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근육의 움직임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우리 몸은 약 60 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세포 한 개의 지름은 대략 1,000분의 1 밀리미터 정도다. (이 말 수없이 반복하게 되네...^_^)
그러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에는 몇 개의 세포가 늘어서야 연결될 수 있을까? 세포 1,000 개가 1 ㎜의 길이가 된다면 키가 170 ㎝라면 170만 개의 세포가 한 줄로 늘어서서 발끝까지 닿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신경세포를 생각해 보자. 우리 몸은 뇌로부터 등뼈 속의 등골을 거쳐 구석구석까지 뻗어나가 분포된 신경세포들로 완전히 연결된다.
신경세포를 통하여 감각이 전달되고 두뇌의 명령이 전달된다.

인간은 컴퓨터가 아니다.
컴퓨터 기기를 연결하는 케이블은 무생물이지만 신경세포는 하나하나가 다 살아있는 생명의 매개체이다. 그 매개체들, 세포들이 어떻게 감각을 전달하고 명령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일까?

침대에 누운 채로 발가락을 까딱거려 보자.
나의 뇌로부터 어떻게 저 발가락 끝까지 신호가 전달될까?
오른 발 엄지와 왼발 엄지를 서로 문질러 보자. 살살 문질러도 보고 세게 문질러도 보자. 서로 탁탁 부딪쳐도 보자.
어떻게 저 양 쪽 발가락 두 개가 나의 뇌로부터 동시에 명령을 받아 좌우가 똑같이 움직거릴 수 있을까?

나의 뇌와 저 발가락을 연결한 수백만인지 수천만인지, 수억인지 모를 수많은 신경세포들은 어떻게 빼지도 더 하지도 않고 감각과 명령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도대체 그것들은 어떻게 그 신호를 주고받으며 전하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내 몸이 내 마음대로 그렇게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일까?

일어나 걸어보자.
저 산을 향하여 힘차게 달려보자.
하늘 높이 라켓을 휘둘러 공을 날려보자.
도대체 이 신기한 몸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내가 살아 움직이는 것은 근육의 힘이다.
근육은 뼈에 붙어 있다. 뼈에 붙은 힘줄들은 강력접착제로 붙인 것보다 훨씬 강력하게 붙어있다. 그 힘줄에는 근육이 연결되어 있다.
뼈나 힘줄, 근육, 모두 세포들이다. 세포들이 어떻게 그토록 질기게 붙어 있는지부터 기이하다.

근육을 이루는 근육세포들을 살펴보자.
근육세포는 좀 특이하게 이루어져 있다. 근육세포 한 개는 지름이 십분의 1밀리미터에서 백분의 1 밀리미터 정도 되는데 다량의 근섬유 가닥들이 묶여진 다발이다. 이 다발들이 다음 다발과 연결되고 또 다음 다발과 연결되어 밧줄 같은 근육의 섬유를 만든다.
그 사이사이에는 모세혈관들과 신경들이 함께 들어가 있다.
이 근육섬유들이 모인 것이 근육이다.

그런데 이 근육세포들은 어떻게 수축 이완하는 운동을 하게 되는가?
어떻게 세포들이 상호작용하며 전체적인 근육운동을 만들어내는가?
신경세포는 어떠한 신호로 근육세포들에게 뇌의 명령을 전달하는가?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몸을 움직이는지만 그 동작 하나하나가 신비한 움직임의 메커니즘이다.

한 때 개구리 다리에 전류를 통하여 개구리 다리가 움직이는 것을 실험하여 근육의 움직임이 미세한 전류신호에 의한 수축작용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우리 머리에서 신경을 통하여 전기신호를 보내면 근육이 반응하여 움직인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엉성하기 짝이 없다.

근육섬유의 움직임의 메커니즘을 비교적 소상히 밝혀낸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는다.
1950년대에 앤드류 헉슬리가 주장한 “근수축의 교차결합이론”이 현재까지 가장 근수축 매커니즘을 가장 잘 설명해주고 있는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근수축의 교차결합이론”은 이렇다.
근섬유 한 가닥, 한 가닥은 단백질 알갱이들로 연결되어 이루어진 지름 1,000분의 1 밀리미터 굵기의 끈이다.
그런데 이 작은 단백질 끈들은 각각 마이오신 단백질로 이루어진 굵은 필라멘트와 액틴 단백질로 이루어진 가는 필라멘트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사이에는 마이오신과 트로포마이오신이라는 단백질 끈 두 개씩이 끼어져 있다.
굵은 필라멘트와 가는 필라멘트는 사이사이에 서로 겹쳐져서 마치 양손을 깍지 낀 모양을 이룬다.
근육의 수축은 굵은 필라멘트의 마이오신이 가는 필라멘트의 액틴단백질을 끌어당겨 슬라이딩시킴으로 이루어진다.  

굵은 필라멘트에 붙은 두 개의 마이오신 머리는 근육이 힘을 쓸 때 가는 필라멘트의 액틴 단백질을 잡아당기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런데 가는 필라멘트에는 트로포닌 머리가 달린 트로포마이오신이 있어서 평소에는 굵은 필라멘트에 붙은 마이오신이 가는 필라멘트의 액틴단백질을 잡아당기지 못 하도록 막고 있다.

근육수축이 일어나려면 먼저 신경이 근육의 근육세포를 전류로 진동, 자극하면 소포체에서 칼슘이온이 나와 트로포닌 머리와 결합한다. 그러면 트로포마이오신이 움츠려들면서 자리를 비켜주고 굵은 필라멘트의 마이오신이 가는 필라멘트의 액틴 단백질을 움켜쥐면서 구부러지는 형태로 잡아당김으로써 근육의 수축이 일어난다. 그리고 신경의 작용으로 칼슘이온이 소포체로 도로 회수되면 트로포마이오신이 다시 끼어들어 큰 필라멘트의 마이오신이 작은 필라멘트의 액틴 단백질을 놓도록 만들어 원위치로 돌아가게 한다.
근육의 수백억, 수천억의 수많은 근섬유마다 동시에 일어나는 이러한 복잡하고 정교한 작용에 의하여 전체 근육이 수축되어 잡아당겨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해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도무지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터넷으로 “근육의 움직임”에 관한 자료들을 직접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대장쟁이식으로 좀 쉽게 설명한다면 그렇다.
한글 자음 ‘ㄷ(디귿)' 두 개를 마주 보도록 놓았다고 생각하자.
그 마주 보는 사이에 막대기 하나를 집어넣었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 모양이 되는데 가운데 막대기가 좀 길게 양쪽으로 들어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그 막대기에는 문어발에 난 빨판들이 있다. 이 빨판들이  ⊏와 ⊐의 안쪽을 붙잡아서 끌어당긴다. 그러면 ⊏와 ⊐는 서로 가까이 끌려 들어와서 근육의 수축을 일으킨다.
- 막대가 굵은 필라멘트이고 ⊏와 ⊐가 작은 필라멘트이다.
근육섬유는 이러한 조합의 연결이다.
⊏-⊐⊏-⊐⊏-⊐⊏-⊐⊏-⊐ 식으로 말이다.

사실은 그런데 ⊏와 ⊐가 아니라 영어의 E나 ㅌ(티읕), 그 보다 훨씬 많은 층을 이룬다.
양편에 작은 필라멘트 두 개, 그 위에 굵은 필라멘트 한 개, 다시 그 위에 작은 필라멘트 두 개, 그 위에 굵은 필라멘트, 다시 작은 필라멘트 두 개..... 이런 식으로 수많은 층층으로 근육섬유소가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것들이 등을 맞대고 붙어서 줄로 연결된 근육섬유를 이루는 것이다.
(아, 이거 설명하느라 대장쟁이 고생하네.)
제대로 이해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것이 앤드류 헉슬리의 “근수축의 교차결합이론”이다.

자, 아무튼 가운데 굵은 필라멘트 막대기 - 의 빨판 같은 손들이 마이오신이고 이것이 ⊏와 ⊐ 가는 필라멘트의 액틴 단백질을 움켜잡고 끌어당김으로써 근육이 수축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작동을 일으키고 제어하는 것이 칼슘이온이다.
근세포에서 칼슘이온들이 뿜어져 나온다.
그 칼슘이온들이 가는 필라멘트의 트로포마이오신의 트로포닌 머리에 달라붙으면 굵은 필라멘트의 빨판 마이오신이 가는 필라멘트의 액틴 단백질을 움켜잡고 당기게 되는 것이다.
다시 힘을 빼려고 하면 근세포들이 칼슘이온들을 도로 회수해 들인다. 그러면 마이오신들이 액틴 단백질을 놓아주고 근육은 이완되어 원상태로 돌아간다.
이러한 복잡한 작동이 1,000분의 1 밀리미터의 작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작동이 일어나는 수백억, 수천억의 근세포들이 근육의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자, 이제 당신의 팔뚝 근육을 움직여보자.
두뇌로부터 신호를 전달받는 순간 근세포들은 칼슘이온들을 내뿜는다, 칼슘이온들이 트로포닌 머리에 달라붙는다, 마이오신이 액틴 단백질을 잡아당긴다.
자, 힘을 빼보자.
이번엔 근세포들이 칼슘이온들을 회수한다. 트로포마이오신이 다시 끼어들고 굵은 필라멘트의 마이오신이 잡았던 가는 필라멘트의 액틴 단백질을 놓는다. 근육이 원상태로 돌아간다.

자, 손가락을 빠르게 진동시키듯이 움직여보자.
일초에 다섯 번..... 빠른 속도로.
그러면 0.1초 사이에 칼슘이온이 나오고 0.1초에 다시 회수되고, 다시 0.1초에 칼슘이온이 다시 나오고 0.1초에 다시 회수되고......
이 메커니즘이 0.2초 사이에 순간적으로 반복된다.

강하게 힘을 주면 많이, 약간 힘을 주면 적게,
이리저리 동작을 바꾸면 각 근육이 정교하고도 신속하게 칼슘이온의 방출과 회수를 수행하면서 모든 근육세포들을 움직인다.
신기하지 아니한가?
놀랍지 아니한가?
누가 이 신기한 메커니즘을 고안하고 발명했단 말인가?

그러나 현대과학이 아직도 근육의 움직임을 완전히 밝혀내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신경세포들이 어떻게 근섬유세포들을 통제하는지, 그 미세한 근섬유들에 어떻게 신경이 반응하고 근섬유의 단백질 알갱이들이 순간적으로 칼슘이온을 방출, 회수하면서 근육수축, 이완운동을 일으키는지, 그 놀라운 메커니즘은 여전히 신비에 싸여 있다.

또한 피로 공급되는 영양분과 산소를 근육세포들이 어떻게 산화시켜 에너지로 바꾸는지, 세포의 발전소로 알려져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어떻게 에너지를 만들어내는지, 현대과학은 다만 추정과 이론과 학설만을 내놓을 수 있을 뿐이지 그 신비스러운 메커니즘의 비밀의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 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 별로 생각해보지 않은 근육의 움직임조차 경이, 그 자체이다. 그러나 그러한 매커니즘을 몰라도 우리는 아무 문제없이 걷고 달리고 던지고 구르는 운동을 자유자재로 하면서 살고 있다.  
이런 놀라운 메커니즘을 DNA 유전정보를 통하여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나 더 낫게 진화시켜서 후대에 물려주어야 하겠다는 따위에도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간다.

두뇌가 명령을 보내고 신경이 근육세포들을 자극하고 근육세포들이 칼슘이온을 방출하고 회수하고........
아무도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마음대로 움직이고 활동할 뿐이다.
우리의 두뇌가 생각하는 대로 우리의 몸은 움직인다.
신경이 온 몸을 두뇌로 연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온 몸의 신경이 뇌의 일부분인 것 같다.
아니, 온 몸이 하나인 것이다.

이 놀라운 작품으로 살면서 누가 진화를 주장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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