우, 목회에 대한 스트레스, 특히 교인들과의 관계로 인한 상처, 부담감, 갈등 등으로 인해 여러 가지 질병에 걸릴 수 있다. 필자는 아직 심각한 질병으로 목회를 그만 둘 상태까지 간 적은 없다. 물론 자신할 순 없지만 건강을 주신 나의 주님께 감사를 드린다.

하지만, 목회자들 가운데는 지금도 각종 암, 혈압, 당뇨, 심장병, 협심증 등으로 고통하며 목회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목회자의 나이 50세가 넘으면서 성인병을 체크해야 하며, 예방하는 식사, 운동 등을 해야 한다고 의사가 조언을 한다. 하지만 한국교회와 같이 분주한 목회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 있어서 목회자가 여유있게 목회하는 것은 그리 간단치는 않은 것이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목회하려면 다음 몇 가지를 마음에 두고 목회에 임해야 할지 않을까 싶다.

첫째, 건강은 하나님께 맡기는 믿음이 필요하다. 만일 목회자가 건강 때문에 불안하게 생각한다면, 어찌 당당하게 목회할 수 있을까. 나는 미국 인디언 선교사 데이빗 브레이너드를 생각하면서 그의 믿음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는 사역하면서 당시 불치병에 감염되어 각혈을 하면서도 끝까지 복음사역을 감당한 위대한 믿음의 거장, 사역자였다. 그를 통해 배우는 바가 크다. 필자는 가끔 신실한 종들이 고통스런 병중에서도 끝까지 사역을 감당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

둘째, 사람이 할 수 있는 대로 자신의 건강을 잘 유지해야 한다. 18세기 영국 부흥의 두 거장이 존 웨슬리와 조지 휫필드인데, 웨슬리는 80세를 훨씬 넘게 장수했지만, 휫필드는 50세 중반에 세상을 떠났다. 웨슬리는 자신의 몸 관리를 지혜롭게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부르시면 감사함으로 천국에 입성하는 것이리라. 역사를 공부하면 역사적 인물의 생몰년도에 관심을 갖는데, 장수하는 이들의 특징은 관리를 잘 한다는 것이다.

셋째, 목회활동을 하면서 어떤 질병에 걸리면, 일단 충분히 쉬어야 한다. 과거에는 불치병이라 할 수 있는 암도 이제는 조기 발견만 하면 거의 완치 가능하다. 그런데 목회자들 가운데는 염려증 때문에 쉬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것을 보면 마음이 아리다. 한국교회의 존경받았던 주남선 목사님은 “목회자가 쉬어야 할 때는 쉬어야 한다”라면서 자신의 병상에서 그렇지 못함에 대해 크게 후회 하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목회자는 무쇠덩어리가 아니다. 쉬어야 할 때가 되면 먼저 몸이 신호를 보낸다. 그때는 무조건 쉬어야 한다. 교회는 주님에게 맡기고 일단 방전된 육체를 회복해야 하며, 질병을 치유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어야 할 때에 쉬지 못하는 목회상황도 있을 것이다. 이는 특별한 상황이기에 주님의 지혜가 필요하다 하겠다. 필자가 주장하는 바는 쉬어야 할 때는 반드시 쉬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교회를 위하는 일이요, 더 충성할 수 있는 첩경이 아닌지, 그런 의미에서 그 목회자가 자신의 암을 교인들에게 알린 것은 참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13 5 29(수) 도현/조경현 목사
* 물론 쉼의 전제는 주님과의 교통, 기도의 시간입니다.
출처: USA 아멘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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