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태양계를 떠나 우주 속으로

2011년 올해, 지구를 떠난 지 34년이 지난 지금 보이저 1호는 지구로부터 약 175억 km를 날아가 태양에서 분출된 입자들로 이루어진 태양풍 영향권의 가장자리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4년 정도 지나면 보이저 1호는 헬리오스히스 구간을 벗어나 성간공간으로 들어가면서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날 것이다.
그리고 2020년경이 되면 열 몇 시간씩 걸려 희미하게나마 전할 수 있던 전파통신도 완전히 두절되고 보이저 1호의 수명은 다 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태양풍의 영향권, 헬리오스히스 구간을 벗어나 보이저 우주선이 계속 날아갈 성간공간(星間空間), 그곳은 광활한 암흑의 공간이다. 부드러운 태양풍이 감싸고 있는 태양계가 아닌 은하계 중심으로부터 날아오는 무시무시한 살인광선과 미지의 에너지 입자들이 날아다니는 차가운 공간이다.

태양계를 곧 벗어날 보이저 1호와 2호는 우리말을 포함하여 세계 55개 언어의 인사말, 지구의 위치를 보여주는 그림, 지구의 소리를 담은 지름 30cm의 황금 레코드를 싣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우주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언제 보이저 1호와 2호는 다른 별에 도착할 수 있을까?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인 켄타우루스자리의 프록시마별까지 간다 해도 4.3 광년거리, 초속 18km의 속도로는 7만년이 걸린다.
그러나 지금 보이저 우주선들이 프록시마별을 겨냥한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별을 만날 때까지는 적어도 10 만년 이상 아무것도 없는 우주공간을 날아가게 될 것이다.
 
더 빠른 우주선은 없을까?
있기는 하다.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빠른 우주선은 1972년에 발사된 파이어니어 10호로 초속 40km의 속도로 우주공간을 날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 속도 역시 광속의 7,50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이 속도로 달린다 해도 켄타우루스자리의 프록시마별까지 3만년이 넘게 걸리고 은하계를 가로 지른다면(가로 지를 수도 없지만) 7억 5천만 년이 걸릴 것이다,  

보이저 우주선이 10만년, 20만년이 걸리는 거리를 빛의 속도로 날아간다면 5~6년이면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 빛의 속도로 우주여행을 하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빛의 속도는 아니더라도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는 얻을 수 없을까?
그것은 불가능하다.

입자가속기에서 전자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하면 질량이 무려 5,000 배로 늘어난다고 한다.
우주인의 체중이 70 킬로그램이라면 그 속도에서 350톤으로 늘어난다는 이야기가 되고 우주선의 질량 역시 5,000 배로 늘어나게 될 것이므로 로켓으로 그만한 추진력을 얻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만일 수소핵융합반응(수소폭탄)로켓을 개발한다든가 반물질을 이용한 에너지를 개발하는 등 획기적인 기술개발을 하지 않는 한 인간이 만든 유인우주선이 태양계를 벗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인 것이다.
또한 인간의 몸의 질량이 수 천 배 늘어나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우리는 알 수조차 없다.
또한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우주선이 광속으로 달린다면 우주공간의 작은 티끌이나 부유하는 수소입자의 충돌만으로도 우주선은 조각이 나버릴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빛의 속도로 날아간다 해도 가장 가까운 프록시마 별까지만 4.3년, 은하계 중심까지는 3만년이 걸려야 도달할 수 있다.
가장 가까운 다른 은하(갤럭시)인 안드로메다성운까지 간다 해도 250만년이 걸린다.
빛의 속도도 달린다 해도 광활한 우주공간에서는 한없이 느린 속도일 뿐이다.
우주공간은 빛의 속도로 달린다 해도 100억년, 200억년이 소요되는 아득한 끝없는 공간이다.

다시 보이저 우주선으로 돌아와서....
보이저 1호, 보이저 2호가 10만년, 20만년을 날아서 어디엔가 닿는다면 그 별은 어디일까?
10만년, 20만년을 달렸어도 그것은 다만 은하계의 수천억 개의 별 가운데 가장 가까운 두 별 사이, 태양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이웃별까지를 운항했을 뿐일 것이다.
그리고 보이저 1호나 보이저 2호는 누군가가 붙잡아서 안전하게 착륙시키지 않는 이상 제 힘으로는 착륙할 수가 없다. 따라서 어느 별이 도달한다는 것은 그 별에 충돌하여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다는 뜻이 된다.
10만년, 20만년을 달려 갔는데도 맞아주는 이 없이, 55개 언어로 '안녕하세요?' 인삿말이 녹음된 디스크를 실은 채 별에 부딪혀 처참하게 박살이 나야 한다는 것은 슬프지만 보이저 1호, 보이저 2호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이다.

만일 보이저 1호, 2호 우주선이 요리조리 몸을 돌려 충돌을 피하고 은하계를 가로질러간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태양계가 속한 은하계의 지름은 십만 광년, 두께는 2만5천 광년이다.

우리의 태양계가 있는 곳은 은하계 중심으로부터 3만 광년이나 떨어진 외곽지역이다.
보이저 1호가 초속 18km, 음속의 50배 속도로 날아간다 해도 우리 은하계의 중심부까지 가려면 어림잡아 약 5억년은 걸릴 것이다.
은하계 중심부를 무사히 통과하여 은하계를 가로 질러 반대편 끝까지 날아가는 데는 다시 10억년 가량이 더 소요될 것이다.

보이저 1호가 거기에까지 갈 수 있을까?
어림도 없다. 가는 도중에 어느 별엔가 붙잡혀 추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은하계는 엄청난 수의 별들의 덩어리이다.
태양과 같은 항성만 2,000 억 개나 된다.
지구에서 은하계를 찍은 사진을 보면 마치 모래를 뿌려놓은 듯, 안개구름 같은 별들이 시야를 꽉 채우고 있다. 관성으로 날아가는 조그만 보이저 1호가 그 수많은 별들을 요리조리 피하여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보이저 우주선이 안드로메다 성운을 향하여 항진한다면 안드로메다 성운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우리가 속한 은하계와 매우 비슷하다고 알려진 안드로메다 은하는 우리 은하계로부터 약 250만 광년 거리에 있다. 따라서 보이저 1호의 속도로 거기에 도달하려면 약 420억년을 달려야 한다는 계산이 된다.

그런데 보이저 1호가 안드로메다 성운을 향하여 날아간다면 그보다 훨씬 일찍 도착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은하계와 안드로메다 은하계가 한 시간에 50만 킬로미터, 초속 약 140 킬로미터라는 맹렬한 속도로 접근중이기 때문이다.
보이저 1호의 속도 보다 열 배나 빨리 안드로메다 성운이 은하계를 향하여 돌진해 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약 45억 년 뒤면 우리 은하계와 안드로메다 은하계는 충돌하게 된다고 한다.

안드로메다 은하계를 지나 수백억 년을 더 날아가면 수 십 개의 거대한 은하들이 몰려있는 공간지역이 있다.
그리고 그 은하들을 지나면 다시 아득한 공간, 수 천, 수 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은하들이 끝없이 나타나 펼쳐진다.
1,000 억 개가 넘는다는 은하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끝없는 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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