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과 성경

요즘 소위 성령으로 충만하다는 이들이 성령이 자유롭게 말하심을 따라 예언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직통계시를 받은 것처럼 하나님이 말씀하셨다는 말을 거침없이 사용한다. 성경적으로 전혀 입증될 수 없는 온갖 허튼 소리들이 주님의 말씀이라는 명분으로 범람하여 교회를 혼란케 한다.

그러나 성령의 주된 사역은 진리를 새롭게 계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계시된 진리를 생각나게 하고 깨닫게 하는 것이다. 즉 성령의 일차적인 사역은 예언(predict)이 아니라 회상(recollect)이다. 요한복음은 특별히 그 점을 강조한다. “보혜사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 그가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리라”(14:26). 주님이 내가 말한 모든 것을 성령이 생각나게 하리라고 하셨다. 이 모든 것에는 주님이 말씀하신 앞으로 일어날 일, 요한이 자주 언급한 주님이 영광을 받으시는 일, 즉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 승천까지 포함된다.

또한 예수님과 그 사역에 관해 인용된 구약의 말씀도 내포될 것이다. 그래서 요한은 이렇게 증언한다. “이는 기록된 바 시온 딸아 두려워하지 말라 보라 너의 왕이 나귀 새끼를 타고 오신다 함과 같더라. 제자들은 처음에 이 일을 깨닫지 못하였다가 예수께서 영광을 얻으신 후에야 이것이 예수께 대하여 기록된 것임과 사람들이 예수께 이같이 한 것임이 생각났더라.”(요12:15-16). 결국 진리의 영이신 보혜사 성령은 구약 말씀의 배경과 맥락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을 깨달게 하신다.

이런 요한의 성령이해는 사도행전에 나타나는 누가의 관점과도 맥을 같이 한다. 사도행전에서는 보혜사 성령에 대한 요한의 기록이 제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성취됨을 볼 수 있다. 주님의 말씀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던 제자들이 오순절에 임한 성령으로 충만하자 주님의 말씀을 올바르게 깨달고 선포하게 된 것이다. 베드로가 성령으로 충만하여 전한 첫 번째 메시지는 구약의 맥락에서 예수 그리스도 사건의 의미를 풀어낸 탁월한 성경해석의 정수였다. 그에게 성령 충만의 우선적인 결과는 성령의 영감에 의한 성경해석과 선포였다. 청중들에게 나타난 성령 충만의 임팩트는 많은 사람이 마음에 찔림을 받고 회개하고 믿는 역사가 일어난 것이다. 이것이 성령의 영감에 의한 성경해석과 성령의 능력에 이끌리는 설교의 전형이다.

따라서 성령은 공백 속에서 역사하지 않는다. 성령 충만은 베드로가 전혀 알지 못하는 말씀을 계시해준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말씀, 특별히 주님으로부터 듣고 배운 말씀들이 생각나게 하고 깨달게 하셨다. 그 말씀들이 구약 언약의 맥락에서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성취되는 관점을 따라 체계적으로 조합되고 논리적으로 전개되는 복음 선포를 가능케 하였다. 베드로의 증언과 설교는 모세와 선지서, 그리고 시편 말씀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가 바로 유대인들이 십자가에 못 박은 메시아이며 부활하신 주가 되신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입증한 영감어린 성경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성령으로 충만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의 말씀이 우리 안에 풍성히 거해야 한다. 말씀이 성령이 일하시는 자료이며 방편이다. 말씀이 우리 안에 풍성히 거할수록 성령이 우리 안에서 더 충만하게 자유롭게 역사하신다.

 

출처: 개혁주의마을/Grace

가져온 곳: 생명나무 쉼터/한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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