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가을 편지를 그대에게

 

 

가을이 오는 길목입니다. 멀리서 아주 멀리서 새끼 강아지 걸음처럼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바다 끝에서 연분홍 혀를 적시고 떨리듯 다가오는 미동 괜스레 가슴이 미어집니다.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내 마음 안달이 났습니다. 차마 전하지 못했던 사랑 가을보다 먼저 전하고 싶어서 내 마음 안달이 났습니다.

 

 

물살 같이 빠른 세월이라 사랑도 그렇게 흘러 갈까봐 미루고 미루어 전하지 못한 마음 어린 짐승 날숨같이 떨며 소리없이 그대를 부릅니다.

 

 

가을이 온 뒤에도 지금처럼 높은 산과 긴 강을 사이에 두고 멀리서 바라 봐야만 한다면 꽃망울 속 노란 꽃가루 같이 가득한 그리움을 어떻게 할까요. 

 
갓핀 꽃잎같이 곱고 성당의 종소리 같이 맑으며 보름달 같이 밝은 그대는 작은 새의 깃털같이 부드럽고 함박눈 같이 고요한 나라입니다.
아아, 가을이... 바다 끝에서 생겨난 가을이 새끼 고양이 눈망울 같이 내 마음을 바라봅니다. 어린 짐승 발소리처럼 가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을이 나뭇잎에 안기기 전에 나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나의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가을보다 먼저 전하고 싶습니다.
가을 밤 (여수) / 이연실

깊어가는 가을밤에 낮서른 타향에
외로운맘 그지없이 나홀로서러워
그리워라 나살던곳 사랑하는 부모형제
꿈길에도 방황하는 내정든 옛고향
명경같이 맑고푸른 가을하늘에
등불가에 젖는달빛 고즈넉이 내릴제
줄지어가는 기러기떼야 서리내린
저녁길에 어딜찾어 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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