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에너지와 발전소 이야기

‘에너지’라는 말은 참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다.
활력 있는 사람에게 에너지가 넘친다고도 하고, 어떤 보이지 않는 기운이나 힘, 능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리학에서는 에너지를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물리학에서 또 ‘일’이란 어떤 물체를 옮기는 것을 의미한다.

물리학적으로 에너지는 열에너지, 전기에너지, 위치에너지 등으로 구분하고, 산업적으로는 수력에너지, 화력에너지, 원자력에너지, 태양력, 풍력, 조력 에너지 등으로 구분한다.
또 자동차 같은 기계장치를 구동하는 원동기(엔진)나 가정용 난방시설을 운용하는데 사용되는 기름, 석탄 같은 연료도 화석에너지로 부른다.

대한민국은 오늘날 8,000만 킬로와트가 넘는 발전설비를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그야말로 경이적인 발전설비 세계 최단기간 성장기록을 세운 나라이다.

1945년 해방당시, 그리고 1948년 5월 14일 북한의 일방적인 단전시 한국의 발전설비는 그야말로 보잘 것이 없었다.
60만 킬로와트 짜리 수풍수력, 모두 80만 킬로와트에 달하는 장진강, 부전강, 허천강 발전소 등 거의 대부분의 전력설비는 북한에 있었고, 남한에는 왜정시대에 건설된 2만5천 킬로와트 짜리 터빈발전기 네 대에 보일러 여덟 대를 연결해 놓은 총 10만 킬로와트 짜리 영월 구화력, 서울 당인리화력 2만 5천 킬로와트 발전소 두 개, 춘천, 의암, 청평의 조그만 수력발전소, 부산항 부두에 매어놓은 레지스탕스호 발전함 3만 킬로와트가 거의 전부였다.  

6.25 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화천발전소 확보와 사수를 명하였고 화천수력을 뺏고 빼앗기지 않으려는 전투로 3만 명 이상의 젊은 국군장병의 목숨이 희생되었다.
지금 보면 겨우 12만 킬로와트 짜리 작은 수력발전소이지만 당시로서는 휴전 후 남한의 전력사정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산업시설이었던 것이다.

대장쟁이의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수풍수력 하나만 있었으면 남한의 전기는 풍족할 텐데.....” 하시던 이야기는 아직도 뇌리에 또렷하다.
가정에서 쓰는 전기래야 백열등을 켜는 수준이었던 당시, 그러나 일반선은 날이 어두워지면 들어왔다가 통금시간이 되면 꺼지고 특선이래야 온종일 쓸 수 있었는데 그나마 껌뻑거리고 정전되기 일쑤였던 당시 전기사정을 나이 드신 분들은 다 기억하시리라.

그런 전기조차 서민들에게는 얼마나 비쌌던지 조그만 백열등 하나를 방 두 개 사이에 난 구멍에다 매달아놓고 함께 쓰고, 화장실 가는 길에는 푸른 색 5촉짜리 컴컴한 등 한 개 달아놓고, 그나마 아까워서 달달 떨면서 쓰던 전기......,
두꺼비집을 몰래 열고 전선껍질을 깐 다음 계량기를 거치지 않도록 전선을 연결해서 전기를 훔쳐 쓰고, 전선주에 몰래 연결해서 도적질해 쓰고, 남의 집에 들어가는 전깃줄에 연결해서 몰래 쓰는 전기도적질이 또 얼마나 성행하였었던지.

5.16 군사혁명이 일어난 다음 혁명정부가 추진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조선전업, 경선전기, 남선전업 등 민간삼사를 강제로 통합하여 국영화하고 강력한 전력자원개발을 추진한 것이다.
군사혁명 후 불과 한 달 반 뒤인 7월 1일에 한국전력주식회사가 발족된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군사혁명정부는 “새벽종이 울렸네.”, “잘 살아보세.” 새마을운동과 함께 전원개발특례법, 토지수용법 등 법제도를 마련하고, 차관을 빌려와 당인리 2, 3호기, 마산화력, 삼척화력 등을 건설하고 기술요원을 미국으로 보내어 교육시키고 팔당댐, 남강댐을 막는 등 전력설비를 늘이는데 안간힘을 썼다.

대장쟁이는 제2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추진되던 1969년 2월에 한국전력에 입사하였다.
입사당시 한국의 전력설비는 모두 163만 7천 킬로와트에 불과하였다.
아직도 영세성이 꾀죄죄 흐르는 한국전력이었던 셈이다.
(오늘날은 원자력 발전소 하나가 100만 킬로와트를 넘고 총발전설비는 8,000만 킬로와트에 이른다.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1968년을 끝으로 당시까지 다니던 전차가 철거되고 있었고 서울화력 5호기 25만 킬로와트짜리 터빈이 한강인도교를 건널 수 있느냐, 없느냐로 신문이 떠들기도 했었다.

대장쟁이는 가끔씩 쓸데없는 쪽에 기억력이 좋을 때가 많다.
한국전력 설비규모 163만 7천 킬로와트, 자본금 460억원, 총자산 1,519억원, 1968년 순이익 74억원, 종업원수 12,000 명....... 40년이 넘게 지난 아직도 외우고 있는 숫자들이다.
경부선 길이, 지구둘레, 지구-달 거리, 지구-태양간 거리, 에베레스트 산 높이....,, 이런 돈 안 되는 것들도...., 억지로 외우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쨌든 당시 한국전력의 자본금, 자산규모, 순익규모를 보라, 물론 당시 화폐가치가 높긴 했지만 국가의 전력회사가 얼마나 영세하였던지......

그리고 30년 세월이 지난 후, 대장쟁이가 한국전력을 떠나던 1998년, 한국전력의 발전설비는 5,500만 킬로와트를 넘어서고 있었다.
자본금은 3조 2천억, 자산규모는 62조원.....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값싸게 전기를 쓸 수 있는 나라가 되어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값싼 산업전력 공급으로 기업들은 수출에 열을 올렸고 국민들은 에어컨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 세월동안 대장쟁이는 발전소 운전원으로, 그리고 원자력발전소 건설 엔지니어로 뼈 빠지게 일했던 것이다.
(그런데 나쁜 한국전력 같으니라고. 대장쟁이를 포함한 2,369명을 명예퇴직금까지 빼앗고 밀어내다니....... 일부 퇴직자들이 퇴직금반환청구소송을 했더니 퇴직금을 "근로기간중 채권, 채무의 정산'이라는 해괴한 해석을 붙여 원고패소판결을 한 법원, 대한민국이 법치국가라고?)

다시 돌아가서, 1970년 여름, 경부고속도로 428킬로미터가 준공되었다. 총공사비 450억원.
그리고 이듬해 또 하나의 거대 프로젝트가 발표되었다, “수풍수력에 버금가는 55만 킬로와트 짜리 고리 1호기 원자력발전소 총공사비 550억원으로 건설추진”.

박정희 대통령이 고리1호기 기공식 축하연 케이크를 자를 때 그랬단다.
케이크를 원자력발전소 모양으로 만든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걸 나이프로 자르라 하니 박 대통령이 좀 머뭇거렸던 모양이다.
그 때 옆에서 장기영 총리, “각하, 자르십시오, 한 쪽은 고리 1호기, 다른 쪽은 앞으로 건설될 후속기입니다.”라고 말했단다.
그제야 박 대통령은 “아, 그래요?” 하고 케이크를 힘차게 잘랐단다.

고리 1호기는 그로부터 7년이 지난 1978년 4월에 준공되었다.
실제 전기출력은 58만 7천 킬로와트, 실제 투입된 총공사비는 1,280억원.
이 고리 1호기는 준공되던 해에만 한국전력이 그 해에 올린 순이익 600억원 중 300억원을 혼자 달성하는 효자 발전소가 되었다.
(아, 지금 늘어놓는 이런 모든 숫자와 날짜들도 대장쟁이의 기억에 의한 것이다. 혹시 착오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1978년에 준공된 고리 1호기는 거저주운 거나 마찬가지였다.
고리 1호기는 발전원가가 다른 화력발전소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공짜와 다름없는 전기, 그야말로 돌리기만 하면 이익이 펑펑 쏟아지는 전기를 생산해내는 발전소가 되었던 것이다.

불과 1,280억 원의 공사비(나중에 건설된 원자력발전소들은 공사비가 1조원을 넘어간다.)로 웨스팅하우스가 건설해준 고리 1호기는 킬로와트아워당 2원 정도에 불과한 전력원가로 전력을 생산해 냄으로써 한국전력은 많은 이익을 올려 견실한 재무구조를 확보하고 이후 계속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들을 건설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축적하게 되었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값싼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산업전력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전력요금은 일본의 40%, 미국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이 세계최강의 수출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은 전적으로 박대통령의 선견지명에 의하여 도입된 고리 1호기와 그리고 우수한 기술과 인력을 값싸게 제공한 대장쟁이 같은 산업전사들 덕분이다.

최근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설계수명이 다 한 고리 1호기를 일부 설비를 교체하여 계속 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 하고, 비상디젤발전기의 위치가 쓰나미를 전혀 대비하지 못 하고 있다는 지적과 비판이 있지만, 고리1호기가 대한민국 전력산업과 경제개발의 일등공신임에는 틀림없다.  

미국은 전력설비 면에서 상황이 그리 좋지 못 하다.
미국 전역에 100기가 넘는 원자력발전소가 있지만 대부분 60~70년대에 건설된 노후화된 발전소들이다.
1979년 발생한 드리마일 아일랜드 원전사고 이후 미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원자력발전소 설계요건을 크게 강화하자 건설비가 급등하고 건설중이던 발전소까지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더욱이 1986년 4월에 발생한 체르노빌원전사고는 미국의 원자력산업을 싸늘한 빙하기로 밀어 넣고 말았다.
이후 30년이 넘도록 미국에서 원자력발전소는 단 하나도 더 건설되지 못 하였다.

물론 미국에는 원자력발전소 말고도 수많은 화력과 수력발전소들이 있기는 하지만 문제는 이제 원자력발전소들이 거의 노후화되었고 그러나 이를 대체할 발전설비의 투자가 쉽지 않다는 데에 있다.
또한 아울러 송배전설비 등 전력설비도 너무 오래 되어 낡았다는 점이 미국의 전력설비의 골칫거리가 되어가고 있다.


(너무 길면 여기쯤에서 쉬었다가 읽으세요, 지송~^_^)


서설이 길었다.
어쨌든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가장 일반적인 전력원은 수력과 화력이라고 할 수 있다.
수력(水力)발전은 댐을 막아 물의 낙차를 이용하여 수차(水車)를 돌리고 수차에 연결된 발전기에서 전기가 나오게 하는 가장 간단한 구조를 갖는다.
고낙차에서는 펠턴수차, 중낙차에서는 프란시스, 카플란 수차, 저낙차에서는 프로펠러 수차가 사용된다. 한국의 수력발전소들은 대부분 프란시스 수차나 카플란 수차이다.

수력발전소는 댐을 건설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일단 발전소를 건설하고 나면 연료가 들지 않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그러나 강수량이 많지 않을 경우 이용률이 떨어지므로 그리 경제적이지는 못 하다. 특히 한국의 경우는 낙차가 크지 않고 유량이 많지 않아 남한지역의 모든 하천을 다 막아서 수력발전을 한다 해도 (이를 포장수력이라고 부른다) 발전량이 250만 킬로와트, 원자력 발전소 두어 기의 용량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은 발전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홍수조절과 농업, 공업용수공급에 보다 큰 목적을 두어 ‘다목적댐’으로 건설한다.
바다의 밀물과 썰물을 이용하는 조력발전도 한국의 서해의 곳곳을 다 막아서 조력발전소를 만든다 해도 200만 킬로와트 정도를 얻을 수 있는 정도일 뿐이다.
결국 오늘날 한국의 수력, 조력은 전력공급 면에서는 미미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태양력은 캘리포니아나 애리조나 사막 같은 곳이 좋다. 그러나 이 역시 경제적이지는 못 하다.
집광판(集光板)을 수백만 평, 수천만 평 넓은 면적의 땅에 설치해야 하는 것도 그렇고, 특히 야간, 비오거나 흐린 날에는 발전이 불가능해지는 것도 문제이다.
따라서 태양광발전은 개별적으로 가정이나 시설에 갖추는 것은 몰라도 상업적 발전용으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풍력발전도 상황은 비슷하다.

따라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발전소는 여전히 연기를 뿜어내는 화력발전소들이다.
한국의 경우 화력발전소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60%가 넘고 이 중 거의 대부분은 석탄(호주, 인도네시아 등에서 들여오는 수입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50만 킬로와트급 발전소들이다.
과거 60~70년대에는 불과 2만 5천 킬로와트급 조그만 석탄발전소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점차 대용량화하여 오늘날은 수 십 기의 50만 킬로와트급 신형화력발전소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한국의 원자력발전소는 현재 20기 정도가 운전 중이고 몇 기가 건설중이다.
전체발전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30~35% 정도 된다.

화력발전소들 중에는 LNG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것들도 있다.
LNG는 연소가스가 깨끗하기 때문에 도시지역에 주로 건설되어 있는데 연료비가 워낙 비싸 전력생산단가가 높은 결점이 있다.
경유를 사용하여 가스터빈을 돌리는 가스터빈발전소도 있고 가스터빈에서 나오는 뜨거운 배기가스를 회수하여 보일러에 집어넣어 활용하는 가스터빈-화력 복합발전소도 있고 지금은 사라졌지만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내연기관발전소도 있었다.
이러한 발전소들도 전력사정이 어려울 때는 유용했지만 전력생산단가가 비싸서 점차 퇴출되었다.

대표적인 발전소인 석탄화력 발전소들의 구조와 원리는 이렇다.
석탄을 컨베이어로 옮겨 석탄미분기에 집어넣어 밀가루보다 더 곱게 빻는다.
그 미분탄을 뜨거운 공기와 함께 보일러에 불어넣어 연소시킨다.
보일러 안에는 수많은 튜브들이 있고 그 속에는 물이 흐른다.
그 물은 보일러급수펌프로 엄청난 고압(약 200기압 이상)으로 보일러에 공급된 것이다.
급수가 보일러에 들어오기 전에 급수가열기들을 거치면서 상당히 뜨거워진 상태가 된다.

보일러 안에서 튜브를 흐르며 가열된 물은 증기드럼에 들어가서 증발된다.
증발된 증기는 다시 과열기라고 부르는 튜브를 통과하면서 섭씨 약 550도, 150 기압으로 과열된 고온고압증기가 되어 터빈을 돌리게 된다.
터빈은 1초에 60회전 (3,600 rpm)으로 회전하면서 같은 축으로 연결된 발전기를 돌려 전기가 생산되게 된다.

그런데 터빈을 돌리고 난 증기는 어떻게 되는가?
터빈을 돌리고 난 증기를 대기로 내보낸다면 아직도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증기를 공중으로 내다버리는 결과가 된다.
그리고 증기로 날아가는 양만큼 물을 계속 보충해주어야 하는 문제도 생긴다.

그렇다면 진공을 만들고 증기를 진공까지 계속 흐르도록 한다면 증기로 하여금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터빈 출구에 복수기를 설치한다.
복수기에는 엄청나게 많은 바닷물 튜브들이 지나면서 냉각시키고 증기는 복수기의 진공에 끌려들어가면서 그 흐르는 힘으로 계속 터빈을 돌린다.
그리고 물로 응축되어 회수된 다음 다시 보일러로 돌아간다.
이것을 열역학적으로 카르노 사이클, 재생재열 사이클 같은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생략하기로 한다.  
아무튼 이것이 간략하게 말한 화력발전소의 구조이다.

대장쟁이는 그 발전소에서 뜨거운 과열증기가 흐르는 배관들과 계기들 사이를 뛰어다니며, 아황산가스를 들이키며 뜨거운 버너를 교체하며 수많은 밤을 지새며 젊은 날을 보냈다.
다른 발전소이지만 끔찍한 사고도 있었다.
과열증기배관이 터져서 그 뜨거운 증기에 몇 사람이 그만.......!
또 발전기에 들어가는 수소, 그 수소병이 폭발하는 바람에 산산조각이 난 사고.......,
그런 위험한 곳에서 나를 지켜주신 것은, 이제 와서 돌아보니 하나님의 손길이었다.


(또 잠시 휴식)



어쨌든 화력발전소는 그렇고, 원자력발전소는 무엇인가?
원자력발전소는 터빈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는 점에서는 기본적으로 화력발전소나 같다.
다만 석탄이나 가스, 벙커씨유(Bunker-C Oil)를 태우는 보일러 대신 우라늄의 핵분열을 이용하는 원자로설비를 가진 발전소이다.
그런데 원자로설비가 보일러보다는 더 복잡하고 위험하고 비싸다.

원자로에 사용하는 핵연료는 우라늄이다.
그런데 천연우라늄에는 우라늄 235는 불과 0.3%이고 나머지 99.7%는 쓸모없는 우라늄 238이 들어있다.
그래서 천연우라늄으로부터 우라늄 235를 뽑아내는 농축과정이 필요하다.
이 때 사용하는 방법은 우라늄을 가스화해서 원심분리기로 고속회전 시켜 비중차를 이용하여 우라늄 235의 비중을 높여가는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이렇게 해서 우라늄 235를 95% 이상 농축하면 우라늄 원폭이 된다.
우라늄 원폭은 플로토늄 원폭과 달리 고온을 발생시키는 다이너마이트 뇌관이 필요 없다.
다만 우라늄을 따로 떼어 놓았다가 한데 합치기만 하면 임계점을 넘는 우라늄이 저절로 핵분열을 일으켜 폭발하게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북한은 파키스탄으로부터 도입한 원심분리기 2,000 대를 서방의 원자력전문가에게 공개한 적이 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핵연료는 우라늄 235가 3~4% 정도로 농축된 것이다.
그러므로 원폭과 같이 폭발할 수가 없다.
핵폭탄용 우라늄이 순도 높은 알코올이라면 발전용 우라늄은 맥주 정도라고나 할까, 대신 연탄처럼 천천히 분열하면서 타게 된다.

한국에는 우라늄농축시설이 없다.
그래서 핵연료는 수입해 온다.
다만 한국전력이나 한국업체들이 우라늄원광을 확보하여 미국이나 캐나다의 농축공장에 공급하고 가공케 할 수도 있고, 그렇게 발전용으로 농축된 우라늄을 한국으로 운반해 와서 한국핵연료주식회사에서 핵연료다발을 제작하기도 한다.

일단 핵분열을 시작하고 나면 위험하지만 처음 우라늄은 손으로 만져도 위험하지 않다.
그래서 수작업으로 우라늄을 작게 뭉쳐서 옐로케이크(Yellow Cake)로 만들어 볼펜 지름 정도의 작은, 길이가 2.5 미터 정도 되는 지르코늄 대롱 안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이 대롱들을 100여개를 묶어 하나의 핵연료다발을 만든다.
핵연료다발은 그 대롱 사이로 물이 자유롭게 흐를 수 있도록 대롱들은 서로 떨어져 있다.

원자로는 그 두께가 15~20 cm에 이르는, 지름 3미터, 높이 6미터 정도의 강철용기이다.
그 안에는 핵연료봉 다발 120개 정도, 노형에 따라서 그 이상이 들어간다.

여기, 원자로에 물이 들어간다.
그런데 원자로에 들어가는 물은 완전히 밀봉된 채 원자로냉각재펌프에 의하여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사이를 순환한다.
그리고 가압기에 의하여 그 압력이 유지된다.
만일 이 물이 증발되어 터빈을 돌린다면 터빈계통은 순식간에 방사능으로 오염되어버릴 것이다. 원자로계통의 물과 터빈계통의 물은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 서로 접촉하지 않는다.

원자로계통 안의 물은 증발되지 않는다.
산 위에 올라가서 밥을 지으면 물이 100도가 안 되어도 끓어버린다.
반대로 압력밥솥으로 밥을 지으면 물이 100도를 훨씬 넘어 끓게 되어 더 높은 온도로 밥을 지을 수 있게 된다.
물을 꽉 눌러서 물의 압력을 계속 올리면 물이 끓는 온도는 계속 올라간다.
물을 252.2 kg/cm까지 압력을 높이면 섭씨 372도가 되어야 증발하게 된다.
이것을 물의 임계점이라고 부른다.

이 원리를 이용하여 원자로계통의 물을 증발시키지 않고 섭씨 330도 정도까지 올려서 증기발생기로 보내서 튜브 안을 통과시키면서 튜브 바깥쪽으로 흐르는 터빈계통의 물을 가열하여 증발시키고 터빈계통의 증기로 터빈을 돌림으로써 방사능오염 없이 터빈을 가동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림을 그려서 보여드리면 좋겠는데......)

이렇게 해서 화력발전소처럼 섭씨 550도, 150기압의 고온고압증기는 얻을 수 없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소에서는 270~280도, 100 기압 정도 되는 증기라 하여도 엄청난 양의 물과 증기를 순환시키고 엄청나게 큰 증기터빈을 돌려서 화력발전소보다 더 많은 전기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소의 매력은 작은 핵연료로부터 엄청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화력발전소가 내뿜은 엄청난 연기나 분진이나 석탄재도 없다.
거대한 석탄수송선박이나 하역설비도 필요 없다.
단지 1년에 한 번씩 핵연료의 3분의 1만 교체해주면 된다.
방사능문제만 없다면 그야말로 클린에너지(Clean Energy)요 꿈의 에너지라 할 만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대로 원자력발전소는 방사능 누출의 위험 때문에 까다로운 설계, 수많은 안전설비와 부대시설을 갖추어야 하고 또한 사용후핵연료와 방사성폐기물처리가 큰 부담이 된다.

원자력발전소 설계와 건설은 철저한 확인과 검증이다.
설계부터 지진에 견디도록, 안전성을 증명하도록 요구한다.
모든 설계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한다.
튼튼하게 설계되는 것은 물론이고 시험과 테스트를 거쳐 안전성을 입증하도록 한다.
사용되는 재료도 그 성분, 제조과정(Mill Sheet)과 시험증명(CMTR, Certified Material Test Report)을 요구한다.
가정되는 모든 사고를 가상하여 어떤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비상설비가 필요하고 어떤 기기들이 작동되어야 하는가, 모든 설비들은 고장을 대비하여 예비설비를 갖추고.......

모든 작업들, 이를테면 용접을 할 때도 용접봉 확인, 용접사자격확인, 작업순서와 요건, 온도와 습도조건 확인, 용접 한 번 하고 검사 한 번 하고, 용접 한 번 하고 검사 한 번 하는 식으로, 그리고 그 검사기록을 일일이 서류로 남기는 식으로 진행한다.
그리고 모든 설계와 작업 상황을 데이터화하고 문서화해서 보관한다.
수많은 그 서류와 기록들 가운데, 대장쟁이의 노력과 고심과 땀이 배어있는, 그리고 서명과 필적이 들어있는 설계검토서, 설계변경서, 작업지시서, 부적격보고서들도 지금 영광원자력발전소 등 원자력발전소 품질서류보관소(QA Vault)에 보존되어 있다.  

그리하여 미국형 원자로에서 최악의 사고가 날 확률은 100만분의 1이라느니 천만분의 1이라는 수치가 나온다.
1979년 드리마일 아일랜드 원전사고와 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에 강화된 원자력규제요건은 지나칠 정도로 까다로워서 그대로 설계, 건설, 운전되는 경우, 경미한 사고들이야 그렇지만 중대한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그야말로 제로(0)라고 해도 과히 틀리지 않다.

사실 일본의 경우는 미국과는 좀 다르다.
그들은 설계와 품질관리시스템을 미국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체기술과 시스템으로 독립적인 건설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후쿠시마원전의 경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설계치를 넘어가버린 엄청난 지진과 쓰나미에 침몰되어버린 셈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일본 동해안과 같은 지진대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한 것은 애당초 좀 무모한 것이었다 싶다.

어쨌든 원자력발전소 설계와 건설의 안전요건이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USNRC)에 의하여 엄청나게 강화되는 바람에 원자력발전소 건설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원자력발전원가는 화력발전원가에 비하여 유리할 것도 없게 되어 버렸고, 그래서 미국의 원자력산업계는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포기해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원자력발전소를 꾸준히 건설해왔다.
발전소 안에 쌓여만 가는 핵폐기물을 영구저장 할 장소를 얻지 못 해 안면도, 굴업도, 영덕, 울진, 변산반도 등을 환경단체들에게 쫓겨 다니며 전전하다가 결국 별로 마땅치도 않은 경주 방폐장 부지를 수 천억원 지역개발지원을 대가로 지불하고 얻는 곤욕을 치렀지만, 석탄과 석유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국가적 에너지상황 때문에 원자력은 한국으로서는 대안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덕분에 아랍에미레이트 원자력수주라는 대어를 건지기도 했지만.......

획기적인 에너지원은 없을까?
바다 밑에 무한정하게 많다는 얼음메탄, 하이드레이트 이야기도 들리고, 우주공간이나 달에 집광판을 설치하고 전력을 만들어 마이크로웨이브로 지구로 보낸다는 아이디어도 나오는데.......


오늘은 좀 다른 방향의 글이 되어 버렸다.
원자력에너지......
물질의 소실이 에너지로 변환되는.......
아인슈타인이 풀어낸 E = mc²의 비밀을 살펴보기 전에
원자력발전 이야기 좀 장황하게 했다.



어휴, 너무 길게 써버렸네유.
(인내시험?)
독자님들, 지송함당~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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