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인간의 뇌와 컴퓨터

앞서 말한 대로 근육의 활동은 근세포에서 나오는 칼슘이온이 마이오신과 액틴 단백질을 끌어당기고 놓도록 조절함으로 이루어진다.
이와 비슷하게 두뇌의 활동도 신경세포에서 일어나는 이온과 신경전달물질의 움직임을 수반한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미세한 전류전자파의 흐름, 곧 뇌파를 발생시킨다.  

그리고 두뇌의 활동은 특정부위별로 역할이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머리에 전류감지장치를 붙여서 측정하면 뇌의 어느 부분이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대략 알 수 있게 된다.
또한 환자의 뇌경색이나 뇌손상 같은 두뇌의 문제가 어느 부위에 있는지도 추정해낼 수 있다. 이것이 병원에서 하는 뇌파검사이다.

뇌파는 0.5~50 헬츠의 매우 느린 진동수의 전자파로 발생한다.
(헬츠: Hz, 1초에 1회의 진동수를 가지면 1 Hz이다.)
정신을 집중할 때는 14~30 헬츠 정도의 주파수가 나오고 격앙되면 더 높은 주파수가 나온다. 눈을 감고 쉴 때는 8~13 헬츠의 알파파가 나오고 수면상태에서는 0.5~4 헬츠의 델타파가 나오고, 꾸벅꾸벅 졸거나 얕은 수면상태, 또는 꿈을 꿀 때는 4~8 헬츠의 세타파가 발생한다.

뇌파의 측정을 더욱 정밀하게 하게 되면, 예를 들어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움직일 때는 어느 부위에서 어떤 뇌파가 나오는지, 오른발을 내디딜 때는 어느 부위에서 어떤 뇌파가 나오는지, 왼팔로 라켓을 휘두를 때는 어떤 부위에서 어떤 뇌파가 나오는지도 알 수도 있다.
이것을 이용하면 생각만으로 물체를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 수도 있다.
즉 뇌파를 컴퓨터에 기억시키고 머리에 연결된 전극으로 뇌파를 보내면 컴퓨터가 이를 식별하여 연결된 물체에 움직임의 명령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의 주인공 마르탱은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하고 침대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방대한 외부정보를 얻고 소통한다.

실제 이러한 시도와 실험은 여러 가지로 이루어지고 있다.
마우스를 조작하지 않고 생각만으로 커서를 움직이고 컴퓨터게임을 한다든지 자판을 두드리고 기계를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뇌-기계접속(Brain-Computer Interface, BCI)라고 한다.
이 기술은 나아가서 전신마비나 사지불구인 사람에게 인조 팔과 다리를 만들어 달아주고 이를 머리에 부착된 뇌파감지기를 통하여 생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게 만든다.

하지만 머리 바깥에 전극을 부착하는 방식은 그리 정밀하지 못 하기 때문에 두개골 내부, 곧 두뇌에 직접 전극을 심는 방법이 고려된다. 그렇지만 민감하고 연약한 두뇌에 직접 전극을 부탁하는 것 역시 의학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 또한 머리의 외부에서 근적외선을 뇌로 쏘아 분광기로 뇌혈관의 산소량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뇌의 의사를 감지하는 기술도 시도되고 있으나 이 역시 한계가 있다.

몇 년 전 네이처誌에 보도된 브레인게이트 이식실험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5년 전 사고로 척수가 잘려 전신마비가 된 20대 매튜 네이글은 브라운대 뇌과학자 죤 도나휴 교수가 개발한 100 개의 전극이 달린 브레인게이트 칩을 뇌 속 운동피질에 이식했다. 그리고 네이글은 ‘움직이겠다.’는 생각만으로 허리를 굽히거나 의수를 움직이는 등 16가지의 움직임을 해낼 수 있었다.

결국 이러한 기술은 사이보그로 연결된다. 여러분은 자연스럽게 오래 전 재미있게 시청하였던 ‘600만 불의 사나이’와 ‘원더우먼’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또한 SF 영화에 등장하는 초능력의 주인공들을 떠올릴 것이다. 과연 뇌과학의 발달은 그런 시대를 열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인조팔과 인조다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뇌과학기술은 ‘생각’을 감지하여 컴퓨터로 옮기는 게 아니라 단지 ‘생각’할 때 나타나는 현상인 뇌파를 감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뇌의 서로 다른 움직임이라도 거의 같은 뇌 부위에서 거의 같은 뇌파로 나타날 경우 이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두뇌의 모든 부위에서 이루어지는 활동과 지시를 뇌파만으로 분석해내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수천, 수만 헤아릴 수 없는 복잡한 움직임과 수행지시를 뇌파만으로 수행한다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SF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수준의 사이보그 또한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다. 정상적인 인간의 활동과 차이가 없는 빠르고 정교한 뇌파작동장치가 가동되려면 뇌의 각 부위를 엄청나게 세분하여 전극을 삽입해야 하고 슈퍼컴퓨터와 정교, 복잡한 기계장치가 동원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예를 들어 음속보다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으려면 엄청난 강도의 강철근육과 강철뼈도 필요하고 그 힘을 만들어내는 기계장치, 초음속에도 타지 않는 피부.... 이런 것들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빠르고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사이보그도 뇌는 인간의 뇌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인간의 뇌는 사이보그의 그러한 격렬한 움직임에 남아나지를 못 할 것이다.  

오늘날 초고속연산과 무한정에 가까운 기억정보능력을 갖춘 컴퓨터가 등장하여 이제 바둑과 체스게임에서까지 컴퓨터가 인간을 이기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인간의 뇌를 컴퓨터가 대신할 수 있을까?
그것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뇌와 컴퓨터는 다르다.

컴퓨터는 어떻게 기억을 저장하고 연산을 수행하는가?
그것은 컴퓨터가 제아무리 많은 기억용량을 가진다 해도 기본적으로 0과 1의 조합으로 신호를 저장하는 기계일 뿐이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영상이나 생각을 기억하는 기능이 없다. 다만 검고 흰 두 종류의 바둑돌을 사용하는 것처럼 ‘011001110’식으로 반도체 기억소자를 감응시켜놓았다가 이를 끌어오거나 연산시켜 작동시키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기계덩어리일 뿐이다.
아름다운 영상이라도 그 영상을 수많은 화소로 쪼개고 각 화소별로 밝기와 색깔을 0과 1의 신호로 변환하여 저장하였다가 이를 끄집어내어 재생하는 기능을 가진 것이 컴퓨터일 뿐이다.

지능을 갖춘 컴퓨터? 생각하는 컴퓨터?
그런 것은 없다.
그것은 인간이 많은 정보를 분류하고 세분화하여 가장 나은 결론에 도달하도록 알고리즘으로 만들어 입력해서 어떤 질문에 대하여 미리 입력된 해답 중 하나를 찾아내도록 만들어놓은 것에 불과하다.  
컴퓨터가 아무리 화려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아무리 뛰어난 대답을 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10010001110...’으로 기억시켜놓은 기계적 신호를 조합하여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컴퓨터의 기억은 사실 기억이 아니다. 신호의 저장일 뿐이다.
그러나 인간의 기억은 기억 자체의 기억이다.
인간이 자신의 뇌의 뉴런에다 입력시켜 기억하게 하는 그 기억이 어떻게 어떤 식으로 저장되며 또한 도출되는지는 현대과학이 풀어내지 못 하는 신비다.
또한 1,000억 개의 뉴런이 서로 연결되어 이루는 끝없는 기억과 사색과 명상의 세계는 컴퓨터로서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신비의 세계다.  

생명과학자들은 DNA의 염기서열이 ATGC라는 네 가지의 염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하여 30억 개의 핵산, 아미노산 단백질 알갱이에 이 네 가지의 순열조합이 유전정보를 이루어 저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측한다. 그러나 설사 ATGC, 네 가지 염기서열이 조합을 이루어 유전정보를 이룬다 하더라도 그 저장형태는 컴퓨터 기억소자처럼 0101의 단순한 On-Off 식 배열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비밀은 현대과학의 접근을 허용조차 하지 않고 있다.

뇌세포의 기억과 DNA의 유전정보, 그것은 어떻게 어떤 형태로 입력된 것일까? 이 놀라운 아이디어와 설계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도대체 이 신비한 생명체를 만들고 그 정보를 입력한 이는 누구일까?

뇌세포만 보더라도 진화가 허구라는 사실은 또 드러난다.
인간의 몸은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지만 인식하고 기억을 저장하고 사고하는 기능일 가진 것은 오직 뇌세포뿐이다.
진화론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처음에 생겨난 아메바로부터 진화가 시작되었다면 그 처음 아메바는 지능을 가질 수 있는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기억저장 세포는 누가 발명하였단 말인가?
지능 없는 아메바가 지능 있는 아메바를 발명했단 말인가?

기억 없는 단순생명체 아메바가 진화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기억의 저장기능도 없는 아메바가 어떻게 경험을 살려 개선을 하고 용불용, 자연선택을 해가면서 진화를 한단 말인가?
수십 억 개의 핵산, 아미노산 알갱이로 이루어지는 DNA에 그 신비한 유전정보를 담는 일이 도대체 아메바에 의하여 가능하단 말인가?
혹시 핵산, 아미노산 알갱이에 원래 유전정보가 들어있었다고 우길 것인가?
핵산, 아미노산 알갱이가 ATGC로 그렇게 늘어서서 연결만 되면 유전정보가 저절로 생겨난다고 우길 것인가?

진화론자들이 진화를 주장하려면 가장 먼저 유전정보라는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어떻게 그것이 시작되었는지, 또한 기억이라는 신비한 생명현상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부터 밝혀내어야 할 것이다.
진화야, 제발 우기지 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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