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색즉시공공즉시색

“색즉시공공즉시색(色卽示空空卽示色)”,
“보이는 것이 없는 것이고, 안 보이는 것이 있는 것이다......? 있는 것이 없는 것이고 없는 것이 있는 것이다......? 있지만 없고 없지만 있다......?”
뭐라고 해석해야 할까?
이 애매모호한 말은 인간사 욕망의 허무함을 깨우치는 반야심경에 나오는 불교용어이다.
반야심경이 진리를 말한다는 것이 아니라 사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있는 세계, 이 물질세계는 허(虛)요 공(空)이다.

태양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1초에 5억 톤이나 되는 수소가 핵융합반응을 일으키면서 막대한 빛과 에너지를 쏟아내고 헬륨으로 변한다. 지구가 받는 에너지는 2조분의 1밖에 되지 않지만 그 2조분의 1만으로도 지구의 적도지방은 열기로 이글거린다.

태양에서 수소핵융합반응이 일어나는 순간 막대한 양의 중성미자가 안개비처럼 쏟아져 나온다. 이 중성미자들은 아무런 장애를 받지 않고 태양으로부터 달려 나와 모든 물체를 거침없이 통과해버린다. 마치 빛이 투명한 물체를 지나가는 것처럼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중성미자의 안개비는 우리의 몸도, 집도, 철판도, 바위도, 지구도 그냥 관통해서 지나가버린다.

미국 유타주에는 암염으로 생성된 지하동굴들이 많다.
지하 수천 미터의 동굴은 외부의 간섭이 없는 완벽한 암흑의 실험실이 된다. 그런데 이 지하동굴에 물탱크들이 설치되고 중성미자의 흔적을 검출하는 장치들이 있다. 바로 태양에서부터 날아와 지구를 통과하는 중성미자를 검출하는 것이다.
이 중성미자의 세기로 태양활동을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한국에도 비슷한 실험장치가 생겼다.
필자가 일했던 영광원자력발전소 앞산인 금정산기슭 지하에 중성미자 탐측시설을 만들었단다.
그런데 태양에서 나오는 중성미자를 탐측하는 게 아니고 영광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에서 핵분열로 나오는 중성미자를 탐측하기 위한 거란다. 무슨 물리학 기초연구라는데.......

아무튼 중성미자가 모든 물체를 거침없이 통과할 수 있는 것은 물체가 허공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모든 물질의 기초는 원자이다.
원자 하나의 크기는 10억분의 1에서 100억 분의 1 미터 정도에 불과하다.
1m(미터)를 1,000등분하면 1 밀리미터가 된다.
1mm를 1,000등분하면 1 마이크로미터가 된다.
1 마이크로미터를 다시 1,000등분하면 1 나노미터가 되는데, 원자 한 개의 크기는 원자에 따라 다르지만 0.1 나노미터, 0.2 나노미터 정도로 작다.  

여담이지만 필자는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국비장학금 1만원 받고 실업계 고등학교 기계기술전공반에 들어갔다. 산업역군 공돌이 양성반이었던 셈이다. 1년에 1만원이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공납금은 되는 돈이었다. 우리는 줄질, 대패질, 함석가공, 용접, 주물을 배우고 선반, 밀링을 다루는 법을 배웠다. 하루는 우리는 100분의 1 밀리미터 단위를 측정하는 마이크로미터를 가지고 급우들의 머리카락을 측정했다. 머릿결이 좀 고운 녀석의 머리카락 지름은 100분의 1.5 밀리미터 이하, 보통은 100분의 2 밀리미터 이하였는데, 유난히 머리가 억센 녀석의 머리카락의 지름은 100분의 2.5 밀리미터에 달했다. (이거 대장쟁이 과거 들통 다 나네.)
머리카락 굵기가 100분의 2 밀리미터라면 20 마이크로미터라는 뜻이 된다.

그런데 원자 한 개의 크기를 0.1 나노미터에서 0.2 나노미터(실은 더 작은 것도 있고 더 큰 것도 있다)로 본다면 우리가 재었던 머리카락 지름의 10만 분의 1 크기라는 이야기가 된다.
원자 10만 개를 일열로 늘어세워 놓아야 머리카락 한 개의 굵기가 된다면 원자 한 개의 크기가 얼마나 작은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럼, 그 원자는 어떻게 생겼는가?
중심에 원자핵이 있고 그 둘레를 전자들이 돌고 있는 형태이다.
가운데 있는 원자핵은 양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고, 양자와 중성자는 쿼크와 뉴트리노, 중성미자 같은 미립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0.1 내지 0.2 나노미터 크기의 작은 원자를 크게 확대시켜놓고 본다면, 만일 원자 한 개를 지구만 하다고 가정한다면, 주먹만 한 원자핵이 한 가운데 들어 있고 그 원자핵을 중심으로 지구둘레만큼 까마득히 먼 궤도를 좁쌀이나 깨알만 한 작은 전자들이 광속의 속도로 뱅글뱅글 돌고 있는 모양이 된다.

중학교 시절, 학교에서 물상(物象) 시간에 원자가 양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이 가운데 있고 전자가 그 주위를 도는, 마치 태양 주위를 지구 같은 혹성들이 도는 것처럼 생겼다는 것을 배운 다음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전자가 혹시 아주 작은 지구가 아닐까? 그 전자 위에 인간들이 살고.......?
거기에서는 수억, 수천억 분의 1초의 시간이 몇 백 년, 몇 천 년이 되고......?

어쨌든 원자는 그렇게 작고 그,렇게 생긴 셈이다.
원자핵을 돌고 있는 전자는 이론적으로 크기조차 없지만 그 전자가 광속으로 원자주위를 돌면서 만들어내는 이른 바 “전자껍질” 혹은 “전자구름”이 원자의 표면을 이루고 이것이 원자의 크기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실상 모든 물체란 작은 원자핵을 크기도 없는 작은 전자들이 뱅글뱅글 돌면서 만드는 전자껍질이 이루는 거품에 불과한 것이다.
결국 모든 물질은 광속으로 돌고 있는 전자들의 궤적(軌跡)인 셈이다.

만일 이 돌고 있는 전자를 없애버린다면 원자핵만 남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크기가 무지하게 작아져 버리는 것이다. 마치 물거품이 '퐁' 없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의 모든 물질의 전자궤도를 없애버리고 원자핵만 남긴다면 지구도 주먹만 해 진다는 이야기이다.  
지구가 주먹만 해진다면 우리의 작은 몸뚱이야 간 곳조차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보는 만물이 사실은 거품이란 말이다.
그러니 색즉시공이요 공즉시색이 아니고 무엇인가.

태양은 앞으로도 수 십 억년은 더 활동할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수소가 소진되고 헬륨가스덩어리가 되면서 태양은 거대한 붉은 별, 적색거성이 될 것이다.
그 크기는 상상할 수 없이 늘어나 그 때는 지구도 태양 속에 들어가 삼키워져 버릴 것이다.

그 다음 태양은 다시 점점 식으면서 백색거성을 거쳐 백색왜성이 될 것이다.
드디어 태양의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면 태양은 점점 작아지고 마침내는 엄청난 중력으로 짓눌린 모든 원자들이 전자를 잃어버리고 원자핵만 남게 되는데 이 상태가 되면 태양의 지름은 겨우 수 킬로미터 정도가 될 것이고 그 속에 들어간 지구는 조그만 공처럼 압축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무거운 중성자들이 양성자들을 밀어내고 태양은 중성자별이 될 것이다.

“돈쯔쯔, 돈쯔쯔........”
지금부터 44년 전 1967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대학원생으로 천문학교수를 돕던 여학생 조슬린 벨 버넬은 우주로부터 1.34초 간격으로 규칙적으로 날아오는 전파를 수신하였다.
조슬린과 교수들은 처음에 이를 외계 문명체로부터 날아오는 진파신호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주과학자들은 우리도 응답을 해야 한다면서 우주공간을 향하여 몰쓰 부호로 된 문장을 전파로 날려 보냈다.
그리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파이어니어 우주선을 날려 보낼 때는 우주선 겉에다 인간, 남녀의 나신을 그려 넣었고, 보이저 우주선을 날려 보낼 때는 그 안에다 광디스크에 온갖 소리와 정보를 담아 실어 보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2010년, 천재과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기겁을 했다. “우리가 큰 실수를 했다. 외계인에게 지구를 침략해 달라고 광고를 한 셈이다. 그렇게 되면 인류는 멸망당한다.”
그러나 우주공간에 누가 있어 파이어니어와 보이저 우주선들을 발견하고 회수하여 거기에 실린 디스크를 열어볼 것인가?
그리고 지구를 차지하려고 침략해 올 것인가?

그러나 조슬린 벨 버넬이 전파를 발견한 다음 얼마 뒤 또 다른 곳에서 날아오는 1.25초 간격의 전파를 발견하고서 이어서 여러 중성자별의 신호들을 발견하고서야 이것이 고속으로 회전하는 별이 내뿜는 전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펄서(Pulsar)라 불리는 중성자별의 신호이다.

펄서......, 엄청난 중력으로 극도로 압축된 공간에서 중성자들이 양자들을 쥐어짜 강력한 전파 펄서로 내뿜는 별, 이것이 바로 중성자별이다.
자전하는 별들은 부피가 수축하면서 회전속도가 마치 피겨스케이팅선수가 도는 것처럼 점점 빨라지게 된다.
중성자별은 회전수가 빨라지면서 엄청난 압력으로 원자핵들이 짓눌릴 때 전자들이 자기장 방향으로 전파를 내뿜게 되고 그 방향이 지구를 향할 때마다 깜빡이는 등대처럼 전파를 보내오게 되는 것이다.
만일 태양이 중성자별이 된다면 그 지름은 10 km 정도가 될 것으로 추측된다.
이렇게 되면 각설탕만한 1 입방센티미터의 부피의 질량이 10억 톤이 넘게 된다.

만일 태양이 더욱 크다면 중성자별은 계속 압축되어 부피가 제로(Zero, 零)가 되면 드디어는 블랙홀이 될 것이다.
최근에 알려진 바로는 태양과 비슷하거나 8배 정도로 무거운 별까지는 백색왜성이 되고, 태양의 8~20배로 무거운 별은 중성자별이 되고, 20배 이상 되는 별은 블랙홀이 된다고 한다.
안 됐지만 태양은 그 수명을 마친 후에 블랙홀은커녕 중성자별도 못 될 거라는 이야기다.

블랙홀은 엄청난 중력으로 주변의 모든 물체를 빨아들여 삼켜버린다.
그런데 어떤 블랙홀은 거대한 입자빔 제트를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우주공간으로 뿜어내기도 한다.
그것은 블랙홀이 엄청난 힘으로 물체를 쥐어짤 때 터져 나오는 것으로 은하계 길이의 3배 가까운 36만 광년 길이의 무시무시한 제트가 발견되기도 했다.

우리 은하계 중심에는 거대한 블랙홀이 존재하는 것으로 믿어진다.
그러나 블랙홀은 너무나도 부피가 작은데다 빛마저 빨아들이기 때문에 쉽게 관측되지 않는다.
더구나 은하계 중심에는 워낙 많은 별들이 몰려있어 지구에서 은하계 중심부를 자세히 살필 길이 없다. 자신이 속한 자신의 집을 가장 알기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다만 다른 은하들을 관측하고 우리 은하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아무튼 은하계뿐 아니라 성운, 성단의 가운데에는 거의 예외 없이 블랙홀이 존재하는 것으로 믿어진다.

어떤 블랙홀은 우리 태양의 수백만 배의 질량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어떤 성운의 블랙홀은 태양의 수십억 배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질량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 주변의 모든 별들은 블랙홀을 중심으로 거대한 소용돌이를 이루며 회전한다.

블랙홀에서는 물체의 부피가 존재하지 않는다.
거기에서는 전자도 없고 원자도 없고 원자핵, 양성자와 중성자, 쿼크와 뉴트리노도 없다.
모든 물체가 사라져서 부피가 없는 상태로 존재한다.

모든 별들이 활동을 마치면 조용히 줄어들어 백색왜성이 되고 중성자별이 되고 블랙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초신성, 퀘이사라고 불리는 화려한 우주 쇼를 펼치기도 한다.

초신성은 태양의 수 십 배 이상의 질량을 가지는 별이 1000만 년 정도의 짧은 삶을 마친 후 물질의 붕괴로 인한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는 것이다.
밝기가 수천억 개의 별이 모여 있는 은하보다 더 밝아서 옛날 사람들은 새 별이 나타났다며 초신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일부 천문학자들은 예수 탄생 때 나타났다고 하는 베들레헴의 별도 초신성으로 해석한다.
폭발을 마치면 블랙홀이나 중성자별로 삶을 마감한다.  

지금까지 발견된 초신성들은 4,000 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 중 어떤 것들은 비교적 먼 거리, 백 수십억 광년 거리의 초신성들은 은하계 수 백 개만큼의 빛을 발하기도 한다.
초신성은 그 폭발을 통하여 새로운 원소들을 만들어내어 우주공간에 성간물질로 뿌리기도 한다.
 

빅뱅이란 무엇일까?
태초에는 단 한 개의 블랙홀이 있었다.
우주만유를 다 품어 안은 거대한 한 개의 블랙홀 말이다.
이 블랙홀이 폭발하여 우주만유가, 모든 별들이, 모든 물질이 탄생하였다는 것이다.
이것이 빅뱅이 아닌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
어떻게 단 한 번의 폭발로 그 수많은 별들이 생겨나고, 1,000 억 개의 은하계가 생겨나고, 모든 물질들, 양자, 중성자, 미립자, 전자, 뉴트리노, 쿼크, 힉스입자들이 생겨나고 그것들이 전자 안에서 질서정연하게 결합하고 분열하고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무엇이 전자들로 하여금 그 좁은 원자공간을 광속의 속도로 돌게 하였을까?
무엇이 양자와 중성자, 그리고 전자의 수들로 만물, 모든 원소들을 이루게 하였을까?
쿼크와 뉴트리노, 중성미자들이 이루는 원자핵은 또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단 말인가?

만물을 이룬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 재료가 무엇이란 말인가?
성경만이 대답한다. “말씀으로 이루었느니라.”고.
하나님이 명령하셨다고, “있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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