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비가오는 날이면 그때의 일이 생각 이 난다,
 주차의 번거로움을 피하려 모처럼 지하철을 이용해 거래처로 향했다.
‘문현역’에서 내려 출구를 겨우 찾아 계단으로 오르니 웬 계단이 그리 높은지
 헥헥 거리며 올라오면서
 ‘정말 운동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구를 막 나오려는데 갑자기, 아주 급작스럽게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데 조금 과장하면 
 퍼붓는 것이었다. 나보다 조금 먼저 도착했을까 한 할머니 한 분이 큰 보따리를 움켜쥐고
난처하게 서 계셨다.

평소 준비성 많은 마누라가 억지로 챙겨 준 작은 우산을 펴면서 
“할머니, 어느 쪽으로 가시죠?” 했더니 “에고 난 괜찮은디”하면서 우산 속으로
쏙  들어오셨다.

비가 주춤하면 나갈까 하려는데 급히 나가시는 할머니 덕에 작은 우산을 할머니만
씌워준  채 홀딱 비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굵은 비였는지 잠깐 동안에 나는 물에 빠진 생쥐보다도 더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안되겠다 싶어 앞에 보이는 전화박스로 모신 후에 가시는곳을 물었더니 대꾸는 안하시고 
자꾸 주변만 둘러보신다.  

“할머니 전화번호 없으세요?”
그제야 할머니는 허리춤에 꼭꼭숨겨둔, 글씨가 닳아 지워지기 시작한 낡아서 꼬깃한
종이쪽지를 내밀었다.

“우리 아들 전화번호여 회사 댕기는데 회사 사장이 지 매형이여, 월급도 많이 준다 캐서 내려왔는데... ”
묻지도 않은 말까지 해가며 주시는 번호가 핸드폰이어서 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한참 만에 받은  전화 목소리는 힘이 없는 목소리였다.

 “할머니께서 지금 그곳을 못 찾으시는 것 같아 전화 드렸습니다.” “거기가 어딘데요?” 아주 간결하게 묻는 소리에 위치를 상세히 알려주었더니 “예”하고 바로 끊어버린다. ‘참 성격한번 그러네’ 생각을 하고 곧 오리라 믿으며

 “할머니 지방에서 오실 때는 미리 자제분께 전화를 하시고 오셔요. 그래야 마중도 나오고 걱정도 안하시지요. 이렇게 짐도 무거운데 어떻게 이걸 들고 오셨어요?”

 아마 아들과 딸네에 줄 거라고 있는것 없는것 바리바리 챙겼으리라 “뭐 가져올게 있어야지 내어 팔다 남은 나물 쬐께 쌌는데 좋아할랑가 모르겠네.” 할머니 혼자두기 뭣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한참이 지났는데 아들은 오지 않는다. 혹시 못 찾고 헤맬까 싶어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한참 가도 받지 않는다.

할머니가 불안해 하실까봐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다시 전화를 걸려는데 벨이 울렸다.  거래처였다. 
잠시 통화를 한 후, 뒤를 돌아보니 트럭 한 대가 서있고 할머니가 낑낑대며 보따리를 싣고  올라타는 중이었다.

트럭에 몸을 실은 할머니가 내 쪽으로 손을 저으며 무어라 하기도 전에 차는 휑하니 가버렸다.  이제 비도 멈추고 내동댕이쳐진 우산을 챙기며 얼굴을 닦는데 속에서 욱하며 올라왔다.

 ‘호랑말코 같은 놈일세. 고맙단 말 한마디 하고 가면 어디 덧나나. 에라, 나쁜 XX야.’
전화를 해서 몇 마디 할까하다 속으로 구시렁거리며 마음을 달랬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핸드폰에 모르는 번호가 부재중으로 찍혀있어 전화를 했었다.

문현동에서의 그 괘씸한 아들이었다.
“그날은 정말 죄송했었습니다. 제가 너무 경황이 없어서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하며 시작된 사연은 이러했다.
“몇 일전 어머니가 내려오신다는 연락을 받고 요즘  제가  굉장히 바쁘고 누님 내외가 멀리 출장 중이라  나중에 연락하면 내려오시라고 그렇게 말씀드렸는데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다싶어 그렇게 급하게 내려오셨답니다.

사실은  제가 누나 집에서 나온 지 한 참되었고 매형의 사업체가 부도나면서 매형이 구금되어있는 상태에 누나와  저는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이거든요.  노인네 걱정하실까 싶어 친구한테 급히 차도 빌리고 친구 집을 내 것인 양, 말도 맞추고 해서 어머님을  하루 이곳에 모시고 누나네 집에 못 가게 할려 했지요....
그날 밤 어머니가 보따리에서 돈 뭉치를 꺼내더군요.

이백만원이 채 안 되는 금액이었지만 고향산에서 나물캐다 팔아 몇 년간 꿍쳐놓았던 전 재산이지요. 
 “누나네 갖다 주거래이... 줄게 이기밖에 없어서...” 어머니께선 이미 모든 사실을 다 알고 계셨지요.
“니네 매형 우째 크게 잘못되는 거 아니제..”
코를 팽 풀면서 흘리시는 눈물에 나도 울고 내 친구도 울고 그렇게 밤을 보낸 후 누나네 집에 갔답니다.

더 이상은 말해봐야 그렇고... 아무튼 어머님께서도 내려가시며 도와주셨던 그 선상께 꼭 인사드리거라  부탁하셨고 저 또한 찾아뵈려하다가 이렇게 전화로 인사드립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제서야 나물 보따리를 놓칠세라 꼭 안고 계셨던 할머니의 모습과 허둥지둥 경황 없었던
아들의 모습이 이해가 되었다.

자기의 모든 것을 주고도 더 주지 못해 당신의 가슴을 치시는 어머니는
자식들의 어려운 상황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그 먼 길을 물어물어 왔던 것이었다.
그 어머니의 그  아들이라 어머니 걱정하실까봐 연극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그 아들의 효심…….

 ‘빌어먹을 놈 그놈의 공치사하려고 하마터면 큰 실수할 뻔했잖아.’ 
자책하면서 그 귀한 사랑에 목이 메였다.

그래서 흔히들 어머님의 사랑을  하나님 사랑에 비유하곤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려운 가운데 자식을 훌륭히 키우시는 많은 어머니들.....,

 이 땅의 어머니들 파이팅!
우리에게 어머니 주신 하나님 파이팅!

글/ 조남호 목사
출처/창골산 봉서방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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